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트위터로 북한 조롱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트위터로 북한 조롱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시민단체 "검찰, SNS 통제 하려는 의도"

북한 체제를 조롱하기 위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가는 구속될 수 있다. 옹호한 게 아니라도 말이다. 의도는 중요치 않다. 이적 단체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콩밥을 먹인다는 이야기다. 황당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검찰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트위터에 북한 관련 내용을 올린 박정근(25)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11일, 이를 받아들였고 박 씨는 현재 수원 남부경찰서에 수감 중이다. 검찰이 박 씨를 '굳이' 구속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박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 외곽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윗 내용을 리트윗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공유했고 △학업을 위해 이적표적물인 북한원전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을 취득·보관한 혐의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보면 박 씨는 이적표현물 384건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북한 사상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해 팔로어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을 조롱한 게 찬양?

▲ 빅 씨는 미소짓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시무룩하게 아래를 보는 표정의 캐리커쳐로, 군인의 무기는 위스키 병으로 바꿨다. ⓒ박정근 트위터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박 씨의 사진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씨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트윗계정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리트윗하는 취득 및 반포 행위를 했다"며 "때때로 멘션을 보내기도 하여 이들과 접촉 및 통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라며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어는 2000여 명을 육박한다"고 다소 '황당한'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박 씨의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보안수사대는 박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진관에서 쓰는 메모리 카드, 친구가 선물해준 인공기가 그려져 있는 그림엽서, 사회당 입당원서, <바로잡아야 할 우리 역사 37장면>,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 <현대북한>, <진보집권플랜> 등 총 46개의 물품을 가져갔다. 이후 박 씨는 5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박 씨가 북한 관련 자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북한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조금만 유의해서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박 씨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자신은 북한을 찬양한 적도 없거니와 북한 체제를 동조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 씨는 2010년께, 자신의 트위터에 '[에듀윌 식전이벤트] <좋은날>이라는 곡에서 3단 부스터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는? (정답은 RT로, 1쌍<다비치크리스마스콘서트초대>,12/15일14시 발표)''라는 글을 리트윗하며 스스로 정답으로 '김정일 장군님'을 적었다. 전체 맥락을 보면, 실제로 김정일을 찬양하려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이라면, 오히려 김정일을 희화화한다고 느낄 수 있다. 박 씨가 트위터에 올린 그림 가운데는 총 대신 위스키를 든 북한 병사를 그린 것도 있다. 이는 더욱 분명한 '희화화' 사례다.

박 씨는 구속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서 글을 올린 게 아니다"라며 "모든 것은 장난으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차 장난으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압수수색 이후에도 박 씨는 계속해서 북한 관련 표현과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김현태 포럼 진실과 정의 사무국장은 "웃자고 한 일에 검찰이 죽자고 달려드니 당사자로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화가 난 박 씨는 압수수색 이후에 더 많은 북한 관련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박 씨 변호를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박 씨의 경우,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친북 신념으로 글을 올린 게 아니라 진짜 장난으로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문제 삼으니 '뿔'이 나 더 많은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에 굳이 영장신청까지 한 건, 그런 박 씨를 괘씸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 12일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모임 및 사회당 회원은 수원 남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근 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결국, SNS 통제하기 위한 꼼수?

박 씨가 북한을 찬양해서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 박 씨가 가입한 사회당으로 북한 체제에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해 왔으며 '반조선노동당'을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박 씨가 쓴 내용은 대부분 '우리민족끼리' 트위터에서 나온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자신이 자주 쓴 표현은 '김정일 장군님 만세' 정도였다. 검찰이 압수수색 근거로 제시한 '우리민족끼리'에 멘션을 날린 적도 있어 접촉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장난삼아 '맞팔'을 부탁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민족끼리'는 박 씨의 '맞팔' 부탁을 거절했다.

검찰도 '바보'가 아니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박 씨를 구속까지 시켰을까. 공기 사회당 청소년위원회 준비위원은 "한마디로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게 이번 구속의 핵심"이라며 "정권은 SNS를 통해 나타나는 개인의 사상과 자유를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안효상 사회당 대표는 "주위 사람들은 박 씨가 구속되자 '그간 북한 정권을 비판해온 사회당원이 북한 고무-찬양죄로 잡혀갈 수도 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찬양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의 기초인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 사회냐 아니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 구속이 SNS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박 씨의 사건을 보면 검찰은 현재 SNS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 판례를 만들려 하는 듯하다"며 "만약 박 씨가 유죄를 받는다면 SNS 규제는 앞으로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결국 트위터 등에서는 공안당국에 잡힐 것을 의식하며 맘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이 SNS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