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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군 떠나는 이라크의 앞날은…내전 재발?"

"종파주의로 인한 폭력사태, 사회 혼란 가능성"

올해 연말이 지나면 모든 미군 전투병력이 이라크를 떠난다. 관심은 이라크의 앞날에 모인다. 아직도 자살폭탄 테러 등 폭력이 횡행하는 이라크에서 미군마저 떠나면 자칫 정세가 불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걱정하기도 한다. 현저하게 약해진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 이라크 이슬람국가(ISI) 등이 미군 철수에 고무받아 다시 활개칠 위험이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 패트릭 콕번은 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이라크의 앞날에 진정한 위협을 가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의 무능과 종파주의라고 지적했다.

콕번은 이라크의 풍부한 석유자원에서 나오는 부(富)의 불평등한 분배를 둘러싼 이라크 내 여러 세력 간의 갈등을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폭력 사태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다면서 이런 상황이 사실상의 내전 상태로 이어질 위험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국내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은 바로 현 이라크 정부의 무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라크 군부에 의한 쿠데타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바그다드 남쪽 30km 지점의 '캠프 칼수스'에 주둔 중인 미군들이 순찰 중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미군 전투병력은 올해 말까지 이라크에서 철수한다. ⓒ로이터=뉴시스

불안불안한 이라크, 내전 재발 위험

이라크인들은 걱정에 빠졌다. 며칠 후 미군 철수가 이뤄지면 그들은 시리아 권력투쟁의 결과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수도 바그다드의 한 사업가는 "우리는 미래가 두렵다"며 "통상적으로 수입하는 상품량은 6개월치이지만 최대 2개월치만 수입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의 불안 중 일부는 2003~09년의 상처 때문이다. 당시 수만 명이 학살당했다. 나타나서는 안 될 지역에 나타난 수니파나 시아파 교도들은 일상적으로 살해당했다.

오늘날 바그다드는 이전의 엄혹했던 기준에 비하면 조용하지만 표면 바로 아래에는 오래된 두려움이 스며 있다. 종파주의적 분쟁이 없는 이유가 모두 고무적인 것도 아니다. 한 언론인은 "현재 종파주의에 의한 살해가 없는 것은 부분적으로 바그다드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섞여 있는 지역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전이 다시 일어날까?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쿠르드족, 수니파의 대중없는 연정은 얼마나 취약할까? 이라크 지도자들은 미군 철수 후 알카에다가 가할 안보 위협보다 현재의 권력 분점 합의를 유지할 능력이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소속의 쿠르드족 출신 의원 마무드 오스만은 "정치 지도자들은 같은 정부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적대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정부와 야당으로 나눠지는 게 낫겠지만 이라크에서 야당을 한다면 누구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는 2009년보다는 훨씬 덜 위험한 도시가 됐고, 매일 수천 명이 죽어나갔던 2007년에 비하면 더없이 좋아졌다. 검문소의 수도 적어졌고 끝없이 이어지던 교통 정체도 줄어들었다. 더 많은 가게가 문을 열었고 이 가게들은 한때 황폐했던 거리에서 더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늘어서 있던 콘크리트 방호벽들은 철거됐고 요르단 및 이라크 각지로 향하는 도로들이 개통됐으며 상대적으로 안전해졌다. 전력 사정도 좋아졌다. 한 여성은 "아주 좋다. 5시간, 때로는 7시간씩 전기가 들어온다. 물론 여름에는 (이 정도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말이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폭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필자가 '안전 구역'(그린존) 내의 알라시드 호텔에 도착한지 4시간 후 불과 몇 km 떨어진 곳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명 이상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 공격은 당초 로켓포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됐다가 자살폭탄 테러라고 했다가 결국 알말리키 총리를 암살하기 위해 그린존 내에서 조립된 폭탄 공격으로 밝혀졌다. 같은날 앞서 바그다드 북부의 타지 교도소에서는 자살폭탄 테러범이 차량을 끌고 정문으로 돌진해 1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익숙해져 버렸고 이라크인들도 어느 정도 그렇게 됐다. 호샤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앞서의 폭탄 공격에 대해 "이 폭탄은 2.5kg 정도였다"면서 "2009년에는 외무부 청사가 2.5톤의 폭발물에 의해 산산조각난 적도 있었다"고 (별일 아니라는 듯 : 옮긴이) 말했다.

바그다드가 누구의 도시인지는 명확하다. 공항으로 이어진 길이나 안전 구역 내의 군사 검문소들은 시아파 축제인 '아슈라'를 맞아 붙인 종교 포스터와 깃발들로 장식돼 있다. 음식점과 유흥업소들이 늘어선 티그리스 강변의 아부 나와스 거리에서도 한 나이트클럽이 정문에 시아파의 3대(代) '이맘'(최고지도자) 후세인 이븐 알리의 초상화와 검은 깃발을 내걸고 있었다. 2006~07년 수니파 인구의 절반가량이 추방되거나 도시 남서쪽의 분리 지구로 이주당한 이후 바그다드는 시아파의 도시가 됐다.

그러나 30년 동안 계속된 전쟁, 내전, 제재를 고려해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해 봐도 정부의 실패와 무력함은 감출 길이 없다. 예를 들어 검문소의 군인과 경찰들은 여전히 전원도 안 들어오는 전혀 쓸모없는 폭탄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탐지기는 제작 단가가 고작 몇 달러도 안 되는데도 수천만 달러에 팔렸다는 사실 때문에 악명높다. 탐지기에 사용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은 수퍼마켓 카운터에서도 쓰이는 전자칩이다. 이 사기극이 밝혀진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인들은 이 기계를 쓰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이라크에서 이뤄진 가장 괄목할 만한 진전은 남부 바스라 지역의 유전을 개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국제 석유회사와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2017년이면 이라크는 1200만 배럴의 원유 생산 능력을 갖게 된다. 바스라는 거대 석유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바스라에서 바그다드로 가는 항공편을 찾았을 때 이라크 항공사는 해당 노선은 주1회 운항하며 언제 떠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종파주의는 과거보다는 적은 폭력사태를 야기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군 철수를 앞두고 군인과 경찰 등 약 600명이 정부 전복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수니파들은 이를 일자리나 영향력 면에서 자신들을 더 주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았다. 이라크에는 연정이 들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알말리키 총리가 국방‧내무‧안보장관 직무대행을 겸임하고 있다. 모든 군 지휘관들은 총리가 임명한 '직무대행' 지휘관이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들의 90%, 내무부의 78%가 시아파 출신이다. 약 100만 명의 군인, 경찰, 국경수비대의 존재는 고용 면에서 시아파에게 큰 이익을 준다.

이라크는 분열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국가 구성원들이 석유 산업에서 나오는 이득을 공유하는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분쟁은 부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것이다. 후세인 시절 집권당이었던 바트당이 쿠데타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는 이라크 정부의 공포는 과대망상이다. (하지만 한 당국자는 정부기관이 안전 구역 내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를 뒤엎는 데는 1개 여단이면 충분하다고 필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시아파 장교들의 소행일 것이다.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정말로 불안정해지는 길은 각 정당들이 권력 균형 상태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외세를 등에 업는 사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럴 기미는 없다. 이라크의 앞날은 어찌 될까? 가장 가능성 있는 길은 심각한 수준의 폭력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분열되고 무능한 정부가 위태위태하게 안정 상태를 지켜가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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