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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선, '아랍의 봄'은 물거품인가?

샤피크 전 총리 선거본부 공격…1차 투표 '최악의 결과'

이집트 대선이 구체제 인사와 이슬람 진영의 후보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지난해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시위대들이 분노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3~24일 치러진 1차 투표 결과를 발표한 28일 저녁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아메드 샤피크 전 총리의 선거본부가 공격당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샤피크의 선거본부 사무실 건물은 한 때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큰 피해 없이 진압됐고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집트 경찰은 선거본부 근처에서 8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샤피크의 선거 포스터를 뜯어내고 선거본부의 컴퓨터 등을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공격을 이끈 이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민주화 시위대일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성지'였던 타흐리르 광장에서도 이날 수백 명이 모여 과거 무바라크 체제의 마지막 총리였던 샤피크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사실을 개탄했다.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곳은 1차 투표에서 좌파 후보 하딤 사바히가 1위를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 이집트 대통령 결선투표에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모르시 후보와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집권당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가 진출하자 28일(현지시간) 혁명적인 청년들이 반발하며 혁명의 상징인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으로 다시 몰려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 선관위가 28일 발표한 대선 1차 투표결과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무슬림형제단 진영의 모하메드 무르시 자유정의당 당수(FJP)가 24.3%를 얻어 1위에 올랐고 샤피크 전 총리가 23.3%로 다음 달 16~17일 치러질 결선 투표에 나란히 진출했다. 무라라크 정권을 실각시킨 민주화 운동의 결과가 '구체제 인사 대 이슬람주의자'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최악의 결과'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두 후보의 출마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집트 군부는 지난달 말 무바라크 체제에서 대통령, 부통령, 총리를 지낸 이들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만드는 법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샤피크 전 총리는 자신의 후보 등록 이후 승인된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위헌이라고 반발해 결국 출마 자격을 얻었다.

보수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 역시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어 비난을 받았다. 무슬림형제단은 애초 대중 인지도가 높은 카이라트 알 샤테르 국회 부의장을 후보로 밀었지만 구체제 시절의 전과가 문제가 되자 무르시 당수를 '대타'로 내세웠다.

오랜 독재를 거친 이집트가 처음으로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였던 이번 선거에서 민주화 시위대와는 거리가 먼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것은 시위대들의 표가 분산된 탓이기도 하다. 1차 투표 결과에서 좌파 후보 사바히는 20.4%, 온건 이슬람주의자로 시위대들과도 교감이 있었던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 아랍의사연합 사무총장은 17.2%를 얻어 구 정권 지지자들과 이슬람 세력의 조직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투표율 역시 46.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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