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집트 증시, 민선대통령 확정에 9년래 최고 급등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집트 증시, 민선대통령 확정에 9년래 최고 급등세

[분석] 이집트 '무슬림 정권' 등장에 이스라엘은 초조

60년간의 이집트 군부독재 이후 첫 자유선거로 민선 대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집트 안팎에서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된 뒤 첫 개장한 25일(현지시간) 이집트 증시는 개장 한 시간 만에 6.07% 급등하고, 9년만에 가장 큰 폭인 7.5% 급등세로 마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대체로 이집트의 첫 자유선거로 무슬림 후보인 모하메드 무르시가 당선된 대선 결과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무르시의 당선은 민주주의를 위한 이정표라며 이집트 새 정부가 평화의 주축이 돼달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무르시의 당선을 '역사의 획을 그은 사건'이라며 축하하면서, 이집트의 군부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 당선자가 24일(현지시간) 당선 확정 후 첫 TV 연설을 통해 국민 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무르시는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 격이라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AP=연합
이스라엘 "이집트와의 평화협정이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집트의 대선 결과에 우려하는 반응도 있다. 가장 걸끄러운 반응을 보이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집트에 무슬림 정권이 등장하면 지난 1979년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이 깨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사방이 아랍과 이란 등 적대국가로 둘러싸인 '아랍권의 섬나라' 같은 신세이다. 그나마 이집트는 독재자 무바라크의 군사정권 체제에서는 친미 세속주의 정권으로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평화협정을 맺은 아랍 강대국으로 이스라엘을 둘러싼 세력균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무르시 당선자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며, 무슬림형제단은 친미 노선과 이스라엘과의 평화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새 정권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평화협정 폐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양국의 이익을 위해 마련된 평화협정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두 나라 간의 협력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무르시는 벌써부터 민감한 정치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의 관영통신 <파르스>는 무르시 당선자가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이스라엘과의 협정을 개정하기로 약속하는 조작된 인터뷰를 내보기도 했다. 무르시 당선자 측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런 인터뷰 보도가 나온 배경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사이에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군부와 타협, '세속주의 성향'으로 가나

대선 이후 이집트의 정권이 어떤 성격이 띠게 될지에 대해서도 각종 시나리오가 대두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터키식의 세속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독자적인 정치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여러 세력과 연합해야 하기 때문에 이슬람주의의 색채를 완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이 민주혁명 이후 자유선거에서 득세한 것은 어찌보면 어부지리에 가깝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의 민주혁명 이전만 해도 불법단체였고, 민주혁명의 주도세력도 아니었다. 또한 무바라크 독재체제에서 정권에 대항할 집단은 싹을 잘라버렸기 때문에 정당을 구성할 능력을 가진 집단조차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세계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무슬림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의 공백기에 상대적으로 가장 조직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단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해도 정치를 넘어 경제분야까지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세력과 타협을 해야 하고, 민주혁명 세력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에 세속주의 국가로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르시도 당선 확정 후 TV 연설을 통해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국민통합이 최대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무르시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무슬림형제단에서도 탈퇴했다.

이에따라 자신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는 이슬람주의의 색채가 가미되겠지만, 터키처럼 군부의 영향으로 이슬람주의가 강력히 견제된 터키식 세속주의 정권과 유사할 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군부는 권력 이양 약속, 넘길 권한은 거의 없어

문제는 군부와의 갈등이 얼마나 무리없이 조정되느냐다. 이집트 군부는 7월 1일 새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기 이전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군부는 사법체계까지 장악해 사실상 '사법 쿠데타'를 일으켜 자유선거로 구성된 의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해산시켰다. 지난해말 치러진 총선 직전 정당 후보만 입후보가 가능하도록 한 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내세워 무슬림형제단 등 야권이 3분의 2나 차지한 총선 결과를 부정한 것이다.

나아가 이집트 군부는 새 의회 구성 전까지 신임 대통령의 군 통수권 및 군 예산 편성권 등을 제약하는 임시 헌법을 공포했다. 국방장관도 군부가 직접 지명하도록 되어있다. 군부가 정권을 이양한다고 하지만, 넘겨줄 권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무르시는 대통령에 취임해도 이슬람 세력의 대표자라는 한정된 지위로 군부와 권력투쟁에 나서야 하는 '식물 대통령'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

또한 무르시는 처음부터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격이고, 당초 대선 후보으로 추대했으나 독재정권 시절 유죄판결 전력으로 출마 자격을 못갖 춘 카이라트 알샤테르가 사실상 새 정권의 막후 실세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알샤테르는 거부이면서 무슬림형제단의 전략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장기적인 혼란 재연될 수도

이집트가 이란식의 이슬람 신정국가로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능성을 크게 보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지만, 이집트에 다시 혼란이 발생해 장기화되고, 군부 역시 내부분열로 통제력을 잃는다면 무슬림형제단 강경파를 포함한 이슬람주의 세력이 이슬람화를 내걸고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세속적 권위주의 통치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부가 권력을 놓지 않고, 무슬림형제단도 이집트의 이슬람주의화에 역점을 둘 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무슬림 정권이 자유주의적 세력의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보수적 이슬람주의에 집착하면 군부에 기반한 권위주위적 정권이 이집트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