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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해사 교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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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해사 교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측 "항소할 것…20년 전 '이적표현물' 기준 그대로"

북한 근현대사를 중립적 입장에서 기술한 강의 교재를 작성하고 <헤겔법철학비판> 등 유명 사회과학 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군 검찰에 기소된 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 김 모 중위(30)에 대해 군사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29일 대전 계룡대에서 열린 김 중위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및 5항 위반(찬양‧고무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6월 군 검찰은 김 중위가 2009년 작성한 '09학년도 2학기 국사수업 강의노트'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면서 이 자료를 작성하고 수강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사관학교 내부 전산망에 게시한 것을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위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한 행위라며 기소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그러나 이 강의노트는 김 중위의 창작물도 아니며 한국사연구회 편찬의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상, 하)>(지식산업사 펴냄)의 내용을 대부분 인용해 작성되었다. 이에 김 중위의 변호를 맡은 신상훈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강의노트는 기존 역사학계에서 보고 있는 서적의 편집본"이라며 "그것마저 이적표현물로 본다면 학계의 학문적 연구 성과물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사법원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는 이적표현물 맞다"

또 김 중위가 송건호‧강만길 등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박현채의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님 웨일스의 <아리랑>,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 레닌의 <제국주의론> 등의 서적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이적표현물 소지'라는 군 검찰의 주장도 일부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헤겔법철학비판>과 <제국주의론> 등 일부 서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이적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지만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일부 논문자료 등에 대해서는 이적표현물이 맞다고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중위는 법원이 이적성을 인정한 서적들에 대해서도 "실제 수업시간에 사용한 적도 없었고 단지 연구용으로 보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상훈 변호사도 "학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공부하기 위해 소지하고 있던 책자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신 변호사는 "(해당 서적들이) 이적표현물이라는 것은 15~20년 전 지방법원, 고등법원에서 내린 판결들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며 "20년이 지났는데 시대적 관점에서 이를 이적표현물로 볼 수 있는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인 심문 과정을 거쳤지만 김 중위의 이적 목적을 추단할 자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지난달 최후 변론에서 "이적표현물이라 하는 것은 이적 목적과 결부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며 "더욱이 위 서적들은 국회도서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심지어는 각 군 사관학교에도 엄연히 비치되고 열람이 가능한 서적들"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는 "피고인이 가지는 헌법적 권리는 학문의 자유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29일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및 5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군사관학교 국사교관 김 모 중위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했다. (자료사진. 사진 속 인물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김 중위 "헌법적 권리인 학문의 자유 침해…끝까지 싸울 것"

김 중위 측은 군사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 중위는 "기왕 여기까지 온 것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에 대해 "군의 특수성은 후하게 반영한 반면 직접적으로 국가에 위협을 가했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관생도들의 안보관에 위협을 가했다는 (군사법원의) 판단은 아전인수격이며 편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즉 "직접 북한을 찬양한 것도 아니며 찬양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는데 맥락은 고려 않고 몇 단어, 몇 문장의 표현만 가지고 친북적이라고 규정한다면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게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는 또 예컨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등 수업시간의 일부 발언이 반미 또는 친북적인 사상을 표현한 것처럼 판단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은) 검찰의 공소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으며 서적 저자들의 의견서 등 반박 증거들은 다 기각당했다"면서 "상식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신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많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고 군사법원의 특수성이 많이 반영돼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며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 판단"이라고 말했다. 항소를 하면 2심은 서울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다.

해군 측에서는 해당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놓거나 논평할 내용은 없다"고만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군 검찰이 항소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검토중"이라면서 "피고인 측에서 항소하는지 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해군 측의 대응은 "만약 피고인 측에서 항소한다면 군 검찰에서도 항소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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