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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우리는 멸족 위기, 악역 감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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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우리는 멸족 위기, 악역 감당하겠다"

이석기·김재연 등 출당 시사…"팔 잘라내는 고통스런 선택"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한쪽 팔을 잘라내는 듯한 고통스런 선택이 목전에 닥쳤다"면서 사퇴 권고를 최종 거부한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당기위 회부는 출당조치를 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 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밤을 고뇌와 번민으로 지새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보름 간 당선자 및 후보자 여러분께 대의를 위해 물러나주실 것을 요청드렸고 당의 어려운 상황을 빌며 설명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면서 "최후의 선택은 한 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의했다. 오늘 회의는 그것을 집행하기 위한 회의"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는 멸족(滅族)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당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대원칙이 오늘 우리가 결단하고 가야할 길이다. 어렵지만 그 길을 가자. 역사가 우리에게 악역을 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한 결심을 내비쳤다.

비대위는 앞서 이날 정오를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 경쟁명부에 속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바 있다.

"역사가 원한다면 악역 역시 감당할 것"

강 위원장은 "우리가 약해진 틈을 타고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서슴없이 우리의 당원명부를 빼앗아갔다. 구태정치 색깔론의 망령이 진보정치를 음해하고 모욕했다"며 "진보정치를 사랑하는 국민은 걱정스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분들의 애정이 냉소로 변할 때 진보정치는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는 한, 이명박 정부의 주구에게 속절없이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그것을 위해서라도 오늘 우리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내부적으로 논란과 공방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라며 "민심은 통합진보당의 석고대죄를 요구하고 있다. 혁신과 쇄신의 석고대죄가 오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을 망설이고 또 실패한다면 오는 12월 정권교체를 이뤄내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야권연대 동지들과 진보정치 주역들이 모두 오늘 우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성찰과 혁신의 행보를 주저하거나 포기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당 하나가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자체가 외면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회의엔 외부인사로서 비대위에 참여한 조영선 변호사가 처음으로 자리에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강 위원장과 내부 위원 4명, 조 변호사까지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 모두발언이 진행됐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비대위 회의에서 강기갑 위원장(왼쪽3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 위원장을 제외하고 왼쪽부터 이홍우, 민병렬, 권태홍, 이정미, 조영선 비대위원. ⓒ뉴시스

구 당권파, 회의 진행 방해…또?

당초 2시로 예정됐던 비대위 회의는 20분 가량 늦게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모임 '당원비대위' 측 주요 인사들이 회의 시작 직전 강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까닭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당원들은 비대위 회의장 밖 복도에서 '진상조사 특위부터 우선 가동하라', '진실이 우선이다. 누명부터 씌우지 말라', '죄 없는 비례후보 출당조치 웬말이냐'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모임의 대표 격인 오병윤·김미희 당선자와 안동섭 경기도당, 윤민호 광주시당, 윤병태 경북도당 공동위원장 등 5명은 강 위원장에게 사퇴를 거부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당기위 제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숙청' 등 격한 언사를 빌어 전달했다. 이상규 당선자는 면담이 이뤄진 사무실 옆 공간에서 자리를 지켰다. 김미희 당선자는 당초 이 당선자도 함께 자리했으나 중간에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김미희 당선자는 강 위원장에게 "중앙위 결정사항만 봐도 사퇴한다고 돼 있지 출당시킨다는 것은 없다"면서 "출당도 (중앙위 결의안 내용에) 있었다면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권고를 거부한 것이라고 하고 말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지만 안동섭 위원장은 "권고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나야죠"라고 맞받았다.

안 위원장은 '사퇴를 요구받은 본인들이 잘못이 없다는 것은 강 위원장도 확인하지 않았나'는 논리를 폈다. '경선 자체의 신뢰성이 없으므로 경선에 참여한 후보 전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당 중앙위원회 및 비대위의 입장이라면, '잘잘못을 엄격히 가려 잘못한 사람만이 물러나면 족하다. 전원 사퇴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진상조사를 다시 하는 것이 먼저'라며 "(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이끈 진상조사위의) 증거는 다 반박됐다. 부정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나"라고도 했다.

강 위원장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중앙위 결정이 난 이상 이 부분을 빨리 털어야 한다"고 한데 대해 안 위원장은 "주관적 판단"이라며 "부정선거 정당이라고 스스로 낙인찍은데 대해 국민이 실망했고 다시 당권을 놓고 파쟁하는 정당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강 위원장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표 시절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들으려 했는데 (강 위원장이) 지금은 안 그러신다"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소수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꼭 오늘 해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시간을 좀더 가지자"고도 했다. 몇 번이나 시계를 보던 강 위원장은 2시20분이 가까워지자 자리를 떴다.

그러나 안병섭, 윤병태, 윤민호 공동위원장 등 5~6명은 강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나고 비대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에도 2시간30분째 참관을 요청하며 회의장 안에서 버티기도 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회의 중이었던 오후3시10분경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던 중 진행 상황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당 관계자는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난감한 듯 말했다.

비공개 회의라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꿋꿋이 참관을 요청한 이들 때문에 회의는 4시경 결국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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