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남방해역의 군사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사기입니다. 건국 이래 남방해역에 그 어떤 분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어도, 그건 섬이 아닙니다. 암초입니다. 오히려 해군의 몸집불리기를 위한 이런 무모한 도전은 중국을 자극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우리가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9일자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주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비난하면서 "안보 해체를 노리는 종북(從北)의 전략"이라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보수 논객 변희재 씨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통진당은 이어도가 국토가 아니라고 선언한 셈"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심상정은 남방해안에서 중국과 분쟁이 벌어진 적이 없다는 근거로 제주 해군기지 철폐를 역설했는데, 이제 어떡하나요? 이어도는 어차피 암초일 뿐이니 중국에 넘겨주며, 분쟁 타결하자고 주장하겠네요"라며 심 대표의 발언을 비틀어 매도했다.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심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통진당 해적녀에 이어 심상정까지… 백두산 반 갈라서 중국 넘겨준 북한이나, 대한민국 영토·영해를 중국에 못 넘겨줘 안달 난 통진당이나, 난형난제"라며 거들고 나섰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인터넷판을 통해 '심상정-강용석 '이어도는 암초?' 논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 심상정 진보통합당 공동대표 ⓒ뉴시스 |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 왜?
이러한 와중에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3월 3일 <신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자신의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7월부터 이어도에 대한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이어도 인근 수역에서 인양 작업을 벌이던 우리 선박에게 퇴거를 요구한 바 있고, 12월에는 3000톤급 순시선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어도가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에는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와 함께,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행태는 이명박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중국의 한 관변학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와 인민들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과 중국의 이어도 관할 해역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한중관계에 큰 악재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는 정부의 입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이어도를 포함한 남방해역 보호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필자가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것이다. 중국과 "영토 분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합의한, 그러나 EEZ 획정이 합의되지 않은 수역에 한국이 먼저 해군 함정을 보내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 인근 수역이 국제 분쟁 지역이 되고 한중관계도 악화되는 것은 결코 우리의 국익에 부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진영의 심상정 대표에 대한 공격은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무시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심 대표는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라고 말했다가 보수 진영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입장은 뭘까? 작년 7월 이어도 인근 수역에서 한중간의 외교 마찰이 빚어졌을 때, 외교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나 영해문제가 될 수 없다. 한·중 양국은 이어도가 영토분쟁 지역이 아니라는 점에 합의했다."
이어도가 한중간에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양국이 주장하는 EEZ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무시하고 심 대표의 발언을 마치 영토 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보수 진영은 공격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어도를 영토나 영해 문제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심 대표가 아니라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이고, 그래서 중국과 영토 분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외교부를 비난해야 앞뒤가 맞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합의를 파기하고 이어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선언해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해야 한다.(물론 필자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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