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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박근혜'가 되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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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보 박근혜'가 되어 달라"

[시민정치시평] 역주행 말고 '2013 대합의'의 길로

보수 쇄신의 깃발은 반갑습니다만…

박근혜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새누리당의 총선 지휘자로서 힘든 여정을 소화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그리고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연말 승리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게다가 당내에선 룰을 바꾸지 않으면 경선을 거부하겠다는 '비박(근혜)'계들과의 '룰의 전쟁'-생산적 비전 경쟁이 아니라-때문에 마음고생도 매우 심하시지요?

박근혜 의원께서는 아직 대선 후보로 공식 선언을 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편지에서 호칭은 그냥 '박 의원'으로 하겠으니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웬 생판 모르는 사람이 엉뚱한 편지를 보내나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정체불명의 사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무대접' 낙후지역의 대학 교수로, 굳이 말씀드리면 보수 쪽은 아니고 진보개혁쪽에 속해 있는 한 시민으로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제 걱정은 막상 이 편지가 배달사고가 나거나,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잘 사는 새 나라를 위해 고민하는 동시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보수의 쇄신'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올렸던 박 의원의 진정성에 대해 아직은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싶지 않은 민주공화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질문 겸 부탁 말씀이 있어 이 편지를 씁니다.

저의 편지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요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새누리당의 시대역행적인 '종북몰이'에 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새누리당이 국민과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새누리당이 역사박물관으로 안치된 헌 한나라당과 어떻게 새로운지를 보여주는 핵심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간판을 새로 바꿔 달긴 했지만 실속은 여전히 낡은 구태를 벗지 못한 게 아닌가 의심받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묻고 싶습니다. 새누리당이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의심받게 된 데는 당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로서 박 의원의 책임이 매우 크지 않은가요?

종북몰이의 덫

작년 12월이었지요.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 동반자로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민생을 워낙 엉망으로 망쳐 놓았기 때문에 거의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었지요. 침몰 중이던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 직을 맡아 당명도 갈아치우고 국민과 새 약속도 하고 해서 구해냈던 구원투수가 박 의원 아닙니까? 그렇게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한 다음, 4.11 총선을 진두지휘해'야권연대'를 누르고 새 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가 바로 박 의원 아닙니까? 물론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를 거머쥔 사실이 놀라운 결과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박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김종인, 이상돈 같은 합리적인 분들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것이 참신해 보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당시 박 의원이 칼을 쥔 한나라당 쇄신에 꽤 흥미를 가지며, <시민정치 시평>(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매주 발행하는 시론입니다)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습니다.

"통합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쇄신에는 소극적인 민주통합당도, 여전히 자기 틀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고 대중성을 회복하지 못한 진보통합당도 썩 미덥지는 못하다. …그에 반해 헌법 119의 대명사격인 인물과 하버드출신 청년사업가 등을 비대위원으로 끌어 들이고 쇄신의 기세를 높이고 있는 박근혜의 솜씨가 내 눈에는 더 돋보인다. ('MB의 실패가 곧 반MB의 성공이라는 것은 착각' <프레시안> 1.6.)

