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사태 이후 혼란에 빠졌던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신당 창당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강기갑 대표는 전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천명한데 이어 7일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비교적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은 '혁신모임'을 발족하고 첫 회동을 가졌다.
강기갑 "새 집 짓기 위해선 허물어야…9월 안으로 마무리"
강기갑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집을 허물어야 다시 새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 말씀은 기존 당을 해체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나?'라고 묻자 강 대표는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재차 '목적이 당 해체는 아니더라도 그 방법은 당 해산 방향이라고 이해하겠다'고 확인했을 때에도 그는 "네"라고 답했다. 강 대표는 다만 "그러나 이것은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창당 시기와 관련해 강 대표는 "9월 안으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일정을 가지고 지금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단순한 재창당은 어느 정당이라도 한다. 또 분당은 또 하나의 세력을 쪼개서 나가는 소극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우리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이고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강기갑 "구 당권파가 뭘 양보? 상당히 모욕적"
강 대표는 구 당권파 측에서 '대폭 양보할 수 있다'며 당직 인사와 대선후보 문제 등을 거론한데 대해서는 "인사권을 양보하느니 마느니, 어떤 것은 되고 안 되고, 이런 형태는 상당히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나 당원들도 미봉책을 바라고 있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당이 그 정도로 한가한 상태도 아니고, 대선 후보니 이런 것도 구당권파 쪽에서 낸다, 안 낸다 할 권한도 능력도 자격도 이미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구 당권파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병기 전 경남 정무부지사를 만난 것에 대해 강 대표는 "다른 것을 협의한 것은 아니다. 함께 고민과 걱정을 나눈 정도"라며 "특별히 다른 것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정도의 만남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 분이 지금도 구 당권파 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거나, 그런 차원에서 만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와 강 전 부지사 간의 만남은 강기갑 지도부와 구 당권파 간의 채널로 해석될 소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범 울산연합 쪽과의 통로로 볼 수도 있다. 경기동부-광주전남연합을 고립시키기 위해 강 대표 측이 울산연합에 손을 내민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한 것. 그러나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개인적 친분으로 의견 교환이나 도움을 요청하려 만난 건 맞다"면서도 "그것을 혁신파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간의 협상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회찬·심상정·조승수·유시민·천호선·조준호 한자리에
신당 창당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전날 구성이 제안된 '진보적 정권교체와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혁신모임'(혁신모임)의 첫 회동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회동은 신당 창당에 참여한 당 내 3정파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참여당계에서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강동원 의원, 천호선 최고위원, 권태홍 전 비대위 집행위원장이, 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 측에서는 심상정·노회찬 의원과 조승수 전 의원, 이홍우 전 비대위원이, 구 민노당계 비주류에 속하는 인천연합 쪽에서는 이정미 최고위원과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그밖에 노동 분야를 대표해 조준호 전 공동대표, 판사 출신인 서기호 의원이 참석했다. 전교조 출신인 정진후 의원과 시민사회 출신인 박원석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이날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의원은 회의 전 "오늘 당 내 논의를 출발로 해서 당 안의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당 밖으로는 13일 민주노총의 결정을 계기로 해서 노동·농민·진보적 지식인까지 아우르는 과정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날 불참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큰 방향에서는 (혁신모임에) 동의한다"면서도 불참 사유와 관련해 "각론에 있어서 좀더 논의할게 있다. 정파 주도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해 나가면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최고위원은 소위 '구 민노당계 비(非)연합 혁신파'들의 입장은 "노동 주도의 제2의 진보적 통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통합과정에서 참여당이 싫어 탈당하신 분도 다시 돌아와야 하고, 3자 통합을 비판했던 진보좌파그룹도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만간 권영길, 천영세, 문성현, 조준호, 심상정 등 노동운동 출신 정치지도자들과 전·현직 산별대표자들, 노동운동 출신 최고위원들이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혁신모임 측에 이같은 제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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