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충분히 예상돼왔던 것이고 그동안 미국 정부에서 이런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온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우리 안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임관빈 국방정책실장도 브리핑에서 "미측에서는 주한미군 전력에는 영향이 전혀 없고 한반도 방위 공약에도 전혀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상황이 돼도 일체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舊 D&D 포커스)는 이와 같은 논의 자체가 '우문우답'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김 편집장은 주한미군 전력이나 유사시 증원 전력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기존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청와대와 국방부가 "새로울 것 없다", "변화가 없다"고 한 것이 맞는 얘기이며, 이를 한미동맹의 위기나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로 확장시키는 식의 언론 보도는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거나 '안보 장사'를 노린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 편집장은 미국의 변화된 전략 구상은 본질적으로 '돈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문제는 미국이 자국의 전력 감축으로 인한 구멍을 동맹국들에게 메우게 하기 위해 추가 지출을 강요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프레시안 자료사진 |
"군비 축소도 아시아 중시도 결국은 돈 문제"
프레시안 : 미국의 새 국방전략의 핵심이 무엇인가? 부시 행정부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강조한 '신속기동군화(化)'와도 유사한 측면이 보인다.
김종대 : 묘하게도 결과는 같겠지만 색깔은 전혀 다르다. 이게 아이러니다. 럼스펠드 전 장관이 제기한 신속기동군화는 군사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에서 나온 일종의 기술 패권주의였다. 대규모 병력은 필요 없고, 지구상의 어떤 분쟁지역이든 소규모로 편성한 신속대응군을 96시간 내 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럼스펠드의 꿈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에 발표한 것과 내용은 같다. 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좌절감을 맛보고 재정 압박까지 시달리면서 강제적으로 병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책 색깔도 네오콘 식이라기보다는 빌 클린턴 식의 군비축소론에 가깝다.
내용이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미국 단독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보다 동맹국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협력'을 강조했다는 것, 그리고 당시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사이버전 등의 내용이 추가된 정도다. 전체 병력 규모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부시 때부터 나왔던 얘기이고 전혀 새로울 것은 없다.
프레시안 :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김종대 :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오바마의 대선용 정책이냐, 정말로 아시아 중심으로 전략을 구조적으로 바꾸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후자가 맞다고 본다. 원래 오바마는 아시아를 중시했었고, 중동에서는 발을 빼고 싶어 했는데 이라크전이 마무리되니 이제야 그런 노선이 나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구는 무려 30억이고,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경제가 부흥하고 있다. 그러니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아시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명분이다. 이득을 보겠다고 그냥 밀고 들어올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내건 것이 항해의 자유, 무역의 자유다. 이를 명분으로 내걸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정세에 개입하겠다는 논리를 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게 중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국가들 간에 합의된 내용이 아니다. 중국 위협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사(레토릭)에 가깝다.
"주한미군? 핵심전력 이미 다 빠졌는데 뭘…"
프레시안 : 미군이 전체적인 전력을 감축하면 주한미군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방부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김종대 : 이미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은 다 빠져나갔다. 지난 2003년 주한미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1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오히려 그 이후로 아파치 헬기 부대도 빠져나가고 1개 여단도 더 뺐다.
지금 남아있는 주한미군 전력은 거의 보병만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병력은 빼 봤자 갖다 놓을 데도 없다. 4성 장군(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는 군대치고는 전력이 너무 없다. U-2 고공정찰기도 뺀다. (지난해 10월 게리 노스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U-2를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로 대체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바 있다 : 편집자)
또 이 정도 숫자를 싼 값으로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주둔 비용의 40%를 대고 시설이나 토지까지 제공하면 사실상 70%를 대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부담을 지는 나라는 없다. 그러니 현재 남은 전력을 더 뺄 가능성은 없다.
다만 강화된 한미동맹의 성과로 일컬어졌던 주한미군의 가족동반 복무제가 미국의 국방비 삭감으로 어려워진 것은 맞다. 그러니 가족 없는 총각이나 한국계 미국인 등 그런 환경에 적합한 사람들로 성분이 그럭저럭 바뀌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김종대 : 미국은 거기에도 투자를 안 하고 있다. 투자가 없느니만큼 신속하고 유연한 작전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장기적 미래상에서는 주한미군을 대만이나 남중국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는 아니다.
