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26일부터로 예정된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과 관련해 연일대남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또 '통민봉관'의 차원을 넘어 남북 간 민간 접촉에도 불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3차 북미 대화가 열린 23일에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는 "엄중한 범죄행위이며 우리에 대한 용납못할 도발"이라고 주장하며 "(핵안보정상회의가) 강행되는 경우 그것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 역효과만을 가져오고 역사에 치욕과 오점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신은 "남조선에서의 '핵안전수뇌자회의'개최는 미국과 역적패당이 노골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반공화국 핵소동의 연속판, 확대판"이라며 "괴뢰패당이 미국상전과 결탁하여 '회의'를 벌려놓는 데는 있지도 않는 그 누구의 '핵위협'을 구실로 (…) 반공화국모략소동과 핵전쟁 도발책동을 합리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기관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와, 반핵평화위원회, 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공동성명에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무적필승의 선군위력으로 평화의 교란자, 파괴자들의 반공화국 핵소동을 단호히 짓부셔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신경질적 반응은 최근 잇달아 진행되는 한국군 훈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과 괴뢰패당이 북침을 노린 핵전쟁 불장난 소동인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으면서 '핵안전'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우롱이며 모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같은날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에 대해 "'천안'호 침몰사건을 걸고 연합대잠수함훈련을 벌임으로써 이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훈련은 일단 북침전쟁을 일으키고 공화국 영해에서 우리 잠수함들을 찾아내어 타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개인 필명의 논평을 실었다.
<민주조선> 논평은 "지금까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이 불장난을 적지 않게 벌려왔지만 이지스 구축함들을 투입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는 한편 "이로써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의 북침전쟁 도발 책동이 얼마나 위험한 단계에서 추진되는가 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 해군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 등 함선 20여 척과 링스헬기 등이 참가하는 연합 대잠훈련을 진행 중이다. 또 20일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주둔 해병대는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고 27일부터는 키 리졸브 훈련이, 3월부터는 독수리 연습이 시작된다. 다음달 중에는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해병대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경북 포항에서 실시된다.
이같은 훈련들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리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이날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의 망발' 제하의 <조선중앙통신> 별도 논평을 통해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동족대결광신자", "얼간이" 등 원색적 용어로 비난했다. 앞서 북한 '조국통일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대북정책을 "10대 반통일 죄악"으로 규정한 비망록을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태도였지만 최근에는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도 불응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성을 방문한 조계종 중앙신도회 관계자들은 헛걸음을 했다. 해외약탈 문화재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 등을 위해 만남을 갖기로 했던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 관계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불참에 대해 한 북한 인사는 '남한이 20일 해상 사격훈련을 한 것에 대한 항의로 모든 대화를 단절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측 단체인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도 21일 개성에서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와 3.1절 공동행사 등 개최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으나 북측에서 막판 실무협의를 할 수 없다고 알려오면서 무산됐다. 북측은 "조선반도에 전운이 감돌 수 있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이 추진했던 남북 오케스트라 간의 합동 공연도 정 감독이 지휘를 맡아 다음달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이 합동 공연을 하는 선에서 지난 19일 결론이 났으며,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통일부의 물자반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북한 민화협에서 답이 없는 상태여서 준비한 의료지원물자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31일에도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열린 '2012 인천 평화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 팀과의 경기 직전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철수시키는 모습을 보인바 있다. 당시 북측의 경기 불참 이유 또한 '이명박 정부와는 교류협력을 중단한다'는 북한 당국의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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