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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인상안' 두고 일본 정계 대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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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인상안' 두고 일본 정계 대분열

[분석] "증세 없이 나라 망해" vs "경제만 더 어려워져"

일본 정국이 1994년 이후 18년만에 추진되는 소비세 인상안을 둘러싸고 요동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5%인 소비세를 2015년까지 2단계에 걸쳐 두 배로 올리는 정부·여당안을 확정해 30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소비세 인상안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집권당 내에서도 강력한 반대 세력이 있어서 의회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신당은 소비세 인상안에 관철되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을 공식 경고했다.

정부와 여당이 최종 합의안을 만드는 데만 지난 8일간 46시간이 넘는 격론을 벌인 끝에 4차례나 수정을 거듭했으나, 현행 소비세율 5%를 2014년 4월까지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올리는 핵심 조항은 바뀌지 않았다.

▲ 정치생명을 걸고 소비세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로이터=뉴시스

소비세율, 3년에 걸쳐 두 배로 인상 추진

일본은 양원제로 소비세 인상안은 집권당이 다수당인 중의원은 물론 참의원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 분열도 있고, 참의원은 야당이 다수여서 최종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만일 증세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으로 정계를 재편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본에서 소비세 인상 문제가 이렇게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된 것은 소비세라도 인상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재정 운용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세금 인상을 위한 세목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고령화되면서 노동인구가 줄어들어 소득세라는 직접세를 건드리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간접세인 소비세는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소비세가 유일한 증세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은 나라빚의 거의 대부분이 외국이 아니라 국민에게 빚진 것 때문에 당장 유럽식 부채위기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는 두 배가 넘어, 이 비율로 따지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여기에 경제 성장이 계속 부진한 상태에서 계속 빚이 누적되면서 더 이상 국채도 맘껏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문에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해도 소비세 인상을 관철시키지 않으면 한계 상황에 부닥친다는 것이 노다 총리의 판단이다.

복지공약 잇딴 철회, 지지기반 흔들

문제는 지난 2009년 민주당이 거의 50년만에 자민당의 독주를 저지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때 대대적인 '무상복지 패키지' 공약을 내걸었는데,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국민의 지지 기반이나 당내 단합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당시 민주당은 아동수당, 고속도로 무료화, 고교 무상교육 등 각종 복지공약을 내걸고, 세금 인상없이 예산 절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실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공약을 잇따라 철회하면서 번번히 사과를 해야 했다.

최근에는 재무장관의 사과 발언이 화제가 됐다. 공약을 만들 때는 정부 밖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정권을 잡아서 정부에 참여해 보니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 소비세라도 인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오히려 사상 최대의 국채를 발행하는 등 정부 부채만 급증했다. 이로 인해 지금 집권당 지지율은 20%도 안된다.

소비세 인상 문제로 집권당 자체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금 인상 없이 복지를 확대한다는 공약을 지키자는 쪽과 국가가 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공약을 철회하자는 쪽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14년만에 잠정예산 편성, 국채발행도 제동

게다가 일본은 올해 예산안도 처리못해 4월1일부터 잠정예산으로 버틸 정도로 재정을 둘러싼 정치권 대립이 심각하다. 일본 정부가 잠정예산을 편성하기는 14년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별공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국채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야권이 반대하고 있어 언제 법안이 처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당장 재정을 압박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노인들에게 월 7만엔, 거의 우리 돈으로 월 100만 원씩을 기초연금으로 주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미 2009년부터 재정에서 절반을 충당해야 할 정도로 기금이 바닥난 상태다.

이에 따라 소비세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재정난이 심화되고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면에 소비세안이 통과돼도 일본의 경제가 가뜩이나 침체여서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BBC "인상하려면, 재건사업 효과 있을 때 해야"

이때문에 <BBC> 방송은 "소비세 인상이 필요하지만, 일단 소비세 인상안이 통과되도 나중에 실행이 보류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면서 "결정하기 참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BBC>는 "지난해 대지진 이후 대규모 재건사업이 진행되는 효과로 경제가 반짝 상승세를 보일 수 있는 2012년말이나 2013년 초 정도에 소비세를 인상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재건경제 효과가 사라져 소비세 인상이 경기침체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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