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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와 이슬람 정권 권력투쟁 막 올라"

[분석] 의회 재소집 둘러싸고 충돌…'미국 교감설'도

이집트에서 신임 대통령과 군부 사이에 권력 투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9일 <BBC>의 현지 특파원은 "대통령 취임 열흘도 못돼 정치적 평화는 끝난 모습"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평화를 깨는 포문은 새 대통령이 열었다. 대선 직전 군부가 해산시킨 의회에 대해 재소집 명령을 내린 것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14일 이집트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총선이 위헌적 선거법으로 치러졌다면서, 이에 따라 구성된 의회도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권자인 군부에 의해 의회가 해산된 것이다.

그런데 새 대통령이 의회에 재소집 명령으로 의회 해산을 명령한 군부와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집트 새 정권과 군부가 권력투쟁으로 치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군부에 의해 해산되기 전 이집트 의회가 회의하는 모습 .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지 한달도 못돼 의회 재소집 명령이 내려져 군부와 충돌하고 있다. ⓒAP=연합
'군 통수권도 없는' 대통령, 군부에 도전장

새 대통령이 의회 재소집을 명령한 배경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쇼'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소외감을 느낀 자유주의 진영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 최대 종교적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 소속으로, 해산된 의회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은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 진영은 이집트 유혈사태를 겪으면서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달리 '자유 선거'에서는 조직력이 취약해 열세를 보였다.

이때문에 의회 재소집 명령에도 자유주의 진영 의원들은 오히려 참여하기를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지적대로 어떤 의미에서는 무르시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현재 무르시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라고 조롱을 받을 만큼 거의 권한이 없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군통수권 문제다. 정상적인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군최고통수권자로서 권한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집트의 새 대통령은 군통수권도 없다.

대선 전에 군부가 의회를 해산하고 입법권도 군부에게 있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임시 헌법을 일방적으로 공포했다. 임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군 인사와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없고 전쟁 선포 권한도 없다.

이 때문에 이집트의 유권자들은 오랜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대선 이후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몇 만명씩 모여 시위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부 "의회 재소집은 헌법 부정 행위"

따라서 무르시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식물 대통령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정치적인 필요가 있고, 이번에 의회 재소집으로 이런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해산된 의회의 의장도 10일 오후 2시(현지시각)까지 의원들에게 소집 요청을 했다고 화답했다.

침묵을 지키던 이집트 군부는 최고상급기관인 군 최고위원회(SCAF)이 하룻만에 "모든 국가 기관은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르시 대통령이 의회 재소집을 명령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부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회 해산 조치는 군 최고위원회가 했지만, 이는 오직 헌재의 명령에 따르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의회 재소집은 군부가 아니라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부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을 내세운 무슬림형제단과 군부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당분간 수위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무엇보다 무르시 대통령이 의회 재소집을 명령하면서도, 새 헌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단서를 달은 것이 이런 해석를 낳고 있다. 총선에서 선출된 의회의 임기 4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의회 재소집, 임기는 인정하지 않는 어정쩡한 명령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의회 재소집은 대국민 정치쇼"라고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새 헌법 자체가 제헌의회에서 제정되는 게 아니고, 군부가 발표한 임시헌법에 따라 구성되는 제헌위원회에서 새 헌법이 만들어지게 돼있기 때문이다.

제헌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임시헌법의 조항을 보면, 군부가 반대하는 내용은 새 헌법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새 헌법이 언제 만들어질지도 실질적인 결정권도 군부가 쥐고 있다.

이집트에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헌법 자체가 군부세력을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의회 재소집 명령도, 무슬림형제단과 군부의 복잡한 밀고 당기기의 과정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권력투쟁이라는 게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에게 잽을 날리는 식으로 군부에 도전한 것이고, 향후 정치 일정에 따라 권력투쟁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이슬람 정권과 군부 갈등 이용하나

무르시 대통령의 의회 재소집 명령과 관련해 미국과의 교감설도 나온다. 무르시 대통령이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예방을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의회 재소집 명령이 나왔기 때문이다. 번스 부장관은 무르시와의 회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의 활동과 권리를 지지하는 새 헌법을 입안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군부를 압박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 총회 때 무르시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했다고면서 무르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이집트의 대통령과 군부의 충돌 배경에 대해 이슬람 정권의 득세와 군부의 독재 사이에 균형을 취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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