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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3번째 큰 조직 월마트, '무노조 경영'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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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3번째 큰 조직 월마트, '무노조 경영'의 그늘

"월마트 점포 1개 생길때마다 동종업계 급여 0.2%씩 깎여"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 더 열악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서 '무노조 경영'을 내세운 월마트에 대항하는 노동운동가들의 활동이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고, 역시 '무노조 경영'을 내세웠던 기업의 영향력이 막대한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 최대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장문의 르포 기사에서(☞원문 보기) 국제적 유통 대기업인 월마트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노조에 대한 조직적 방해 활동을 고발했다.

신문은 월마트가 '전선'이 된 이유에 대해, 월마트가 나라 전체의 노사관계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10만 고용자들을 거느린 월마트는 세계의 '조직' 중에서 3번째로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와 중국 인민해방군(PLA) 다음으로 많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월마트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설업이나 제조업처럼 전통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업체가 불황으로 고용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소매업은 예외이며 특히 월마트는 불황에도 규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신문은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소매업 영역이야말로 미국 경제의 현재이자 미래"라면서도, 타 업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 조건에도 월마트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월마트 측은 자사에 노조가 없는 이유에 대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월마트 대변인 스티븐 V. 레스티보 상무는 "우리가 제공하는 모든 것들을 보면 우리의 동료들(피고용인들)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같은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지난 6월 생겨난 '월마트에서의 존중을 위한 연합조직'(Organization United for Respect at Walmart, OUR월마트)이다. OUR월마트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나 단체교섭권은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아니다.

OUR월마트는 월마트 노동자들의 급여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신문은 캘리포니아주(州)의 경우 실업률이 12%에 육박하는 등 미국이 일자리 부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아무 일자리든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LA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월마트가 제공하는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신문은 전했다. LA의 저소득층 거주 구역이 지역구인 버나드 C. 파크스 시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월마트는 신의 선물"이라며 급여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의 원천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신문은 파크스 의원의 주장에 대해 '월마트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한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틀렸다고 논박했다. 신문은 미국의 주 하나에 월마트 매장이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 해당 주 동종업계의 임금이 0.2%씩 감소하며 직장 건강보험 혜택도 줄어든다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월마트는 UC버클리 팀의 연구에 대해 자신들은 충분한 급여를 준다고 반박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월마트의 급여는 시간당 12.61달러(1만4530원). 그러나 신문은 자신들이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 매장들을 돌면서 조사해 본 결과 이렇게 많이 버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판매직은 8.81달러(1만150원), 매장 매니저는 11.22달러(1만2930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정도 월급은 '충분한' 것일까? 노조가 있는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활과 비교하면 어떨까? 신문은 역시 미국 유통 대기업인 '앨버트슨'에서 일하는 41세 남성 노동자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오리건주 온타리오시의 매장에서 일하는 이 노동자가 받는 시급은 20달러다. 이 남성은 역시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두 명의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왔으며 집도 소유하고 있다.

온타리오에서 30마일(48km) 떨어진 LA의 월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같은 중산층의 삶은 불가능하다. 월마트 노동자 그레그 플레처(28)는 같은 매장에서 아내와 함께 일한다. 이들 내외의 시급은 10달러. 집세를 내고 나면 이들은 2주간 200달러로 유류비며 갓난아이 기저귀값까지 대야 한다.

신문에 따르면 그레그는 돈을 아끼려고 점심을 굶으며 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33억4000만 달러의 이윤을 냈고 기업의 창시자인 샘 월튼 일가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으로 꼽히며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듀크는 1870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점심도 못 먹는 것이다.

▲미국 유통대기업 월마트 매장의 계산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자료사진. 사진 속 특정 인물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로이터=뉴시스

그레그의 동생 윌리엄(22) 역시 같은 매장에서 일한다.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일자리가 월마트라는 것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윌리엄은 일하다가 무릎을 다쳤고 의사는 일정 이상의 무게를 들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월마트는 그가 평소에 하는 만큼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월마트 측은 의사의 처방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했지만 윌리엄의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코멘트는 거부했다.

무릎의 통증과 함께 분노도 커져 갔지만 윌리엄은 선뜻 OUR월마트의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OUR월마트의 상급단체 미 식품 및 상업노조(UFCW)의 활동가로 OUR월마트를 조직하고 있는 필립 메자는 이같은 우려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가입 원서에 서명을 하고도 해고될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문은 월마트가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노동운동을 매도하는 반(反) 노조 비디오 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OUR월마트가 공식 출범하자 월마트는 이 단체를 겨냥한 새로운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들기도 했다. 월마트에서 매니저 대리로 일하다가 지난 5월 해고된 앤젤라 레드(41)는 "우리는 직원들로 하여금 노조와 거리를 두게 하라고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전직 월마트 노동자 샘 마이어스(35)의 해고 또한 그의 OUR월마트 활동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월마트는 마이어스가 매장의 돈을 훔쳤다며 경찰을 불렀고 그는 지난 8월 연행됐다. 그러나 마이어스는 지난 3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일했는데 OUR월마트에 가입한지 3달 만에 체포됐다며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LA지방 검찰청은 증거 불충분으로 마이어스에 대한 기소를 중지했다.

월마트의 노조 방해 활동은 전력도 화려하다. 과거 텍사스주의 육류 가공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조합을 결성하려 하자 월마트는 육류가공 분야를 아웃소싱했다. 또 캐나다 퀘벡주의 한 매장에서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자 월마트는 해당 지점을 폐쇄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지난 2007년 21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월마트의 단체조직권 침해>를 펴내기도 했다.

OUR월마트가 노조가 아닌 형태로 조직된 것도 이같은 방해 활동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노동운동 전문가인 넬슨 리히텐슈타인 UC샌타바바라 교수는 "노동운동은 이제 월마트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것은 패배하는 전략이란 것을 알고 있다"며 "문제는 노조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을 변화시킬 어떤 종류의 조직 형태가 창조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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