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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성공단을 살리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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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성공단을 살리고자 한다면…

[한반도 브리핑] 정경분리 원칙, 민관분리 원칙으로 풀어라

정경분리.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 원칙은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최근 들어 다시 정경분리라는 말이 거론되는 것은 개성공단 때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정치군사적 이유로 중단시켰다. 정경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 왔는가?

정경연계의 재앙적 결과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정경연계 정책을 추진했다. 5.24 조치가 대표적이다. 천안함 사건이라는 군사적 이유로 모든 경제협력을 중단시켰다. 일반적으로 국제 관계에서 경제제재는 목적과 대상이 뚜렷하다.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라는 것도 무역 관계 전반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량살상무기의 거래에 한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5.24 조치에서 교역이나 위탁가공 전체를 중단시킨 것은 일반적인 제재의 범위를 넘어선 조치였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신규투자를 금지하면서, 개성공단의 후발업체들은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출입제한 조치를 먼저 시행한 것도 이명박 정부다. 개성공단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제재조치들의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단계 분양률이 이명박 정부 들어와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 조치로 촉발된 개성공단 조업 중단이 보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관문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는 차량과 인적의 통행이 끊겼다. ⓒ뉴시스

정경연계 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경제협력을 수단으로 정치군사적 상황이 개선되었는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협력만 중단되고, 정치군사적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정치와 경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정경분리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 측이 확실하게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 북한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경분리 원칙을 남북한이 서로 약속할 수 있다면, 개성공단도 살고, 남북경협도 산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말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경분리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흔히 경제협력이라고 말할 때는 좁은 의미로 교역, 위탁가공, 그리고 투자 사업을 포괄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인도적 지원, 민간기업의 경제협력, 그리고 정부 차원의 공적 협력 사업을 포함한다. 인도적 지원도 순수 민간차원의 지원이 있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다.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하는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나 공적 협력 사업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할 수 있을까? 대체로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기금 집행은 국회에서 심의와 동의 절차를 거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데, 국민 세금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명분을 얻기도 어렵다.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경분리를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남북관계의 악재 발생 시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투자의 시기를 조절해 왔다. 민간 경협에 대해서도 반출승인이나 방북승인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민관분리의 원칙 구체화 필요

정경분리라고 하지만, 기계적인 분리는 어렵다. 개성공단만 하더라도 정부 차원의 공적협력사업과 민간의 경제협력이 결합된 사업이다. 전력과 통신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은 정부가 운영하고 있고, 통행과 통관 그리고 법 제도의 운영 역시 정부가 맡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비롯한 제도적인 측면은 정부가 책임을 진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에 정경분리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민관분리의 원칙이다. 정부 차원과 민간차원을 구분하고, 최소한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분리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이나 교역, 위탁가공 등을 막을 명분이 없다. 군사적 전용의 우려는 반출승인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전략물자 심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정세가 악화되면, 그것은 투자환경의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에 맡기면 된다.

5.24 조치의 출구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재의 적정수준이다. 북한이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들이 더 큰 제재를 받는 역설은 이제 중단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발전에 대한 의지도 5.24 조치와 관련이 있다. 개성공단 활성화를 바란다면, 당연히 신규투자 금지 조치도 풀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도 정부 차원의 역할과 민간차원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투자환경을 보장하고, 기업은 수익성 제고에 힘쓰는 말 그대로 민관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민관협력의 의지를 확실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에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정경연계 정책을 고집한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북한이 져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사업이다. 접경지역의 공단이라 물류에 유리하고, 전략물자 반출 심사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이렇게 중단되면, 그것이 미칠 부정적 효과는 크다. 북한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겠는가? 북·중 경제협력에 참여하는 중국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투자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북한에 규모 있는 투자를 하겠는가? 북한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협력을 중단시킨 선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와 경제의 선순환이 중요

정경분리를 둘러싼 논의가 경제협력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민간 기업들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군사적인 이유 때문에, 전 재산을 잃는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정부는 피해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즉각 재개보다 더 좋은 보상방안은 없다고.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그래서 개성공단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를 가졌으면 한다. 남북 모두 이번 기회에 정경분리, 더 구체적으로 민관분리를 통해 상호 협력을 추구하는 정치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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