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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투표중단 사태, 진짜 문제는…

[진단] 부정선거에 무능까지 확인…당내 갈등은 계속

통합진보당 사태가 만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부실·부정사태에 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 문제, 중간에 끼어든 '종북' 논란,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동시당직선거 중단사태로 쟁점이 계속 변하고 있지만 여론의 피로도는 높아만 간다. 한편에서는 이미 통합진보당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직선거 중단, 재투표 결정

당직선거 투표 중단 사태는 이전의 사태들과는 논리적으로 분리된 새로운 쟁점이다. 지난 27일 자정께 온라인 투표시스템이 멈춰선 이래 전문가와 각 선본별 대표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28일 현재까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당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7일 이내 재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운영위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투표중단 원인 규명을 의뢰하기로 했다. 사태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 당권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넘어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김선동·김미희 의원, 유선희·이혜선 최고위원 후보 등은 비대위원장 직을 유지한 채 당대표 선거에 나선 강기갑 위원장 이하 비대위원 전원이 즉각 사퇴하고 비상선관위를 구성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과거 민노당 시절부터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까지 당의 선거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현재 선거관리를 맡은 업체는 선거를 치를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사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현재의 업체 또한 충분한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강기갑 위원장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구 당권파가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병기 후보 역시 "정치적 책임이 꼭 총사퇴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구 당권파와 선을 긋고 나섰다.

투표중단 사태의 진짜 문제는…

문제는 당직선거에서마저 무능이 드러나고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번지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투표 중단사태가 빚어지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문제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태의 진상 △강령과 노선 개혁 등 이른바 혁신과제와 같은 쟁점들은 '묻히게' 됐다.

사태의 핵심인 이석기·김재연 의원 거취 문제의 경우, 이미 독립기구인 당기위로 넘어간 만큼 강병기 후보가 대표가 된다 해도 딱히 손쓸 방법이 없긴 하다. 그러나 이후 있을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거부해 온 구 당권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고 추후 복당 등이 논의될 여지도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은 현재 서울시당 당기위에서 내려진 제명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며 29일 오후 이들에 대한 2심인 중앙당기위 소집이 예고돼 있다. 당 내외에서는 7월 중순이 되기 전 중앙당기위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기 의원이 과거 대표를 맡았던 선거전략·홍보업체 씨앤커뮤니케이션스 금영재 대표가 28일 체포된 것이 이 의원의 거취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선거 업무를 맡았던 이 회사가 선거비용을 과다계상해 국고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냈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 이 회사 대표는 바로 이 의원이었다.

또 강병기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구 당권파는 대표가 지명권을 가진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장악하면서 '구' 자를 떼버리고 통합진보당의 주인 자리로 귀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문재인 의원 등이 경고했듯 야권연대가 위기를 맞으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비대위 측 한 인사는 "당이 무슨 명목으로 대선 후보를 내겠나"라며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등 비대위 지지 성향의 인사들이 대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4.11 총선 당일 투표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는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전 공동대표(왼쪽부터). 이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웃음지을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뉴시스

2차 진상조사보고서 놓고도 이견

비례대표 경선 진상에 대한 공방은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 수준을 넘어섰다. 우위영 전 대변인이 '당원을 믿느냐, 종이를 믿느냐'고 했듯이 믿음에 대한 문제가 돼버린 것. 구 당권파 측에서는 2차 진상조사 특위의 보고서 역시 편파적이고 부실하다며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반면 비대위 지지파인 참여당 출신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천호선 전 대변인 등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조사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구 당권파 주장의 핵심 논거는 외부 전문가의 용역 보고서가 2차 특위 보고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해당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광범위한 부정과 부실이 있었다는 총론과 주요 사실관계는 그대로 특위 보고서에 담겼으며 다만 해석과 관련한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용역 조사를 수행한 전문가는 투표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이뤄진 IP주소와 접근 횟수를 공개하며 '업무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특위는 같은 사실에 대해 "투표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선관위 관련자나 선거업무지원 관련인력 외에 선거시스템을 자주 열어본 내역이 존재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김미희 의원 등은 또 '소스코드 변경을 통한 조작은 없었다는 것이 용역 보고서에서 확인됐다'고 했지만 정작 외부 전문가는 투표시스템 조작 시도의 흔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간관계상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관련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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