그랬었는데, 지금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에 도취한 때문인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너무 기고만장해진 것 같습니다. 명색이 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제 민주통합당의 새 대표가 된 이해찬 전 총리를 겨냥해 북한인권법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갖추었으니 심사"해야 한다며 빨간 보자기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또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종북주의자나 간첩출신들까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급기야 십자가를 밟게 해 기독교신자를 가려낸 것처럼 야당 국회의원 30여 명의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는 희대의 돈키호테 의원까지 등장했고요.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박 의원께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입니다.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박 의원께서 위 발언으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고 계신가요? 알고 했다면 고의라서 문제이고 모르고 했다면 무지의 소치이니 이는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박 의원이 한 건 통합진보당 내부 경선부정과 패권주의 논란을, 사상검증과 '간첩 만들기'로 비화시킨 새누리당의 '종북몰이'에 펄펄 기름을 붓고 새누리당을 헌 한나라당으로 역주행시키는 지도자 역할을 한 것입니다. 나아가 함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한반도 평화라는 새 시대정신을 향한 보수 진보의 합의와 선의의 경쟁에 찬물을 확 끼얹은 격이 됩니다. 헌 한나라당의 쇄신을 주도해 새누리당을 만든 주역, 당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이자 대한민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까지 거론되고 있는 박 의원께서 이렇게 냉전 수구적 맨얼굴을 보이다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박 의원의 이번 발언을 보고 대한민국 최강 보수당의 쇄신에 아주 짙은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박 의원의 발언은 무심코 한마디가 튀어나온 게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쇄신을 내세웠지만, 저는 거기서 박 의원의 뒤켠에 서있는 아버지의 망령을 보게 됩니다. 박 의원은 이상돈, 김호기 교수와의 인터뷰(<경향신문> 2011.12.4.)에서 '정치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즉 멘토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아버지"라고 대답하고, " 아버지가 가진 역사관, 안보관, 세계관"에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게 무섭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의 눈에 비친 당신은 자유와 민주의 절규 ,그리고 남북 교류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빨갱이' 몰이하며 종신 독재 길로 치달은 아버지 품안에 여전히 갇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박 의원을 보고 내가 어찌 대한민국 보수의 진정한 쇄신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 대선행보에도 좀처럼 벗기 어려운 덫으로 계속 남게 될 겁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새누리당 쇄신의 진정성을 따져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금석을 저는 '경제 민주화 '사안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박 의원께서는 헌 한나라당에 정말 큰 변화를 만들어 냈었지요. 박 의원이 지난 번 비상대책위원 구성때 김종인 씨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었습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군사독재정권에서 중요 공직을 역임한 대표적 '5공 인사'이긴 하지요. 그러나 그는 헌법 119조를 탄생시키데 마치 '아버지'같은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종인씨가 헌법 119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중요한 이유는, 민주화 시대에 오히려 재벌로 대표되는 경제세력이 나라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와 정치까지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재벌 독식과 '삼성공화국' 상황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통찰력 있는 분을 한나라당 쇄신 위원으로 영입했으니 대단한 일이었지요.

따지고 보면, 지금과 같이 재벌은 독점 독식하며 피둥피둥 살찌고, 노동자 서민에게는 마치 지옥 같은 시대가 도래한 것은 민주화 시대에 한나라당이 '경제민주화'를 '경제 자유화'로 변질시킨 탓입니다. 그리고 안 된 이야기지만 저는 박 의원께서 2007년 당내 대선 경선때 '줄·푸·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경제 자유화' 흐름을 탔던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김영삼 정부이래 헌 한나라당,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지난 시기 민주정의당이 주도하고 야당과 합의해 만든 헌법 119조, 민주화시대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오랫동안 위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 한나라당이 침몰위기에 빠진 것도 그런 위헌 행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지난 경과를 생각할 때, 저는 박 의원께서 김종인씨를 영입해 민주화 시대 대한민국 보수당의 정강 정책에서 '경제자유화'를 뽑아내고 '경제민주화'를 집어넣은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라고 봅니다. 새 누리당의 '국민과의 약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보게 됩니다.

"새누리당은 ...... 모든 국민이 함께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국민행복 국가'를 만들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 우리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것이 시대적 요구임을 깊이 인식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실효성 있는 복지제도를 확립한다."

"우리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자율과 책임, 분권과 창의,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되,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를 줄이는 한편, 성장과 개방의 혜택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한다. ......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

여기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을 '국민 행복국가', 또는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로 만들 것임을,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를 줄이며,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것임을 국민에게 엄숙히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는 민주통합당과 어떻게 다를지 분간하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렇게 '국민과의 약속'을 내어놓음으로써 저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서 일단,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을 위시한 제도권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와도 '2013 대합의' ( Great Consensus)를 이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2013 대합의'위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혹자는 통일가치를 중심으로 '2013년 체제'를 말하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한반도 평화야 말로 쇄신된 보수와 진보가 대합의를 이루고, 그 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새 시대정신의 기본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후 새누리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꼴을 보면, 국민에게 다짐했던 경제민주화의 약속, 스스로 주도해 만들어놓고도 시체로 만든 헌법 119조를 다시 되살리겠다고 한 것에 불과한 그 약속마저도 파기할까봐 심각히 우려됩니다. 이한구씨가 원내내표로 들어선 것부터 문제입니다. 그는 '간첩출신까지 원내대표가 되려한다'고 발언했을 뿐더러, 도대체 '경제민주화란 게 뭐냐'고 하면서 김종인씨를 비아냥거린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원내 대표를 하는 당이 어떤 경제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세간에는 새누리당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이한구식 보수 흐름과 김종인식 개혁 흐름 간에 갈등이 있다고 보지요. 그런데 이 두 흐름 중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경제민주화란게 뭐냐'고 웃음질한 이한구식 흐름에 박 의원이 손을 들어 준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요?

