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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총선 지옥으로 가고 있다" 최악 유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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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총선 지옥으로 가고 있다" 최악 유혈사태

군부 민정 이양 촉구 시위에 이틀간 14명 사망

호스니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이집트 혁명이 혁명 후 첫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19~20일 이틀간 12명이 사망한 가운데,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20일(현지시간) 군경과 시위대 사이의 유혈 충돌이 발생해 12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전날에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 벌어진 충돌로 2명이 숨져 이틀간 총 14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집트 군경은 18일부터 사흘째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20일 오후 5시 무렵 고무탄과 최루탄을 무차별 발사하며 광장에 진입했고, 텐트와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거나 시위대를 곤봉으로 때렸다.

이에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으로 맞섰다. 그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수천 명의 시민들은 속속 광장으로 몰려들어 광장을 다시 점거했다. 이날 이집트 동부도시 수에즈와 이스마일리아, 북부 시나이 반도에서도 각각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는 이날 밤 타흐리르 광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시위대들이 경찰의 광장 재진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과도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군최고위원회가 물러날 때까지 광장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못 박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밤 카이로의 일부가 '전쟁 지역'으로 바뀌었다고 묘사했다.

▲ 20일 카이로 거리시위 장면 ⓒAP=연합뉴스

총선도 쉽지 않고…대선은 더 안갯속

이집트인들은 28일 총선을 앞두고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에 신속한 민정 이양을 요구하며 최근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대는 특히 군부가 이달 초 제시한 헌법 초안에 반대하고 있다. 초안에는 군부가 민간 정부 수립 후에도 예산 등에서 정부 및 국회의 관리 감독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는 곧 군대가 민정의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것이며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배후 조종하겠다는 의도라고 시위대들은 보고 있다.

<가디언>은 주말 유혈 사태로 인해 이집트 혁명이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고, 총선·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느냐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일부 정당과 후보들이 선거 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군최고위원회가 물러나고 민간 통치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총선이건 대선이건 치러봐야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까지 군 고위 장성들은 대선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새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계속 지배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집트 최초의 여성 대권 주자 보타니아 카멜(무소속)은 <가디언>에 "이번 폭력 사태는 군최고위원회 뒤에 숨어 있는 무바라크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시위 중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도 정부는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정치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내각은 국영TV에 낭독된 성명에서 "정부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선거를 치르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지더라도 생업에 바쁜 일반인들이 상·하원 의원을 각각 3단계에 걸쳐 뽑아야 하는 복잡한 투표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자지라>는 20일 전했다.

사태가 이러하다 보니 향후 이집트 정국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온다. 총선 후 과도 민간 정부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그 경우 민정과 군최고위원회가 주도권 다툼을 하게 되어 대통령 선거가 한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어떤 경우에라도 이슬람 세력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선을 거친 이집트 정국에 이슬람주의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다친 시위대를 치료하는 21세의 의대생 아미르 와기는 <가디언>에 "선거가 지옥으로 갈 수 있다. 타흐리르 광장으로 먼저 나와야 한다. 우리는 표를 모으기 전에 절반의 성공만 거둔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최고위원회가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이나 예멘의 살레 대통령처럼 국민들을 공격한다면 이집트인들은 나토가 리비아에 한 것을 군최고위원회에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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