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은 본래의 정치적 의미조차 잊은 채 이념화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8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주최한 강연에서, 기존 국제정치 이론에서 볼 때 '동맹'은 약소국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현재의 변화한 국제정세 속에서 보면 한미동맹은 이같은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한국 우파가 "자주적 친미노선의 성과"라고 표현하는 한미동맹의 실체는 기본적으로 "안보와 자율성을 교환한" 성격이었지만 일방적인 관계만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은 '국익'의 차원을 초월하게 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은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 등 3가지 차원을 아우르는 '전략동맹'으로 격상됐다. 이는 2009년 6월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서도 재확인된다. 구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기존의 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을 추가한 새로운 형태의 한미동맹"이라면서 "한미동맹의 최종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현실주의적 동맹 인식을 넘어 이념 편향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신성화되고 이익보다 이념에 경도돼 동맹을 바라본다면 현실주의자들의 인식처럼 동맹을 (국익의 관점에서) 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됐을 때의 효과는 다른 국가들을 타자화하는 것인데, 지금 전형적으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중동맹 강화는 '한미동맹 최종판'의 효과"
구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이미 한미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도 한미동맹의 새로운 형태 전환을 추동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한국이 외교안보정책과 동맹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한국은 경제와 군사 양측면에서 미국의 대중전략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한미동맹의 변화는 "북중동맹을 재활성화하는 효과를 발휘했다"며 북중동맹은 동북3성 개발 등 경제적 이익을 토대로 한 것에서 나아가 항일 무장투쟁의 공유된 경험 강조 등 "상징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의 길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재정리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 그는 북한을 적·위협으로 설정하는 게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라는 면에서 "북한이 적과 위협이 아님을 제도화하는 것"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정리'된 한미동맹이 미래에는 유연한 정치동맹 형태로 갈 수도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라면서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이분법은 무익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동맹을 약소국의 필연적 선택으로 규정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현실주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붙거나 중국에 붙거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안보'라는 말을 쓰는 순간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며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대안적 담론을 생산해낼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또한 비판했다. 그는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균형자론'을 봤을 때 '쟤들 중국에 붙겠다고 하는구나'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노선을 동시 추진한 것은 "균형론을 군사력으로 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 면에서 여러 오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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