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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바마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긴 이르다"

[해외시각] "루스벨트도 재선 때부터 성공…이젠 싸워야 할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0일로 취임 3년을 맞았다. 남은 임기는 1년이며, 올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실업률을 포함한 미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녹록치 않은 도전이겠지만, 오바마를 압도할 만한 공화당의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과(大過)만 없으면 재선에 성공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한때 그의 등장에 환호하며 '희망'(Hope)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쳤던 미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냉소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을 제 나라의 일처럼 기뻐했던 많은 세계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바마를 보며 한때 품었던 희망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오바마도 극복할 수 없는 미국의 시스템을 탓하기도 하지만, 바로 오바마가 문제였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나단 프리드랜드는 19일 칼럼에서 아직은 그에 대한 희망을 저버릴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원문 보기) 너무나 많은 실망을 줬지만, 오바마를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오바마의 실책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됐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본다. <편집자>

오바마의 3년, 희망을 포기할 때인가?

3년 전 그날 버락 오바마는 20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었다. 가깝게는 부시 시절의 상처, 멀게는 인종주의의 긴 역사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표지에 내걸고 '새로운 뉴딜'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오바마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고 미국인들을 일터로 돌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보다 깨끗하고 푸른 미래를 준비하며 나라를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찼다.

오바마는 또 전임 부시 대통령의 무례한 대외 정책을 폐기하고 무슬림 세계에도 손을 뻗고 세계와 조화롭게 살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노벨위원회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면서 그러한 바람이 비단 미국인들만의 희망은 아님을 보여줬다.

▲ 200만 명 이상이 모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그 시절의 희망은 어디로… ⓒ뉴시스

그러나 지금 그 모든 것들은 흘러간 옛노래 같다. 한때 오바마를 진심으로 지지했던 이들과 민주당원들과 자유주의자(리버럴)들은 취임 후 지금까지 오바마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이는 세월을 보냈다. 오바마의 대통령직 수행은 끔찍했고, 그처럼 환멸을 느꼈던 적은 없으며, 오바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 않았으며, 유약했고, 자신이 무엇을 대변하려고 대통령이 됐는지 모른다고 여기게 됐다.

경제 문제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배짱이 없었다고 비난받고 있다. 7870억 달러의 부양책을 통과시킨데 대해 비판자들은 그보다 두 배 가까운 부양책을 썼어야 했다고 말한다. 또 불가능한 야당 공화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기 부양 법안에 너무 많은 감세 조치를 끼워 넣었다. 그 결과 오바마 임기 내내 미국의 실업률은 9%를 맴돌았다.

한때 오바마를 지지했던 이들은 오바마가 금융 산업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고, 2008년 금융 위기를 야기했던 그들과의 전쟁을 선언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핵심 경제 관료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나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장관 대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 의장 로버트 루빈스의 제자들인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임명한 사실은 상징적이었다.

오바마는 금융 개혁을 위한 법안을 만들었지만 충분치 못한 것이었다. 금융계 고위직에 대한 연봉 상한선을 설정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바마는 싸웠지만 패한 게 아니라 싸움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법 역시 많은 리버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민간보험 대신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퍼블릭 옵션'을 빼는데 오바마가 굴복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퍼블릭 옵션이 빠진 오바마의 건보 개혁법은 수십년 전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 제안한 개혁법에도 미치지 못했고, 공화당의 현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통과시켰던 것 보다 못했다.

취임 연설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던 오바마는 아직까지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그 문제를 강력히 얘기하지도 않았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는 걸 피해왔다.

오바마를 멀리서 바라보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도 실망하긴 마찬가지였다. 많은 <가디언> 독자들은 오바마가 취임 첫날 관타나모의 테러용의자 수용 시설을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사인하고, 처음으로 전화를 건 외국 정상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이었다는 사실에 고무됐었다. 그러나 관타나모 수용자들을 미국 영토에 들여놔서는 안 된다는 공화당의 방해로 인해 오바마는 그 행정명령을 실현시킬 수 없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미국의 역할은 효과적이지 못했음은 물론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외교관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짓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동결해야 한다는 오바마의 주장은 의도는 좋지만 전술적으로는 실책이었다는데 동의한다. 문제는 보다 큰 곳에 있는데 정착촌 건설 동결이라는 한 문제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평화 프로세스를 오히려 꼬이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문제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날카롭게 눈싸움을 하던 오바마는 먼저 눈을 깜박였다.

