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결식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3~4시간가량 늦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오후 1시 57분경부터 영결식 '실황중계' 영상을 내보냈다. 영결 보고 등의 장면은 나오지 않았고, 운구 행렬이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으로 들어오는 모습부터 방송됐다.
영상에 따르면, 눈이 내리는 가운데 경광등을 켠 선도차량과 김정일의 대형 영정을 실은 검은 리무진 승용차,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명의의 화환을 지붕 위에 올린 리무진 차량 등 3대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으로 진입했다.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김정일의 시신을 실은 검은색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 오른쪽에 서서 왼손을 차체에 올린 채 울면서 걸어 등장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김정은 뒤로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 김기남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북한 권력 수뇌부가 섰으며 차량 왼쪽에는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 등 군복 차림의 고위 인사들이 섰다.
이들 8인은 작년 9월 28일 당대표자회에서 부각된 인물들로 '김정은 시대'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결정된 노선이 당분간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모습. ⓒAP=연합뉴스 |
영구차는 붉은 천으로 덮은 관을 지붕 위에 올리고 있었으며 그 뒤로는 붉은색과 황색의 깃발 20여 개를 든 의장대가 두 줄로 뒤따랐다. 금수산기념궁전 앞에 줄맞춰 선 수천 명 가량의 북한 주민들은 방송이 시작됐을 때부터 10분 간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군복 차림이었다.
흰 장갑을 낀 군악대가 연주하는 장송곡을 배경음으로 영구차가 출발하자 방송은 주로 여성들의 울음소리를 음향으로 내보냈다. 군복 차림의 여성들과 나이든 남성들이 울며 서 있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영구차 행렬이 광장을 가로질러 평양 시내로 출발하자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행렬은 눈 쌓인 광장에서 유일하게 눈이 치워진 중앙의 길을 따라 빠져나갔다. 앞서 중국 <CCTV>에 방영된 이날 오전 평양의 영상에는 눈을 치우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영구차를 뒤따른 것은 수십 대의 차량 행렬이었으며, 걸어서 등장했던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도 차량에 탑승한 채 평양시내를 돈 것으로 보인다. 차량은 검은 벤츠와 하얀 폭스바겐 등이었다. 흰 국화로 된 화환을 실은 군용 트럭들도 뒤를 이었다.
이어 방송은 눈으로 뒤덮인 평양 시내를 가로지르는 영구행렬을 중계했다. 거리에서 화면에 잡힌 북한 주민들은 거의 모두 눈가를 붉힌 채 격렬하게 슬픔을 표현하는 모습이었으나 일부는 팔을 부자연스럽게 내젓기도 했다.
행렬은 룡흥 네거리-영웅거리-천리마거리-통일거리 등을 지나 오후 4시경 김일성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 운집한 평양 주민들 앞에서 사실상의 노제를 치른 행렬은 다시 4시45분께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갔고 조포 발사 등을 거쳐 5시께 영결식을 모두 마쳤다. 방송 중계가 시작될 시점부터 끝난 때까지는 3시간가량이 소요됐다.
▲군복 차림의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위원장이 영결식에서 격렬하게 슬픔을 표시하고 있다. ⓒAP=연합 |
이날 방송이 생중계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방송이 시작된지 40분여가 지난 후 화면에는 30대로 보이는 군복 차림의 젊은 남성이 나타나 뭐라고 말을 하는 듯 했으나 음성은 방영되지 않는 '방송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날 영결식을 마친 북한은 다음날인 29일에는 각지에서 추도 대회를 연다. 평양에서는 중앙추도대회가, 각 행정구역별로도 별도의 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의식이 끝나면 조포(弔砲)를 발사하고 일제히 사이렌과 경적을 울린다. 이때 모든 주민들은 3분 간 묵념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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