통합진보 '혁신모임', 비례대표 3명 당적 '고민'

잔류, 제명 등 언급 …구당권파 "꼼수" 맹비난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전 원내대표 등 이른바 '혁신모임' 측에서 신당 창당을 천명한 가운데, 정진후·박원석·서기호 비례대표 의원 3명의 거취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혁신모임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은 신당 참여를 위해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혁신모임 측에서는 당적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심상정 의원은 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3명의 거취에 대해 "일단 현재로서는 당적을 그대로 두더라도 실천은 새로운 정당 쪽에서 함께 하는, 당분간은 아마 그렇게 진행이 될 것 같다"며 "신념과 노선을 달리하는 정치인들의 길이 인정될 때까지 필요한 노력들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당적에 따라서 의원직이 좌우되니까, 그 문제에 대해선 조금 더 조직적인 논의과정을 거쳐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과연 진보 쪽을 지지하는 분들이 이러한 방법론에 찬성할지 안 할지는 지켜봐야 될 문제인 것 같다'고 논평했다.

나아가 통합진보당 당적을 버리면서 의원직도 유지하기 위해 당에서 제명되는 방안이 언급되기까지 했다. 당사자인 서기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들로서는 해산이나 제명이 됐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신당에 합류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이고 그건 의원직 사퇴나 똑같은 것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혁신모임 내부에서는 이들 3명을 당에서 제명해 무소속 의원으로 만든 뒤 신당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 '제명 자작극'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제명은 탈당과는 달리 정치적 결단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당기를 어지럽힌 자에 대해 내리는 '처벌'이기에, 기존 제도권 정당에 비해 당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진보진영에서는 큰 불명예이기도 하다.

서 의원은 또 '통합진보당에 몸은 두고 활동은 신당과 함께할 경우 상당히 비난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구하는 목적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계속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으로 남더라도 거기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활동·주장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규 "의원직 살리려 온갖 수단 동원…꼼수에 불과"

구 당권파는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을 박탈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이 자신들의 문제로 되니까 비례 의원직을 살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면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 의원은 전날 진보정치 원로인 권영길·문성현·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들이 신당 창당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힌데 대해서도 "분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들 3명은 과거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했음에도 "참여당과 손 잡고 이 분열에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밝혔던 정치적 신념하고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모임 측과 "지금 물밑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나가시려고 하는 분들은 '조용히 나가게 해달라' 이런 말씀들을 계속 하고 계시는데, 지금 상황은 조용히 나가고 있는 게 아니어서 어쨌든 저희들은 마지막까지라도 (다시 돌아오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민주통합당에 대해 "어느 한 쪽하고만 야권연대를 한다면 그것은 야권연대라고 불릴 수 없다. 민주당이 분열의 한 쪽에 손을 들어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구 당권파 측 최고위원들도 전날 잇달아 성명을 내고 혁신모임 측에 공세를 폈다. 유선희·이혜선 최고위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공공연한 분열·해당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한 당 정상화를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민병렬 최고위원도 "실패한 분열의 역사는 한 번이면 족하다"면서 "당원과 국민의 바람은 당의 정상화와 혁신·통합이지 분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 최고위원은 "3개월을 끌었던 당 사태를 결국 분당으로 마감하는 것은 그 추진 인사들의 정치적 무능의 고백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기갑 지도부를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