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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낙마는 마오쩌둥 부활에 대한 우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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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낙마는 마오쩌둥 부활에 대한 우려 때문"

[분석] '점진적 개혁 합의, 계파간 권력투쟁은 본격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대열에 올랐던 보시라이 충칭시 총서기가 지난 14일 폐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직후 해임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권력 교체기를 맞은 중국에서 계파와 노선 투쟁이 본격화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3200만 명으로 도시라기보다는 국가 규모급인 충칭시를 이끌어온 보시라이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마오쩌둥의 이념을 받드는 극좌파에 속한 인물이지만 충칭시장으로서 적극적인 외자 유치 등을 통해 한해 15%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업적을 쌓았다. 조직폭력배 일제 소탕 등 과감한 정책과 화려하고 직설적인 어법을 구사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게다가 보시라이는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의 태자당 출신이어서 오는 10월 차기 공산당 핵심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하나로 선출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상무위원회는 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해 9명으로 구성되는 실질적인 최고권력기구이다.

▲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보시라이 충칭시 총서기. 대회 폐막 직후 보시라이가 해임되면서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연합
"중국 지도부, 점진적 변화 추구하는 집단지도 체제 고수"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보시라이의 해임은 중국의 이너서클이 점진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마오쩌둥 식의 정치인을 배제하기로 합의한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시라이는 독단적인 스타일이어서 그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했다면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공산당 지도부는 그걸 원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시라이의 인기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이후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데 반해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 분열은 한계 상황에 왔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공산당의 노선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의 비극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대혁명은 1970년대 전후 10여년간 진행된 극좌파적 운동으로 마오쩌둥의 노선을 추종하는 홍위병들이 당 간부를 포함해 수백만 명이 이 기간에 숙청됐다.

원자바오 총리의 경고는 현재 공산당이 노선을 둘러싼 고민을 드러낸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적인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이를 잘 수습하지 못하면, 결국 반동적으로 문화대혁명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산당 지도부도 하고 있는 것이다.

"폭동 일어날 수준의 빈부격차, 내가 바로 잡겠다"

반면 보시라이는 이런 우려에 대해 거침없는 해법을 제시했다. 도시와 농촌간의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의 투자를 강조하는 이른바 '충칭 모델'을 통해 실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30여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도농간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부작용을 막지 못한 중국 지도부는 '충칭 모델'의 성과에 당황했다.

게다가 보시라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빈부격차는 지니계수로 측정할 때 "사회과학자들이 폭동이 일어날 수준이라고 말하는 수치"라고 폭로하면서 "이를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보시라이의 이런 발언은 마오쩌둥를 다시 불러낸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보시라이는 "마오저뚱이 말했듯,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와 먹을 것을 보장하고, 모두가 부를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소수만이 부자라면, 자본주의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실패했다"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계급이 형성된다면, 우리는 정말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은 시진핑마저 보시라이를 더이상 보호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침묵을 지키던 중국의 지도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원자바오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해 비판했다. "보시라이는 반성해야 하며, 법에 따라 엄정히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원자바오가 기자회견을 통해 작심한 듯 구체적인 발언들이 이어지자 "보시라이 같은 극좌파 인물은 제거하되, 공산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노선으로 가자는, 계파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무위원 9명 중 7명 물갈이, 계파간 암투 불가피

하지만 노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해도 계파간의 권력투쟁은 보시라이의 낙마를 계기로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무위원은 70세를 넘길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7명(후진타오, 우방궈, 원자바오,자칭린, 리창춘, 허궈창, 저우융캉)은 올해 안에 모두 물러나게 돼 후임 자리를 놓고 계파간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권력은 3개 계파로 나뉘어져 있다. 후진타오가 속한 공산주의 청년당(공청단), 일종의 정치기득권세력으로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있다. 태자당은 혁명원로 자제들로 구성되며, 상하이방은 후진타오에 앞서 최고지도자였던 장쩌민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이다. 현재 태자당과 상하이방은 일종의 연합세력을 형성해 공청단과 세력 다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가 공청단에서 태자당 출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태자당의 핵심 인사인 보시라이가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하려는 직전에 낙마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단순히 노선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한 계파간 견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보시라이의 낙마는 현재의 권력이 차기 권력을 견제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잘 나가던' 보시라이는 최측근에게 갑자기 배신을 당하면서 돌연 낙마했다. 지난달 6일 보시라이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이 중국 청두에 있는 미국의 총영사관으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면서 피신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왕리쥔은 "보시라이는 천하의 간신배로 그가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을 초래했다. 왕리쥔이 미국 총영사로 피신하면서 국가 기밀자료들을 뭉텅이로 들고 간 것이다.

이로 인해 보시라이는 "사람을 잘못썼다"면서 공개 반성하면서 낙마만큼은 면하려고 했으나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중국 지도부가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격노할 만큼 대형사고를 일으킨 왕리쥔을 중용한 보시라이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보시라이를 낙마시킨 왕뤼쥔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왕뤼진의 비리를 당 기율을 맡고있는 기구가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왕뤼진이 보시라이에게 보호를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배신을 하게 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보시라이를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주변 측근부터 치는 숙청작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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