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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곤경에 처한 오바마를 구할 것인가?

[정욱식의 북핵이야기]<15> 벌어지는 북미관계와 한국의 선택

대화 재개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협상에서 우위에 서 보고자 하는 기싸움 수준이 아니라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대화 재개 문제를 둘러싼 혼선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는 4월 16일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두 가지 점을 강조했다. 우선 "우리 정보 당국의 현재까지의 분석에 근거할 때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펜타곤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 내용, 즉 "북한이 현재 탄도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 평가가 공개되면서 촉발된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MD 브레이크 풀었다가 곤경에 처한 오바마

동시에 오바마의 이러한 발언의 밑바탕에는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세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째는 미국 서부에 본토 방어용 요격미사일(GBI)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한 것이고, 둘째는 괌에 고고도지역방어체제(THAAD)를 배치키로 한 것이며, 셋째는 MD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두 척을 동아시아에 급파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대북 경고와 함께 미국 내 보수파를 달래고 동맹국을 안심시키며 중국의 대북 압박을 겨냥한 것이다.

▲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지스함인 매케인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로이터=뉴시스

그러나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GBI와 THAAD는 시험평가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미완성' MD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계산 때문에 기술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반발도 야기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북한위협론'을 이유로 중국을 포위·봉쇄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이 진정으로 양국 관계의 재설정(reset)을 원한다면 MD 구축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을 확보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장 "MD에 더 많은 투자를 하라"는 공화당의 정치 공세를 방어하기 힘들어진다. 만약 공화당의 압력에 밀려 MD 투자를 크게 늘리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하고, 재정 감축 시대에 예산 압박도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MD 수위를 조절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대화를 원해? 그럼 비핵화 의지를 보여'

오바마 대통령이 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두 번째 핵심 포인트는 북한과의 대화 부분이다. 그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가 보여줬던 도발적 행동을 먼저 바꿔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도발을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여러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단계로 접어들기를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밥상 위에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제 갈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도발적인 언행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미국이 대화 모드로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전망을 일축하면서 대화의 조건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1기 때부터 유지되어온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이 아직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말해준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조건부 대화론'에 싸늘한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은 조선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며 북한식의 대화 법칙과 조건을 내걸었다. 북한은 "미국이 우리가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 당의 로선과 공화국의 법을 감히 무시하려드는 오만무례하기 그지없는 적대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며, "대화는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종일관한 립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진정한 대화의 조건, 즉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당분간 실질적인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조건을 단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포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 시 강력한 대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미국의 ICBM 발사 여부 주목해야

여러 가지 변수도 잠복해 있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대결 정책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이 훈련이 끝나는 4월 말에 대결적 자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있다. 특히 북한이 핵 억제력과 김정은의 리더십 덕분에 한미 양국의 "북침" 야욕을 꺾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철회하거나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는 난망한 상태이다.

5월 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만약 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이 대화 재개의 문턱을 낮추면서 평화협정과 대북 제재 해제와 같은 사안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는다면, 한반도 정세도 바닥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앞서 강조한 것처럼 미국 스스로 이러한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미 외교가 중요해지고 있다.

끝으로 미국이 5월로 연기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실시 여부도 중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하면, 핵잠수함-전략 폭격기-ICBM으로 이어지는 전략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과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ICBM 발사를 이유로 북한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상황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는 잠시 연기하였다고 하나 그것도 5월에는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단 두고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한국형' 해법을 만들자

결국 북미 간의 위험한 치킨게임과 지루한 줄다리기가 혼재되어 있는 현 정세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와 불안한 정전체제가 지속될수록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한국이고, 반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가장 큰 기회를 포착하게 될 당사자도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게 세 가지를 권고하고 싶다. 하나는 지난 5년간 한미공동성명에서 사라져버린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를 성명에 명시하는 것이다. 가령 "한미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공동의 목표이자 상호조율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는 조항을 공동성명에 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정상회담 이전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도 ICBM 발사를 계속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미가 뉴욕 채널 가동해 함께 쏘지 말자고 논의할 것을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 전략상 ICBM 발사를 계속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북미 대화가 재개될 때까지는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과의 최고위급 대화도 적극 추진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대북 협상 20년사를 되돌아보면 북한과의 대화는 고위급일수록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NBA 스타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과 영국 외교관들도 "김정은은 오바마와의 소통을 원한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기조로 "모든 합의의 존중과 이행"을 강조해온 만큼,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 선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10.4 선언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남-북-미-중 4자, 혹은 러시아와 일본을 포함한 6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선언' 채택을 오바마 대통령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거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 정지 작업이 필수적이고 상황 진전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제 간의 화학 반응과 정상 간의 화학 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신세를 벗어날 수 없고, 그만큼 피로감과 체념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초유의 위기를 역사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지혜와 용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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