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바라크 일당 무죄판결 후폭풍…3일째 시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바라크 일당 무죄판결 후폭풍…3일째 시위

[분석] '아랍의 봄' 혁명 다시 불붙을 기세

민주혁명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혐의로 기소된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와 측근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재판쇼'로 전락한 결과가 나오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4일 <BBC> 방송은 "주말에 이어 이날까지 민주혁명의 상징적인 장소가 된 수도 카이로 타히르 광장에서 시민들의 시위가 3일째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아끌어낸 '아랍의 봄' 시위 과정에서 850여 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무바라크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검찰이 처음부터 부실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고, 10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이집트 형사재판부는 "시위대를 숨지게 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방조한' 혐의'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하비브 엘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에게 법정최고형인 25년형을 선고했을 뿐이다.
▲ 이집트 사법부가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무라바크 정권 인사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자 타히르 과장에 시민들이 모여 항의하고 있다. ⓒAP=연합
경찰 수뇌부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경찰 수뇌부 6명은 방조 혐의에 대해서조차 '구체적인 증거 불충분'으로 아예 무죄가 선고됐다. 무바라크와 두 아들 가말, 알라에게 적용됐던 2건의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무바라크는 1심 판결도 억울하다면서 즉각 항소했고, 검찰도 항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체제에서 한통속이라고 여겨져온 사법부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에 실망한 시민들은 주말 사이 타히르 광장에만 1만명이 넘는 시민이 몰려나와 '살인자 처형'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외신들은 수도 카이로는 물론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 이스마일, 수에즈 등 이집트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마치 무바라크 정권를 몰락시킨 지난해 혁명시위가 다시 일어난 듯하다"고 전했다.

이집트 시민들은 30년 철권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문과 살해 등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았던 무바라크가 1심에서 '방조 혐의'만 적용받아 25년형을 선고받은 것도 불만이지만, 경찰 수뇌부들은 아예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정의가 실종됐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살인이나 교사가 아니라 '방조혐의' 적용 자체가 문제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한 시민은 "이미 늙은 무바라크가 받은 판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무바라크는 한국의 나이로는 이미 여든다섯으로 25년형이 준수된다면 사실상 종신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이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이집트 법에 따를 때 무바라크를 비롯해 측근들에게 살인이나 교사 혐의를 적용해 사형이나 종신형이 내려져야 하는데, '방조혐의'가 적용된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정작 '살아있는 권력'들과 연결돼 있는 인물들은 무죄판결까지 받은 것은 '혁명의 성과'가 부정된 판결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집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 17일일 예정된 2차 투표에는 보수 이슬람단체 후보와 무라바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인물이 1차 투표에서 24.3%와 23.3%라는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하며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이처럼 민감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이번 판결이 나오자 이슬람 진영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다시 하겠다"고 나선 반면 구 체제를 상징하는 아메드 샤피크 후보는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면서 "샤피크 후보는 이번 판결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샤피크 후보의 발언 직후 그의 선거 사무실에 청년들이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사진을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샤피크 후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진영의 후보가 이번 판결에 따른 민심의 반감이 커져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무바라크는 지금까지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서 카이로 군병원에 있으면서 수감 생활을 피했으나, 선고 후 카이로 남쪽에 있는 토라 교도소에 수감됐다. 과거 자신이 탄압한 정적들이 수용됐던 악명 높은 교도소에 무바라크도 갇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ABC> 방송은 무바라크가 건강을 이유로 헬기로 이송됐고, 토라 교도소에 도착한 무바라크는 헬기에서 내리지 않겠다며 울면서 몇 시간을 버텼다면서 수감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무바라크는 자신은 가족이 돌봐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라는 주장을 거듭해 교도소 내 병동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언론은 이집트국립국제의료센터 의료진의 발언을 인용해 "무바라크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전했다.

독재자와 측근 면책, 해외 도피, 솜방망이 처벌

이집트의 상황이 지난 2년여간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랍국을 휩쓴 '아랍의 봄' 혁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바라크는 '아랍의 봄'으로 몰락한 독재자 중 처음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수감된 사례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보여주듯 혁명세력이 원했던 독재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한 후보를 보면, 구체제 인사와 정치세력화한 보수적인 종교세력의 대변자일뿐, 민주화를 대변하는 세력의 후보들은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아랍의 봄'이라는 혁명이 처음 일어난 튀니지에서는 23년간 집권한 독재자 벤 알 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달아났고, 부패혐의에 대한 궐석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예멘의 독재자 살레는 퇴진하는 조건으로 자신과 가족은 물론 측근의 면책까지 보장받고,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정도로 건재하고 있다.

현재 반정부 주민에 대한 학살로 전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는 1만명 넘는 국민이 죽어나가는 유혈사태를 일으키면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