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협약 연차 총회는 지난 2년간 후퇴해왔으며, 올해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회의도 이런 경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디펜던트>도 "경제위기에 밀려 세계의 정치인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 3일(현지시각) 남아공 더반에서 환경운동가 등 수천 명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
더반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제 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9일까지 예정으로 진행중이다. 세계 194개국이 모인 이번 더반 회의에서는 내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 사실상 자율감축체제로 후퇴하게 될지, 아니면 구속력 있는 새로운 협약으로 대체할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반 회의에서 기후변화의 중대성을 인식해 진일보한 '포스트-교토의정서'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추진하는 것은 사정이 좋을 때도 벅찬 과제일 텐데, 지금의 글로벌 경제 사정으로 볼 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면서 더반 회의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FT>는 '리더십의 실종'을 꼽았다. 미국은 구속력 있는 목표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국가별로 최대 탄소 배출국이 된 중국은 개발도상국임을 내세워 역시 선진국과 함께 같은 목표에 구속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선진국들이 대규모 지원을 해주는 조건이라면 2020년부터는 구속력 있는 협약 체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이때문에 교토의정서를 임시 연장하자는 대안도 거론됐지만, <FT>는 "주요 당사국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단순한 연장조차도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토의정서 연장조차도 어려워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인도는 교토의정서 연장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브라질·남아공 등과 교토의정서 연장을 위해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한 것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EU)도 모든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약속하는 경우에만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 신문은 더반 회의도 지난해 칸쿤 회의와 마찬가지로 '자율감축' 목표를 최대한 이끌어내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실속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중국과 브라질 등 '탄소배출 신흥대국'들이 유엔이 추진한 탄소배출권 시장을 외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FT>는 "더반에서 진일보한 기후변화 협약을 성사시키지 못할지라도 이미 이뤄진 성과도 되돌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강도 높은 기후변화 협약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류에 대재앙이 초래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탄소배출, 산업혁명 이후 최대폭 증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 과학자 단체인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는 지난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전년 대비 5.9% 늘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GCP는 지난해처럼 큰 폭의 증가세가 앞으로 계속되진 않겠지만 향후 10년간 연평균 탄소배출 증가율은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선진 39개국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도 대비 5%를 삭감하도록 했지만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없어 실패한 협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2009년 기준)을 보면 1위 중국은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2위 미국은 18%, 3위로 급상승한 인도는 5%고 러시아도 5%다. 이어서 일본이 4%, 독일 3%, 그리고 한국이 캐나다, 이란 등과 함께 2%를 배출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지난 2009년 7% 감소했던 것이 지난해엔 4% 증가했으며, 중국의 탄소배출량 증가세는 10.4%에 달했다. 지난해 미국은 15억톤, 중국은 22억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1인당 탄소 배출 규모에선 여전히 선진국들이 앞서고 있다.
'탄소배출 대국'들에게는 "지금 당장 행동을" "기후변화는 나를 죽인다"라는 내용 등이 담긴 피켓을 들고 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하는 수천 명의 환경운동가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