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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합진보 당원명부 등 담긴 서버 3대 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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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합진보 당원명부 등 담긴 서버 3대 반출

통합진보 "당원명부가 경선과 무슨 상관?…정치탄압"

검찰이 마침내 통합진보당의 '심장'을 손에 틀어쥐었다.

검찰은 22일 새벽 압수수색 영장 강제집행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전체 당원 명부와 경선 온라인투표 관리 시스템 및 해당 데이터 등이 담긴 서버 3대를 반출하는데 성공했다.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부를 관리해온 업체 '스마일서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다.

당 지도부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원내대표)와 현역의원, 19대 국회 당선자, 당직자, 평당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저항했으나 검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고 영장을 집행했다.

이정미 당 비대위 대변인은 "21일 오후 11시경 검찰과 경찰 병력 100여 명이 서버실 앞을 지키던 박원석(비례),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김제남(비례) 당선자와 당직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며 "박원석 당선자는 경찰과 몸싸움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건물 내 방 안에 격리감금시킨 상황"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오전 8시35분경부터 영장을 제시하며 압수를 시도했으나 통합진보당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14시간 넘게 대치를 이어갔었다. 검찰의 압수 대상은 스마일서브사(社)와 당 선거관리 시스템을 맡았던 '엑스인터넷'사, 그리고 당사 3군데로 좁혀졌다.

그러나 결국 이날 밤늦게 검찰은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이정미 대변인은 압수 과정에서 "해당업체나 관련자 등 어떤 입회인도 없는 상황"이라며 "변호사의 입회를 요청했으나 검찰은 묵살하고 있다"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변인은 "변호인의 입회를 거부하며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회의원 당선자(박원석)에 대한 불법 감금에 대해서도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진보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당정치활동의 기본권을 짓밟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폭거"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0년 2월 당시 민주노동당, 2006년 4월 한나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당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물러난바 있다.
▲22일 새벽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스마일서버' 업체로부터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가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차량 좌석 가운데 검은색 물체)를 압수한 검찰 수사관이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검찰 압수수색 적절했나?

검찰은 마치 당원 명부 확보만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스마일서브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성공하자마자 당사에 투입했던 수사관 20여 명을 철수시켰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제시한 혐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다. 비례경선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속임수를 사용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이라는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를 방해당한 피해자'인 통합진보당은 수사 요청을 한 적이 없다. 물론 업무방해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를 원치 않아도 기소할 수 있다. 검찰도 '부정경선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사실상의 선거범죄'라는 논리를 대며 극우단체인 제3자의 고발에 따른 수사도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당의 고유 권한인 공천권 행사에 대해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반박도 예상된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당 자체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통해 문제가 된 경선에 참여했던 당선자 및 후보자들의 전원 사퇴를 결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앞서 전날 오전 "당의 심장인 우리 당원들의 명부가 침탈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대위 회의를 오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21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비대위 회의에서는 중앙위 결의를 거부하는 당선자 및 후보자들에 대한 처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강 위원장은 "헌법에 정당의 정치자유가 보장돼 있다"며 "이 사태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선출과정 내부문제이고 당내 경선에서 일어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에게 약속한 혁신의 방안과 자체수습 방안이 검찰 압수수색 때문에 지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정미 대변인도 "검찰의 압수수색은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짓밟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원명부 압수는 경선 부정과는 무관…불순한 의도"

나아가 수사가 정당했다 치더라도 검찰이 '당원 명부'를 확보한 것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2010년 구 민주노동당 시절,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에 대해 형사처벌을 시도한 바 있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언론에 '흘리기'할 경우, 꼭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당원들이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면 통합진보당 당원임이 밝혀진 노동자를 고용주나 관리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과 이정미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한결같이 "당원명부는 당의 심장"이라며 반발하는 데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모든 당원의 신상정보를 권력이 움켜쥠으로써 지속적으로 진보정당의 모든 당원들을 공권력의 정치적 목적 앞에 발가벗겨 놓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더구나 검찰은 업무방해를 압수수색 이유로 들고 있는데, 선거인명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당원명부 일체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탄압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앞에 내홍을 겪던 통합진보당은 일시적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기갑 위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는 일은 지금 우리 당원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갑 비대위의 행보에 부정적이었던 당내 모임 '당원비대위'도 지도부의 방침에 적극 동조했다. 이 모임의 대표 격인 오병윤 당선자(광주 서을)는 "공안검찰의 당 파괴 기도에 맞서 통합진보당을 사수하기 위한 전면전에 전 당원이 힘을 결집해야 할 때"라며 "당원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지금 즉시 당사로 집결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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