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7일 자체 조사 결과 미국 회사 2개사가 3차례에 걸쳐 시위 진압 물자를 이집트에 수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가장 최근의 수출은 미 군수업체 '컴바인드시스템즈'(SCI)사가 이집트 내무부 앞으로 보낸 7톤의 물자다.
시위 진압 장비가 포함돼 있는 이 화물을 실은 배가 이집트 수에즈 인근 아다비야 항에 도착한 날은 지난달 26일. 이집트 보건 당국에 따르면 같은달 19~24일간 발생한 반(反) 군부 시위에서는 35명이 숨지고 3250명이 다쳤다.
SCI사는 지난 4월과 8월에도 각각 21톤과 17.9톤의 군수 물자를 이집트에 수출했다. 무역 데이터베이스 '피어스'(PIERS)에 따르면 이 화물들은 실탄, 탄창, 포탄 등으로 등록돼 있었다.
미 펜실바니아주 제임스톤에 본사를 둔 SCI사는 고무탄, 최루탄 등 군과 사법기관에서 쓰이는 다양한 군수품을 생산한다. 이집트에 군수품을 수출한 다른 1개사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의 시위 도중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견된 최루탄 탄창 중 많은 수가 미제였으며 SCI사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다. <CNN>과 <BBC> 방송은 당시 이 최루탄 탄창을 집어든 젊은 시위대들이 "메이드 인 USA!"라고 소리지르며 미국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빈 최루탄 탄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이같은 수출은 버젓이 미 국무부의 승인까지 받아 이뤄진 것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이집트 정부에 최루탄과 다른 비(非)살상 폭동 진압용 화학약품을 수출할 수 있는 허가는 2개의 미국 회사에 주어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토너 대변인은 지난달 29일에는 "이집트 당국이 최루탄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정황적 증거는 많지만 우리가 실제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보지는 못했다"며 문제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가 이틀 후인 1일에는 이집트 보안군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AI 활동가 브라이언 우드는 "(미 국무부의 수출) 허가는 이집트 정부가 시위대에게 과도하고 빈번하게 무력을 행사해 사망 사태가 벌어지는 기간 중에 난 것"이라며 "이집트 보안군의 인권 침해는 널리 알려진 만큼 미 당국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드는 "허가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국무부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집트 보안군과 폭동 진압 경찰은 반드시 개혁돼야 하며 무력과 화기 사용에 대한 유엔(UN) 기준을 준수하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보안군의 행동과 책임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남용할 가능성이 많은 무기나 다른 장비를 이들에게 제공하는 다른 나라들의 행동은 무책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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