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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 오바마의 선택은 외교 MB는 국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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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 오바마의 선택은 외교 MB는 국내정치

[한반도 브리핑] 북미관계와 길 잃은 한국 외교

뉴욕에서 한국은 길을 잃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교를 하는 동안, 한국은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다. '통미봉남'과 '왕따 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패한 외교'의 예정된 운명이다. 북미관계 활성화와 남북관계의 단절, 이른바 남북미 삼각관계의 악순환이다. 어떻게 될까?

한미공조 이상 없다고 외칠 때가 아니다

과거 김영삼 정부 때 그랬다. 북미관계가 활발했지만,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 매달렸지만, 결국 미국은 자신의 길을 갔다. 그때 정부도 입만 열면, '한미공조 이상 없다'고 외쳤다. 지금 비슷한 광경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국 외교가 뉴욕으로 달려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미국은 말로는 한국을 배려하고 있다. 3월 9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말로 위안을 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야말로 '립 서비스'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2월 29일 북미 합의문에 남북관계에 관한 문구가 없다. 이례적이다. 한국은 북미관계에 앞서 남북관계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뒷다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열렸던 북미 회담에서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개선 문구를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현재와 비슷한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96년의 사례가 있다. 그해 9월 강릉 잠수함 사건이 발생했다. 이태 전 맺은 제네바 합의 이행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서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그해 12월 29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유감을 표명했고,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함께 힘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왜 달라졌을까?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완강하게 거부했고, 미국 역시 북핵 협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가 아니라 대북 협상을 선택했다. 앞으로도 미국은 립 서비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한국 정부는 북미관계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물론 남북관계를 미국이 대신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어이없는 환상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에 25만 톤의 영양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실무협의를 통해 분배 투명성 문제도 협의했다. 이제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협의가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매월 2만 톤씩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5.24 조치는 명분을 잃었다. 북한은 한술 더 떠서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남측 민간의 지원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했다. 한국은 그럴 생각도 없지만, 경제적 수단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민간교류에 대한 제재의 명분도 잃어버렸다.
▲ 지난해 11월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분간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관계가 주도

북핵 협상의 틀이 변화하고 있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적 접근에서 북미 회담이라는 양자접근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북미 양자협상을 선호해 왔다. 미국 역시 이란 핵문제와 북핵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양자접근의 효용성을 재발견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6자회담을 중시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은 앞으로 협상의 장이 아니라, 진전된 협상을 추인하는 외교적 형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외교적 역할도 주목된다. 현재 대부분의 북미 접촉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역시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며, 북핵 문제의 진전을 바란다. 북미 양국과 중국이 정세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미중관계와 북중관계를 통해 중국의 중재적 역할도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지원으로 북미 양자협상이 새로운 협상의 틀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의 역할은 그만큼 제한된다.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고려하면, 이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은 이제 북방을 잃어버린지 오래고, 남방외교에서도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남-북-미 삼각관계의 악순환은 한반도 정세나 북핵 문제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북한 핵의 실질적 폐기를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진전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은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신뢰 구축과 관계 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북관계 없는 북미관계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관계는 최소한 상황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할 의지는 약해 보인다. 결국 2012년은 상황 관리의 해다. 북미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정세 관리의 책임감은 어디로 갔는가?

한국과 미국 모두 선거 국면이고, 정치의 계절이다. 북한 변수를 다루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도 분명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협상의 진전을 통한 상황 관리를 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본격적으로 국내 보수층 결집을 위해 북한 변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외교를 선택했는데, 한국은 국내정치로 대응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와 보수층의 접근이 도를 넘고 있다. 왜 중국 공관에 들어가 있는 탈북자들이 억류 생활을 하고 있는지, 노골적인 북송이 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는 자신의 외교적 무능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더 많은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고,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능력이지 이념의 홍보가 아니다.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정세를 관리하는 대신 악화시키고 있다. 통미봉남의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선거 국면에서 북한 변수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결국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불균형만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몇 번의 선거에서 확인되었지만, 지나친 대북 강경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뿐이다. 한국 외교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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