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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완전한 승리 선언' 이틀만에 "부정 선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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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완전한 승리 선언' 이틀만에 "부정 선거 인정"

[진단] '눈물의 푸틴' 신속한 유화책, 야권은 '구심점 부재 논란'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다미르 푸틴이 지난 4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예상대로 후폭풍이 거세다. 푸틴이 승리를 선언한 바로 다음날부터 크렘린궁 주변 광장에만 몇 만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고 시위가 계속될 기세다.

현재 수도 모스크바는 여전히 진눈깨비가 내리는 등 매서운 날씨인데도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열기가 뜨겁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저녁부터 크렘린궁 북쪽 푸시킨 광장에서 개최된 야권 연대 집회에는 2만 여명이 모였고, 참가자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푸틴의 퇴진과 재선거 실시를 요구했다.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놀란 푸틴 정권은 경찰을 동원한 강경진압에 나서 모스크바에서 250여 명, 상트페테르크부르크에서 300여 명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주도하며 '혁명의 기수'로 부각된 반정부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등 야권 지도자들도 다수 체포됐다.
▲ 5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2만 여명이 모여 푸틴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연합
부정 인정, 반정부 인사 석방, 정적 유죄판결 재검토

하지만 바로 다음날 푸틴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유화책을 내놓았다. "우리는 공개적이고 공정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큰소리친 지 불과 이틀만에 부정선거를 인정한 것이다. 또한 나발니 등 체포된 인사들도 모두 석방했다.

심지어 '푸틴의 심복'이라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주요 정적들에 대해 정말 죄가 있는지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검찰총장 유리 차이카에게 오는 4월 1일까지 수감중인 32명의 러시아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감자 중에는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13년형을 선고받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복역중인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 사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와 그의 동료 플라톤 레베데프도 포함됐다.

푸틴 총리는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전적으로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조치를 일부에서는 '몽니 부리는 것이냐'면서 의아해 할 정도의 파격이었다.

반면 야권에서는 오는 10일에도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예고하면서 푸틴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상황 변화에 대해 "지난해 12월 폭발적으로 시작된 반정부 운동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발니 등 야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월가 점령 시위처럼 집회장소를 점령하는 방식도 모색하고 있다.

푸틴이 신속하게 고개를 숙이고 나선 것도 야권의 분열상을 노린 것이며, 어쨌든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기에 일부 부정 사례를 인정하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푸틴이 승리를 선언하면서 이례적으로 굵은 눈물을 흘리고, 공정한 선거라고 주장했다가 곧바로 부정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이 단순히 야권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주도적인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세력을 외부의 사주를 받은 적으로 규정하면서도, 소통이 가능한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한 것이며, 이런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 자체가 상황에 밀리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등 서방권도 "심각한 문제 있는 선거였다" 비난

서방권에서도 이번 선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주의와 지역안정을 도모하는 범유럽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산하 조직으로, 세계 각 국의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울 하는 '민주제도 및 인권사무소' 감시단은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여러 조건이 푸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명백히 편향됐다"고 평가했다. 유럽평의회의원총회(PACE) 감시단도 이번 대선에 행정력이 동원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들을 바탕으로 미국도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선거부정 보도에 대해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러시아 정부에 촉구한다"면서 말했다. 다만 미국은 "선거 결과가 공인되고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한 뒤 당선자와 협력해 일하기를 고대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2014년 조기 대선 가능성도"

푸틴이 임기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야권의 유명한 정치평론가가 "푸틴이 2년도 못버틸 것"이라고 단언한 직후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푸틴이 처한 과제를 진단했다. 한마디로 푸틴이 6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려면 상당한 개혁조치를 서둘러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푸틴이 정치, 경제, 사회적 개혁 조치를 서둘러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데 그의 찬반 세력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날 무렵 조기 대선을 치르는 운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푸틴이 2년을 못버틸 것이라는 야권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정부 운동이 월가 점령 시위처럼 ,시위의 구심점이 없이 개혁을 촉구하는 효과적인 압박을 가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나발니가 대선에 나섰서야"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지 <베도모스티>의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위가 구심점을 잃어 중산층의 지지를 계속 끌어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야권 집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블라다미르 밀로프 전 에너지 장관도 "푸틴에 맞설 후보를 중심으로 반정부 운동이 뭉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지도자가 없으면 푸틴을 패배시킬 수 없다"면서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빅토르 유센코를 중심으로 반정부 운동이 결집한 '오렌지 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한 사례를 들었다.

밀로프는 "나발니가 이번 대선에서 후보로 나섰서야 했다"면서 "반정부 진영은 '플래시몹'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진짜 정치적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푸틴이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분열과 혼란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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