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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북한 군부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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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북한 군부는 웃는다?

[정욱식의 '오, 평화'] 이어도 분쟁과 NLL 위기가 만나면

해군과 삼성물산이 결국 강정마을의 구럼비 노출암 너럭바위에서 처음으로 발파를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지난 3월 6일 시작된 발파 작업은 이전까지 구럼비 해안 위쪽의 케이슨 제작장 부지에서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는 구럼비의 심장부를 도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한 공권력 투입으로 부상자와 연행자도 속출하고 있다.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토를 파괴하면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이루려는 국가안보가 무엇인지를.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도 막대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군이 이어도 인근 수역에 초계 활동에 나서면 중국과의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갈등은 피하기 어렵고, 미군이 이 기지를 사용하면 미중 갈등에 한국이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안타깝게도 정부나 해군은 이러한 '국익의 관점'에서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전략적 문제가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북한 군부의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맹비난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반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비판/반대 진영을 '종북ㆍ좌파'로 매도하는데 근거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FTA"라고 말할 정도다.

이어도 분쟁과 NLL 위기가 만나면

아마도 북한 군부는 군사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제주 해군기지를 두 가지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다. 하나는 필자가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해상 미사일방어체제(MD) 문제이다. 제주해군기지가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의 중간 기지로 이용되면 북한에게는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미 행정부가 밀실에서 논의해온 것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핵심 군사 기지들인 오키나와나 괌이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권에 포함되면, 북한의 대미 억제력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에게 전략적 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없다. '총알로 총알 맞추기'에 비유될 정도로 MD는 근본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무기체계이다. 또한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능력을 강화해 한미, 혹은 한미일의 MD에 맞설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제주 해군기지가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북한 군부가 여길 가능성이다. 주지하다시피 NLL은 '북한의 심장부를 겨냥한 비수'와도 같은 존재이다. 북한이 10여년에 걸쳐 줄기차게 NLL 무력화를 시도해온 핵심적인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와 NLL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누누이 강조하지만 만약 한국 해군이 결국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해, 이어도 초계 활동에 나서거나 미중 갈등시 미군의 기항지나 발진기지로 이용되면, 한중간의 군사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그리고 북한 군부는 이러한 상황 발생을 NLL를 무력화할 수 있는 호기로 간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해군이 남방 해역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틈타, 북한이 NLL 월선과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서해상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남쪽에서는 중국과, 북쪽에서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역시 남방 해역 분쟁 발생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를 적극 만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이러한 주장이 기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은 '예방'에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 4년간 남북관계는 파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미국과 함께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한미 전략동맹도 추구해왔다. 최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입장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정일 사후 북한에서는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계 2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이자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과 갈등의 소지를 키워가는 것은 극히 어리석고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안보와 국민경제를 위해, 그리고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불필요한 전략적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마땅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중단해야 할 까닭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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