▲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하는 뉴욕 아폴로 극장 밖에서 '점령하라' 시위대가 '오바마는 월가의 꼭두각시' 등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는 왜 이처럼 많은 실패밖에 할 수 없었나? 오바마라는 사람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미국 국내 사안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오바마를 봐주는 편이다. 공화당의 비타협적인 태도 때문에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성취로 보일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협력하길 거부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로 인해 국익이 손상된다 하더라도 공화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상원 대표인 미치 매코넬은 "우리의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소수당인 공화당이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민주당의 정국 운영을 방해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공화당이 단결된데 반해 민주당은 분열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극우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을 미국의 공화정에 전체주의를 심으려 혈안이 된 무슬림 맑시스트 외국인이라고 매일같이 악마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폭스뉴스>에 언제든 돈을 퍼부을 준비가 되어 있고 의원들을 매수해 기업의 이익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오바마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오바마에 대해 덜 관대하다. 그들은 오바마의 전술적 실책이 제일가는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의회에 의보 개혁법을 만들어보라고 맡겨선 안 됐고, 본인 스스로 주도권을 행사했어야 하지만, 의회에 맡기는 바람에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법안이 물타기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오바마는 공화당을 너무 오랫동안 봐주려고 했다. 워싱턴의 당파적 분위기를 없애겠다는 약속에 너무 매몰됐다. 공화당은 오바마와 함께 모여앉아 캠프파이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을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공화당은 그저 오바마를 무너뜨리고만 싶었을 뿐이다.

오바마는 자신과 공화당 사이에 분명한 구분선을 그었어야 했다. 자신은 국익의 수호자이며 공화당은 그 적이라고 규정했어야 한다. 정치적 적대세력을 언급하는데 주저함 없이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고 말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정신을 본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쿨하고 차분하고 너무나 이성적이었다. 국민들과 감성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때에도 냉랭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오바마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이런 것들이다. 그는 싸움을 회피했고, 너무 일찍 물러섰다. 단합과 치유를 원하다 보니 자신의 입장을 너무 자주 양보했다. 그의 당초 입장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할 정도였다. 작년 8월 미 정부의 부채 상한을 올리는 협상을 할 때, 여론이 오바마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화당보다 먼저 눈을 깜박였다. 시사주간지 <네이션>의 칼럼니스트 에릭 올터만은 "공화당이 오바마를 겁쟁이라고 놀릴 때마다 오바마는 굴복했다"고 개탄하며 "그를 사랑했던 내가 그 장면을 보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오바마에 대한 리버럴들의 실망은 그렇게 실질적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기록을 남겨왔다. 그가 통과시킨 건보 개혁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1901~1909년 재임) 때부터 대통령들이 회피해오던 사안이고, 트루만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이 목표가 됐었다. 그러나 오바마만이 해냈다. 경기 부양 패키지는 24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고, 제2차 대공황으로 가는 상황을 막았다. 많은 경제 선진국들이 재정 적자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최근 오바마는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는 지불급여세 감축 문제에서 싸워 이겼다.

대외정책에 있어 오바마는 전임 부시 대통령이 말로만 하던 것들을 실제로 이뤄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고, 오바마 시절 알카에다의 능력과 힘은 현저히 약화됐다. 이라크 철군 약속을 지켰고, 아프간에서도 같은 일이 이뤄지고 있다. 리비아 문제에서 미국은 핵심적인 후원 역할을 했지만 부시 시절과 같은 호전적성은 줄어들었다.

이런 것들은 그리 나쁜 기록이 아니며, 오바마는 긴 경기의 전반전만을 치렀을 뿐이다. 오바마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선례를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루스벨트가 위대한 성취를 이룬 것은 재선 이후였다. 오바마 역시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지난 3년은 힘든 시절이었지만 여전히 희망의 근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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