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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리치 '팔레스타인 망언'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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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리치 '팔레스타인 망언'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해외시각] "팔레스타인은 '발명된 민족'이고 테러리스트" 발언의 진실

1910년대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에 대해 당시 일본과 함께 1차대전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조선이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원나라 이래로 중국 제국의 일부였다. 조선인이란 '발명된 민족'일 뿐이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다. 만주와 연해주의 조선인 학교에서는 일본인을 잡아 죽이라고 가르친다."

이런 기막힌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본색'을 드러낸 것. 깅리치는 1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테러리스트"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깅리치 후보는 이어 "그들은 학교에서 테러리즘을 가르친다. 그들의 교과서에는 '13명의 유대인들 중 9명이 죽었다면 몇 명이 남았나'라는 질문이 쓰여 있다. 우리의 지원금은 이런 교과서에 쓰인다"면서 "중동에 대한 거짓말은 충분하다. 누군가는 용기를 갖고 일어나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깅리치는 전날 미국 내 유대인들이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팔레스타인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은 사실 아랍인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은 고유의 언어나 문화를 갖고 있지 않으며 아랍 세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로서의 팔레스타인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팔레스타인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일부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나중에 대변인을 통해 자신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이 원색적인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환호했지만 이스라엘 정부조차 선을 긋고 나섰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미국 국내 정치과정의 일부"라면서 이 사안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미국의 중동 전문가인 후안 콜 미시건대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짚으며 깅리치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콜 교수는 나아가 깅리치의 발언이 극단주의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태도를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깅리치의 발언 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콜 교수 글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뉴트 깅리치 미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가 1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후보 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행동은 깅리치의 말과 별로 다를게 없다

뉴트 깅리치는 유대계 미국인들과 시오니스트들의 자금 지원을 노리고 이스라엘 극우파의 입장에서 발언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국제법상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우익 유대 민족주의자들이 예루살렘의 전 지역은 자신들의 땅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이 도시에서 점진적으로 몰아내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깅리치는 1950년대 이스라엘 선동가들처럼 말했다. 팔레스타인이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1100만 팔레스타인인들은 '발명된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나 하마스나 차이가 없으며 모든 팔레스타인은 테러리스트라고도 했다.

다른 미국 정치인들은 이 발언을 극단주의적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그건 위선이다. 미국은 깅리치의 말처럼 행동하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들 중에서도 깅리치에게 동의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데 말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깅리치의 주장은 실제 아랍어로 팔레스타인을 연구해 온 학계의 역사학자들에게 지난 두 세대 동안 반박당해 왔다. 깅리치의 단세포적인 주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조차 힘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깅리치가 미국 정계에서 예외적인 인물이 아니며, 미국 정부는 시종일관 깅리치가 말한 것을 믿고 있는 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상어들이 득실거리는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작은 물고기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바마는 몇 번의 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이스라엘 우익 리쿠드당은 바로 그 협상이 진행 중인 땅에 대규모 정착촌을 확장하자고 주장하며 이를 무력화시켰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극우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자신들과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지 않다는 조리있는 결론을 내렸다.

몇 번의 형식적인 노력 뒤에 오바마는 점차 리쿠드당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치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선거 모금을 위해서다. 협상을 계속하라고 네타냐후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태도와는 거리를 두면서 오바마는 정착촌 문제 앞에 무력한 거인이 됐고 지난 몇 개월 동안 연설에서도 이런 태도가 주로 엿보였다.

오마마가 취임하던 2009년 1월과 비교했을 때 몇 만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더 정착해 살게 됐을까?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아이들을 포함해)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졌을까?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예배당이 이스라엘 정착자들에 의해 공격받거나 불태워졌을까?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내쫓겼을까?

오바마 정부가 깅리치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이 모든 사태를 멈추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겠나? 이것이 바로 미국이 해온 일이다.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이스라엘의 식민정책으로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잃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깅리치의 솔직하게 표현된 관점과 미국 정치권 주류의 관점은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우익들의 도발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어린이와 비전투원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를 불법 봉쇄함으로써 이들을 거의 인도주의적 재앙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 몇번 혀를 끌끌 차고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음악 파일을 다운받는 대학생들을 막는 데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웨스트뱅크(요르단강 서안)의 좋은 땅을 도둑질하는 이스라엘 정착자들에게는 한 마디도 못 했다.

평화 협상이나 팔레스타인 국가 등에 대한 공손한 언사 따위는 집어치우는 것이 깅리치에게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어떤 정통성도 없다고 믿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아이들이 굶거나 땅을 도둑맞거나 아랍 국가로 쫓겨난다 한들 양심에 거리낄 게 뭔가?

그의 발언 내용은 멍청하고, 완벽하게 틀렸다. 먼저 그의 발언은 멍청하다. 모든 국가는 지난 수백 년 사이에 '발명된' 것이다. 전근대 시기에는 인쇄물도, 근대적 의사소통도, 제국주의 시기 이후 나타난 계몽 국가도, 국가 교욱기관도 없었고 그들은 '민족'도 아니었다. 과거 남북 이탈리아가 그랬듯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역사학자 에릭 홈스봄이 지적하듯이, 사람들은 민족이 국가를 세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어 등을 표준화함으로써 국가가 민족을 창조했다. 그러므로 다른 '민족'들에 비해 팔레스타인 민족만 특히 더 '발명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깅리치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 국가들의 고대 선조를 찾는 민족주의 게임이라도 한다면 팔레스타인은 쉬운 사례인데도 말이다. 팔레스타인은 고대 이집트인과 앗시리아인들에 의해 언급됐다.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고대 가나안인들과 유대인들의 자손이다.

