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검찰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트위터에 북한 관련 내용을 올린 박정근(25)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11일, 이를 받아들였고 박 씨는 현재 수원 남부경찰서에 수감 중이다. 검찰이 박 씨를 '굳이' 구속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박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 외곽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윗 내용을 리트윗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공유했고 △학업을 위해 이적표적물인 북한원전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을 취득·보관한 혐의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보면 박 씨는 이적표현물 384건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북한 사상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해 팔로어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을 조롱한 게 찬양?
▲ 빅 씨는 미소짓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시무룩하게 아래를 보는 표정의 캐리커쳐로, 군인의 무기는 위스키 병으로 바꿨다. ⓒ박정근 트위터 |
또한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라며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어는 2000여 명을 육박한다"고 다소 '황당한'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박 씨의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보안수사대는 박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진관에서 쓰는 메모리 카드, 친구가 선물해준 인공기가 그려져 있는 그림엽서, 사회당 입당원서, <바로잡아야 할 우리 역사 37장면>,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 <현대북한>, <진보집권플랜> 등 총 46개의 물품을 가져갔다. 이후 박 씨는 5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박 씨가 북한 관련 자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북한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조금만 유의해서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박 씨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자신은 북한을 찬양한 적도 없거니와 북한 체제를 동조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 씨는 2010년께, 자신의 트위터에 '[에듀윌 식전이벤트] <좋은날>이라는 곡에서 3단 부스터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는? (정답은 RT로, 1쌍<다비치크리스마스콘서트초대>,12/15일14시 발표)''라는 글을 리트윗하며 스스로 정답으로 '김정일 장군님'을 적었다. 전체 맥락을 보면, 실제로 김정일을 찬양하려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이라면, 오히려 김정일을 희화화한다고 느낄 수 있다. 박 씨가 트위터에 올린 그림 가운데는 총 대신 위스키를 든 북한 병사를 그린 것도 있다. 이는 더욱 분명한 '희화화' 사례다.
박 씨는 구속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서 글을 올린 게 아니다"라며 "모든 것은 장난으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차 장난으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압수수색 이후에도 박 씨는 계속해서 북한 관련 표현과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김현태 포럼 진실과 정의 사무국장은 "웃자고 한 일에 검찰이 죽자고 달려드니 당사자로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화가 난 박 씨는 압수수색 이후에 더 많은 북한 관련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박 씨 변호를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박 씨의 경우,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친북 신념으로 글을 올린 게 아니라 진짜 장난으로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문제 삼으니 '뿔'이 나 더 많은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에 굳이 영장신청까지 한 건, 그런 박 씨를 괘씸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 12일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모임 및 사회당 회원은 수원 남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근 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
결국, SNS 통제하기 위한 꼼수?
박 씨가 북한을 찬양해서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 박 씨가 가입한 사회당으로 북한 체제에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해 왔으며 '반조선노동당'을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박 씨가 쓴 내용은 대부분 '우리민족끼리' 트위터에서 나온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자신이 자주 쓴 표현은 '김정일 장군님 만세' 정도였다. 검찰이 압수수색 근거로 제시한 '우리민족끼리'에 멘션을 날린 적도 있어 접촉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장난삼아 '맞팔'을 부탁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민족끼리'는 박 씨의 '맞팔' 부탁을 거절했다.
검찰도 '바보'가 아니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박 씨를 구속까지 시켰을까. 공기 사회당 청소년위원회 준비위원은 "한마디로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게 이번 구속의 핵심"이라며 "정권은 SNS를 통해 나타나는 개인의 사상과 자유를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안효상 사회당 대표는 "주위 사람들은 박 씨가 구속되자 '그간 북한 정권을 비판해온 사회당원이 북한 고무-찬양죄로 잡혀갈 수도 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찬양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의 기초인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 사회냐 아니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 구속이 SNS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박 씨의 사건을 보면 검찰은 현재 SNS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 판례를 만들려 하는 듯하다"며 "만약 박 씨가 유죄를 받는다면 SNS 규제는 앞으로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결국 트위터 등에서는 공안당국에 잡힐 것을 의식하며 맘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이 SNS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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