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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부실은행 공적자금 투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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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부실은행 공적자금 투입 본격화

[분석]부동산 거품 붕괴 따른 '막을 수 없는 죽음의 악순환'

2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증시가 상승세로 출발하다가 스페인 국채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1%가 못미치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마의 7%'라는 지속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가 6.4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장이 끝났다.

이런 금융시장의 반응은 스페인 정부가 예금 규모로 스페인 2위 은행인 방키아가 뱅크런으로 휘청거리자 190억 유로, 우리 돈으로 30조 원에 육박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발표와 관련돼 있다.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방키아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파산할 수밖에 없고, 방키아의 파산이 현실화되면 스페인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험해졌을 것이라면서 방키아에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예금 규모로 스페인 2위인 방키아가 뱅크런에 휘청거리자 스페인 정부가 19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키아는 28일(현지시간) 개장하자마자 30%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다. ⓒAP=연합
공적자금 시장 조달 걱정하면서 "구제금융 필요없다"

스페인은 금융권의 방만한 자금 조달이 문제가 되면서 급격히 무너진 아일랜드나, 막대한 국가부채로 디폴트 위기에 빠진 그리스와 달리,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재정위기로 빠지지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22% 하락했으나, 앞으로 20% 이상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부실해진 금융권이 극한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라 금융권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이번처럼 정부가 금융권 구제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재정이 부실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는 일단 터졌다하면 막기 어렵고, 게다가 스페인은 그리스의 경제보다 두 배 이상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부실 규모도 엄청나다는 점에서 스페인을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는 그리스에 대한 우려와 차원을 달리한다.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에 대한 자금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은 필요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은 스페인 국채 외면, 독일 국채 쏠림 현상

하지만 시장은 스페인 국채를 외면하고, 독일 국채로 몰려가고 있다. 이 바람에 이날 스페인과 독일 국채의 금리 차이는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인 5.11%포인트로 벌어졌다.일과의 금리 차이 '5%'는 국채의 담보 가치가 급격히 떨어쳐 '죽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티핑 포인트'로 알려졌다.

방키아 주가는 장중 30% 가까이 폭락하다가 12%로 하락 마감하는 등 스페인 대형은행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을 통한 외부 자금지원 없이는 부실 은행 해소를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키아뿐만 아니라 수백 억 유로씩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한 은행들이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모순된 말을 하고 있다. 구제금융이 필요없다면서 19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인 정부의 이런 모순된 발언은 사실상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4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냉소하고 있다. 4000억 유로는 스페인 정부가 향후 몇 년내에 상환해야할 국채 규모다.

그리스에서는 유로화 퇴장 현상 가속화

스페인이 구제금융설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는 구제금융 수준을 넘어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경제 일각이 붕괴되고 있다.

유로존 탈퇴를 예상하는 사람이 늘면서 유로화가 시장에서 퇴장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순간 유로화가 유로화를 대체할 화폐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민간은행에서는 고객이 돈을 찾을 때를 대비한 지불준비금이 감소하고 있고, 기업에 대한 대출이 사실상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들은 유로화에 대한 불안감에 신용거래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일반 상점에서도 유로화 현금을 주면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영수증을 주지 않아 탈세를 꾀하는 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리스 국민을 '세금 안 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것이 자구노력도 하지 않는 그리스를 유로존에 머물게 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치권은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에 대해 "그리스인들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작성한 최근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현재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러일으킨 남유럽 국가들이 모두 고질적인 탈세 문제가 있고, 이런 탈세 관행이 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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