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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입한 통합진보당 사태,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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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입한 통합진보당 사태, 어디로 갈까?

[전망] 진보정치 진로와 야권연대에 미칠 영향은…

정치적 감각 하나만은 그 어느 정당과 집단보다 더 뛰어난 검찰이 드디어 통합진보당 사태에 뛰어들었다.

구 당권파를 제어할 물리력과 정치력을 갖추지 못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혁신비대위의 발목을 잡을 능력만 지닌 구당권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민주당과 당외 '진보개혁 세력', 밀었다 당겼다 하면서 속도와 수위만 조절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 다른 주·조연급 세력들에 비해 확실히 검찰은 한 수위의 능력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21일 아침 통합진보당 대방동 당사 뿐 아니라 통진당의 발주로 온라인 투표를 담당했던 (주)엑스인터넷정보, 서버가 있는 성남 분당의 KT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주요 장소를 급습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목록에는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 투·개표록 ▲선거인명부 ▲투표과정에서 작성된 투표지 ▲현장투표 진행 경과와 전산자료 등 그 투표 결과가 기록돼 있는 자료 ▲ 비례대표 경선 투표와 관련된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투·개표 내역 ▲이 투표시스템 및 데이터베이스 접근 내역 또는 열람·수정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로그 기록 등과 관련된 자료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집, 작성한 자료 등이 모두 포함됐다고 한다.

전례로 볼 때 검찰이 이 자료를 모두 입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오랜만에 힘을 합쳐 물리적으로 저항하고 있고 민주당도 검찰을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 입장에선 이 자료들을 오늘 입수해도 좋고, 아니라도 답답할 것이 없다. 답답한 것은 통합진보당 비당권파, 민주당, 당 밖의 '진보개혁 진영'이다.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 넷 중 한 명은 와병, 나머지 셋은 침잠 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檢 수사, 당권파에겐 '활로' 비대위에는 '진퇴양난의 험로'

당권파 측은 이미 장기전 준비에 돌입했다. 김재연 당선자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시댁으로 ,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한 당내 인사의 집으로 주소를 옮기며 당적도 경기도당에 마련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직후 당권파 자장에 있는 비례대표 7번 조윤숙 후보는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이 배석한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불가"를 천명했다.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공안검찰에 의해 또 다시 진보정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공안검찰의 당 파괴 기도에 맞서 통합진보당을 사수하기 위한 전면전에 전 당원이 힘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기 당선자 등이 수 차례 '조중동 프레임'이라는 프레임을 걸어도 별로 먹히지 않아 울고 싶던 차에 검찰이 뺨 때려준 격이다.

혁신비대위의 이정미 대변인은 '(오늘 오전으로 예정됐던) 이석기, 김재연 출당 논의가 늦어지게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오후에 열리는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과를 말씀 드리겠다"고 대답했다. 당권파 쪽에선 비당권파를 향해 "검찰이 당을 '침탈'하려는데 '동지'들을 축출하려 한다"고 공세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혁신비대위가 '봉합'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러면 공멸이다.

"갈라져선 안 된다"는 공감대는 뚜렷, 그 대목이 약점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정치의 본질 ▲12월 대선의 정권교체와 야권연대 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먼저 진보정치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함해 '경기동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진보진영이 당권파를 압박했지만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당권파 측은 "여기서 몇 대 더 맞은들 더 손해볼 것이 뭐가 있냐"는 식의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발목 잡을 정도의 힘은 있다.

이런 까닭에, '진보시즌2'라는 '점령하라(occupy)'운동의 단초가 보이지만, "정권교체 여부와 별개로 노동자, 민중 그리고 진보정치의 앞날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키워야 할 당"이라고 주장하긴 민망해졌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국면에서는 양측에서 "한 번 갈라져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느 진영에 전망을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지금 또 갈라져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구 민노당 출신이지만 통합진보당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 한 인사는 "'갈라져선 안 된다'는 공감대, 바로 그 대목이 당권파가 힘을 쓸 수 있는 지점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정치학 교수는 "'진보시즌 2'는 대선 끝나야 가능할 일 아닌가 싶다"면서도 "대선이 끝나도 정권교체가 되면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면 '힘을 모아야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손익계산서는?


야권연대 측면에서도 보면 더 어둡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공적이 되어있는 당권파는 진보진영 내에선 전통적으로 야권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쪽이었다. 이번 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정' 운운해 뭇매를 맞은 사람이 이정희 전 대표다. 그런데 그가 단시일 내에 스타덤에 오른 데는 전통적 진보세력과 달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친연성을 스스럼없이 표현한 것도 한몫했다. '개혁진영'은 이런 이정희 전 대표를 두고 "새로운 진보"라고 상찬했다. 이런 배경에서 경기동부와 구 참여당은 민주노총과 구 진보신당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잡았고 결국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통합진보당은 이제 뜨거운 감자가 되버렸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인사는 "구도를 볼 때 야권연대를 대선 때까지 유지해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총선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스스로 중심을 못 잡고 통합진보당 페이스에 흔들린 면이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게 된다면 그건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도 너무한 식'으로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야기가 달리진다. 그런 단초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당장 민주당 당권 경쟁, 후보 경선에서 이 문제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울산에서 충격적 4위를 한 이해찬 전 총리는 야권연대의 원로그룹격인 '원탁회의' 구성원이다. 보수 진영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상임고문이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 쪽에 가까운 트위터리안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중동'과 '제2의 노무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 들이댄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로 야권 대권 주자 중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문재인,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은 안철수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주당 뿐 아니라 야권 내 전통적 갈등구조인 '좌클릭론-실용강화론'을 더 벌리는 동시에 안철수 대망론을 더 키울 수 있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당장은 답도 안 보인다.

그러니 가장 득보는 사람은 박근혜다. '오버'만 하지 않으면 되니, 이보다 좋은 포지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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