프레시안 : 동맹국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미국이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는데,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동맹 유지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김종대 : 방위비 분담금은 2014년 협상에 들어간다. 현재는 그보다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한 압력이 더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안들은 방위'비' 분담 차원의 문제인데, 이는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은 것 같다.
문제는 방위비 분담이 아니라 '방위 분담'이다. 무슨 얘기냐, 미국은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이 국방비도 늘리고 지역 안보에도 더 많은 역할을 하는 등 방위 역할 자체를 늘리라고 요구한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 GDP 대비 국방비가 2.6%인데 이것을 4%까지 올리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사실상 국방비를 70~80% 늘리라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2시간 30분 회담하는 동안 미국 측은 후반부 1시간 동안 방위 분담 얘기만 했다고 전해진다. 이게 국내에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것으로 잘못 소개됐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작전계획 5027, 이미 골동품 된 계획"
프레시안 :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의 새 방위전략에 따라 한반도의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작전계획(작계) 5027 등 미군의 대량 지원을 전제로 한 방위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대 : 엉뚱한 기사다. 북한과의 전면전에서 미국의 증원 전력이 69만이라는 것은 원래 가상 계획이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이 계획은 냉전의 절정기인 레이건 행정부 시기에 정해진 것이다. 당시 미군 전체 병력은 240만이었다. 지금은 140만이다. 100만이 줄었지만 그 동안 작계 5027이 바뀐 적이 없다. 이제 와서 몇 만 명 더 줄어든다고 작계가 바뀌겠나? 그렇지 않다.
더구나 작계 5027은 작계 5029나 5028 같은 비교적 적은 병력을 투입하는 우발 계획 쪽으로 흡수됐다. 즉, 미국은 북한이 탱크를 몰고 부산까지 내려오는 그런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시'라는 건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 비정규전, 급변사태 같은 우발적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작계 5027은 지금 시점에서는 골동품이 된 계획이다. 이미 무용지물화된 계획을 뭐하러 수정하나.
한반도 유사시 미군 69만 병력을 증파한다는 것은 한국의 미국에 대한 '안보 공약' 성격이 짙다. 작계 5027의 비현실성은 일관되게 지적돼 왔는데도 마치 성서처럼 여겨진 것은 한미동맹의 기반이라는 의미에서 정치적 이유로 놔둔 것이다. 기만적인 측면이 있고, 지금 와서 보수층이 선전하는 것은 허위에 가깝다.
최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연합 군사연습을 보면 한국군은 작계 5027을 상정한 연습을 하고 싶어 하는데 반해 미군은 (5029나 5028 등) 별도의 계획을 연습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대규모 지원을 전제로 한 군사동맹 자체가 미국에서는 '아웃'되고 있는 추세라는 의미다.
프레시안 : 미국의 전력 감축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 예를 들면 북한 같은 나라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있다. 중국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종대 : 북한이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입장이니까 만약 주한미군이 약화된다면 자신들 안보에는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겠나. 여기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를 도발의 기회로 생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동안 있었던 북한의 도발도 교전이 발생할 만한 어떤 여건이 조성됐을 때 이뤄진 것이지 그런 정보적인 판단 때문에 도발을 한 적은 없다. 그러니만큼 그런 우려 역시 기우에 해당한다고 본다.
중국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바랐을 것이다. 중국은 대놓고 미국의 패권을 비난하지는 않지만 재정 문제로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게 싫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미국의 어려움을 활용해 보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이 약화된다고 해서 세력균형의 변화가 생기고 위기 요인이 생긴다는 것은 미국적 시각일 뿐이다. 중국이 미국과 군사력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아직은 꿈도 못 꾼다. 적어도 30~40년 내에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중국이 스텔스기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개발한 건 엔진도 없는 비행기 껍데기 뿐이고, 항공모함을 띄운다고는 하지만 탑재할 비행기도 없다.
프레시안 : 미국의 새 전략 방향을 동아시아 및 한반도의 정세에 비춰 평가하자면?
김종대 : 미국의 의도는 동맹국의 안보 부담을 증액시켜 힘의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맹에 대한 통찰력이나 이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는 집단안보를 통해 중국을 견제 봉쇄하겠다는 전략인데 그렇다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나토(NATO) 같은 동맹체를 만들 수도 없고 한국이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을 수도 없다. 미국이 앞질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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