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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승으로 대통령 복귀…'푸틴 시대' 종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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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승으로 대통령 복귀…'푸틴 시대' 종말의 시작

[분석] 부정선거 의혹 쇄도…야권 "즉각 대규모 반정부 시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4일(현지시각) 치러진 대선의 출구조사가 발표되자마자 즉각 승리를 선언했다. 출구조사 결과 5명의 후보 중 푸틴은 60%에 가까운 득표율로 20%에도 못미치는 2위 이하의 후보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밤 90% 넘게 이뤄진 개표에서 푸틴은 6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전해 실제 득표율은 출구조사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출마한 푸틴은 투표 종료 후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광장에 10만명이 넘게 모인 지지자 집회에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함께 나타났다.

▲ 푸틴이 4일(현지시각) 밤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감격에 겨워 지지자들 앞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
푸틴 "공정한 싸움에서 승리", 야권 "정적 탄압과 부정선거에 의한 찬탈"

푸틴은 감격에 겨워 지지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푸틴은 "승리할 것이라고 여러분에게 약속했고 이겼다. 러시아에 영광을 바친다"면서 "우리는 공개적이고 공정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푸틴이 신속하게 승리를 선언하고 나선 배경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푸틴이 '공정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이번 대선은 지난해 12월 총선 때부터 시작된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선거이지만, 사실상 국민이 달리 선택할 후보가 없도록 정적들을 탄압하고, 총선 못지 않은 광범위한 부정 선거가 자행됐다며 푸틴의 승리를 부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산층 유권자들 상당수가 이번에 어쩔 수 없이 푸틴에게 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푸틴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는 점을 신속하게 밝히면서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이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민은 러시아 국가의 위상을 파괴하고 권력을 찬탈하려는 정체불명의 적들을 확실히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이 승리를 선언하기도 전에 이번 대선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감시 자원자 단체의 통합웹사이트에는 부정선거로 의심되는 사례가 모스크바에서만 3000여건이 올라왔다.

"부재자 확인서 매입 등 대리 투표 자행됐다"

트위터에는 선거인 명부 조작과 부정투표를 입증한다는 사진과 동영상이 쏟아졌다. 특히 부재자 투표 등에서 이른바 '회전목마' 방식의 대리투표가 대대적으로 저질러졌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부재자 확인서가 장당 1000루블(약 3만8000원)에 팔려 대리투표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어떤 유권자는 자기가 투표하기도 전에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투표했다며 항의하자, 어디서인가 전화가 걸려와 "아이들 목숨이 소중하거든 투표소에서 당장 떠나는게 좋을 것"이라며 협박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투표소마다 각 정당이 1명씩 배치하는 투표 감시원을 바꿔치기 하는 사례도 신고됐다. 가짜 야당 투표 참관인이 투표소에 미리 나와 진짜 참관인의 투표소 출입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경우는 사실상 자유 비밀 선거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유포되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군인들이 상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투표를 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때문에 독립적인 선거 감시 기구 '골로스(목소리)'의 책임자 안드레이 부진은 "이번 대선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는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좀더 눈치를 본 것"이라면서 "하지만 부정선거의 수준은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야권 "푸틴, 6년 임기도 마치지 못할 것"

푸틴이 이번 승리로 장기집권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야권의 한 정치평론가는 "푸틴은 6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길어야 2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강력한 '반 푸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이미 지난 2000~08년에 대통령을 지냈다. 3연임을 할 수 없다는 헌법상의 제한 때문에 일단 총리로 지내다가 다시 복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권력기반이 탄탄해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황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제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도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서 연임에 성공한다면 일단 2024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과 중산층의 불만이 푸틴 정권을 중도에서 퇴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소련 붕괴 이후 최대 반정부 시위를 이끈 알렉세이 나발니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시민 상당수가 총선과 대선이 정당하게 치러졌다고 보지 않으며, 푸틴을 정통성을 갖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푸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이미 5일 밤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일부 단체들은 모스크바에 시위 캠프까지 설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대는 반월가 점령 시위처럼, 반 푸틴 캠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당국은 캠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군과 경찰 병력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모스크바 중심지에 배치했다"면서 "캠프 설치를 강행하다가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의 향후 정국을 불안하게 보면서도 푸틴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주목하고 있다. 푸틴은 대선 과정의 공약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군사력 강화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발혔다.

특히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미국의 핵 우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서방에 대해 '예스 맨'이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2020년까지 7900억달러(약 882조 원)을 군비증강에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푸틴은 매년 6~7% 경제성장을 통해 현재 세계 11위인 러시아 경제규모를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러시아 중산층, '시대에 뒤떨어진' 리더십에 불만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이런 공약은 과거에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 가격이 급등하던 때의 업적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일 뿐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불안이 단지 푸틴의 장기집권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산층이 원하는, 보다 민주화된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는 푸틴의 '독재적 리더십'이 적합하지 않다는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 이후 시위 참여자를 분석한 조사를 보면, 70%가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였다. 직업적으로는 전문직이 46%, 고위급 사무직이 17%였다. 또 시위대의 56%가 40세 미만의 중산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러시아 사회는 지속적인 갈등이 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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