만약 깅리치의 발언이 팔레스타인은 이슬람 국가로서 행정체계를 갖춘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라 해도, 이 역시 틀렸다. 중세 맘루크 왕국에서 팔레스타인은 시리아 지방의 5개 자치구 중 하나로 예루살렘을 수도로 했다.

중세 이슬람 시대에 팔레스타인은 잘 알려진 지역이었으며 장소 또는 행정구역의 명칭이었다. '필라스틴'(팔레스타인)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동전도 있다.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필라스틴인 또는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불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중 80%가 이슬람교를, 나머지는 기독교를 믿게 됐다. 1000~1800년의 기간 중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들은 거의 없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1798~1801년 동방 원정에서 : 옮긴이) 3000명인가를 발견했을 뿐이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일부였다는 것은 그들이 민족인가 그렇지 않은가와는 무관한 문제다. 깅리치의 말대로라면 알바니아에도 같은 주장을 펼 수 있다. 과거 알바니아는 국가로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은 비잔틴 제국과 불가리아, 세르비아,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 하에서는 알바니아 지방도 없었다.

그러나 깅리치는 알바니아가 민족이 아니란 말은 하지 않는다. 알바니아의 독립국 자격을 뺏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깅리치의 선거 참모 중 누구도 알바니아인들을 나라 없는 백성으로, 집 없는 사람으로 만들거나 그들의 땅과 재산을 훔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민족적' 선례도 있다. 18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분권화가 심해졌을 때, 제국의 행정관(파샤)이었던 아흐메드 알제자르(통칭 '제자르 파샤'로 알려짐 : 옮긴이)는 아크레에서 팔레스타인을 통치하며 나폴레옹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랍인'이라는 주장을 보자. 19세기에는 베두인족을 제외하고는 팔레스타인 사람 아무도 스스로를 아랍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당시 '아랍인'이란 농촌의 유목민을 뜻했다. '범(汎) 아랍 민족'이라는 개념은 20세기 들어와서 생겨났고 그리 성공적이지도 못했다.

'아랍인'들이 가진 공통점은 아랍어를 쓴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 지방의 모든 언어를 '아랍어'로 부르는 것도 임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로마자(알파벳)에 기반을 둔 모든 언어를 하나의 언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모로코의 '아랍어'와 이라크 남부의 '아랍어' 간의 차이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영국은 1차대전 중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국제연맹은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령으로 만들었다. 팔레스타인은 시리아,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곧 국민국가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그렇게 되지 못한 이유는 영국이 유럽 내 유대인들의 이민을 장려함으로써 국제연맹의 안을 뒤엎고 팔레스타인을 대영제국의 동맹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이 제국주의적 목적에서 레바논의 마론파 기독교를 장려해 시리아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 것과 같다)

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은 최종적으로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 내에서 제3의 세력이 됐다. 2차대전 말경 그들은 무장 민병대를 조직하고 관리들을 암살하는 등 테러에 관여하며 영국인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이스라엘 국가를 창설하기 위해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적으로 청소했다. 요르단 군은 유엔 총회 분할안에서 이스라엘의 것으로 선포된 영토를 위협하지 않았기에 1948년 전쟁은 인종청소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의 일부인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는 1948년 이스라엘의 손에서 벗어났으나 이스라엘은 1967년 이를 재점령하고 아직까지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영공, 영해, 영토의 경계선을 통제하고 때때로는 폭격과 침공을 통해 가자지구를 지배한다. 또 그들은 국제법에 반해 팔레스타인 영토인 웨스트뱅크에 정착촌을 지어 대량으로 땅을 훔치고 있다.

레바논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직도 대부분 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그들의 억양은 한 눈에 티가 난다. 그들은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고 취업 면허도 따기 힘들다.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는 그들에겐 희망이 없다. 레바논 시민권도 얻을 수 없다. 4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레바논에서, 이들 30~40만 명의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에게 시민권을 주게 되면 수니파의 힘이 강해질 것이고 이는 부유하고 힘센 기독교 공동체와 인구의 다수인 시아파 공동체들에게는 손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단일한 '아랍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재산을 다 빼앗기고 고향에서 쫓겨난 그들이 어딘가에서 '아랍인'으로 쉽게 살아갈 수는 없다. 이스라엘은 1947~48년 팔레스타인인들을 불법적으로 몰아내면서 땡전 한 푼도 보상해 주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잔혹한 군사적 지배 아래 두면서 기본적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나라 없는 백성으로 만들고 있다. 이슬람 세계 사람들 전체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이 계속되는 범죄 행위에 미국 정부가 공모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지역에서 미국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근원이다.

깅리치의 발언은 <알자지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미국에 대한 분노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미국의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 그는 아랍 민중들이 오랫동안 미국의 정책으로 여겨온 것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미국은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들을 노예보다 조금 나은 상태인 나라 없는 백성으로 만들고, 매일 매일 더 많은 토지를 빼앗아 가는 범죄의 공범이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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