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확정된 통합진보당의 개방형 비례대표제 명단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이정희 당 공동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가운데는 지난달 29일 일찌감치 개방형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던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있다.
정진후 전 위원장에 대해 당 내외에서는 지난 2008년 발생한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전교조 소속 교사 성폭력 사건에 대해 부적절한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은 4일 정 전 위원장이 '조직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서 그의 공천 철회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논란에 대해 "정진후 전 위원장을 강간미수 은폐, 의혹으로 잘못 표현한 것"이라면서 공천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정 전 위원장은 2차 가해자로 지목받은 분이 아니었고 2차 가해자로 징계 받은 분들에 대한 재징계, 그 이후 조직 내의 문제를 다룰 때 조직위위원장이었다"면서 "재징계를 내리는데 관련된 논의를 하는 위원장까지 은폐자로 보기에는 너무 확대시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정 전 위원장은 (…피해자의) 고통을 최선을 다해 치유하지 못한 조직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당시 대의원들에게 '내가 스스로 위원장으로서 잘 처리를 못 했으니까 경고조치를 받겠다'고 자청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heenews)에 올린 글에서도 정 전 위원장에 대해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족함이 없었다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금도 아파하고 이해하고 있기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 본 것"이라고 비례대표 선정 이유를 밝혔었다.
하지만 정 전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억울함이 있을지 몰라도 전교조 지도부가 사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사태 해결 과정에서 조직의 수장이 그였던 점을 볼 때 당 내외의 비판도 일리가 없지 않다는 평이다.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정희 대표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역량'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통진당 내에서 강간미수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 덮는 놈이 비례대표 된다"면서 "이게 그들이 말하는 '진보'란다. 이정희·유시민·노회찬 표 진보"라고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었다. 진 교수는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추접스럽게. 통진당은 이미 그른 것 같다. 정당투표는 진보신당 줘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진후 합격, 서기호 탈락. 잘들 하는 짓이다"라며 서기호 전 판사의 개방형 비례대표 탈락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 전 판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렸고, 이 일로 크게 논란이 인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서 판사는 2일 통합진보당에 입당했으나 개방형 비례대표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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