최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에서 발언한 내용들을 보게 됐습니다. 거기서 홍일표 원내대변인이 헌법 119조에 대해 '자유 시장 조항이 원칙이고, 경제민주화 조항은 보완적 성격'이라고 말했더군요. 이에 대해 김종인 씨가 먹통 같은 소리라며 1항, 2항은 동등한 조항이라고 가르쳐 주었고요. 김종인 씨는 새누리당이 "꼴통보수만 모인, 부자만 대변하는 정당"으로 찍힌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따끔한 말도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의원의 진짜 생각이 뭔지 궁금합니다. 다름 아니라 박 의원이 정말 이한구식 흐름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께서는 앞서 말한 이상돈 김호기 교수와 인터뷰에서, 문제의 '줄푸세'와 관련해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줄·푸·세 이야기할 때 우리 경제가 침체돼 있었거든요. 어떻게든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줄'은 감세를 말하는 건데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푸·세'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치를 세우자는 겁니다. '줄'의 감세 부분은 이 정부 들어서 많이 진행됐습니다. '푸·세' 부분은 아직도 유효합니다…….금융위기 때 민간 부분이 너무 탐욕스럽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감시 감독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게 금융위기의 큰 원인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가 계속 보완되고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박 의원의 생각이란 '줄'은 이명박 정부가 많이 했기 때문에 자제하겠지만 '푸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신자유주의는 보완되고 수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보건대 변함없다는 박 의원의 생각은 이한구 원내 대표의 생각과 거의 같아 보입니다. 나아가 고환율, 부자 감세, 전 방위적 규제완화로 재벌 독점 독식경제를 초래한 이명박 정부가 막판에 겉치레로 '공정경제', '공정사회'를 말한 것과 50보 100보 차이가 아닐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국민과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그 진짜 실체는 <80% 경제자유화+ 20%경제민주화>, 다시 말해 <20% 경제민주화로 '수정 보완된 신자유주의'>가 아닐는지요.

그런데 경제민주화의 핵심에는 재벌 개혁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의 재벌은 다름 아니라 지난 시기 박 의원의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괴물 같은 유산입니다. 그 괴물은 97년 외환위기의 주범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97년 이후 구조조정을 거친 후에는 다시 새롭게 변형된 형태로 나라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 역시 '종북몰이'덫에서 탈피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물려준 고질병을 치유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과 복지국가를 양자택일 과제인양 왜곡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습니다만, 그것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투트랙의 동시 과제입니다. 그 정도는 박 의원도 잘 아실 겁니다. 여하튼 아버지가 물려준 어두운 유산으로 인해, 그리고 민주화, 세계화 시대 '경제적 자유화' 때문에 고통에 빠진 국민대중의 삶과 나라경제를 '경제민주화'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 의원과 새누리당의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여전히 어두울 것입니다.
ⓒ연합뉴스

아버지를 넘어서야 합니다-'2013 대합의'를 위하여

짧게 쓴다고 한 편지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 편지에서 저는 박 의원이 침몰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해낸 것을-설사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해도-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박 의원의 쇄신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가자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2013 대합의'가 성립하게 됐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기고만장해져 국민에 다짐한 새로운 쇄신의 약속을 잊고 다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이 용인하거나 부추긴 종북몰이는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약속도 빈껍데기가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에 따라 모처럼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쇄신의 정신은 사라지고 다시 '이명박근혜'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이명박 정부의 잃어버린 5년과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로부터 나타난 새 시대정신에 역행하지 마십시오. 쇄신의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경제민주화의 길,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상생 경쟁의 길을 택하십시오. 나아가 '안보와 성장'이란 낡은 냉전 보수의 깃발을 버리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세 기본가치로 구성되는 '2013 대합의'와 그 위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리는 길로 나서십시오. 대한민국이 같이 사는 길입니다.

나는 전 노무현 대통령의 후예들, 그 '아들'에게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고 줄곧 말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박 의원께 부디 아버지를 넘어서는 '딸'이 되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국민들은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그 자신의 발로 선 박근혜를 보고 싶어 합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6월 항쟁과 민주화 25년을 맞는 오늘의 새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길이며, 아버지를 계승하면서도 아버지를 넘어서는 길이 될 것입니다. 곧 '바보 박근혜'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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