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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군 오폭 사건, 파키스탄 "동맹관계 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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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군 오폭 사건, 파키스탄 "동맹관계 전면 재검토"

오폭 사망자 장례식…반미 시위 물결

나토(NATO)군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파키스탄군 초소를 탈레반 측 초소로 오인 공격해 파키스탄 24명이 숨진 사건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는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미국과 나토에 반대하는 시위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파키스탄의 옛 수도이며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는 미 영사관 앞에 수천 명이 모여 나토의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파키스탄 내 다른 지역들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형을 불태우거나 성조기를 태우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주부 나시마 발루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 나라를 점령하기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리 국경을 공격했다. 정부는 즉각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라치에서는 수십 명의 트럭 운전사들이 아프간으로의 나토군 물자 운송을 거부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운전사 타즈 말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탈레반 반군의 공격을 무릅쓰고 운전을 했지만 이제는 항의의 뜻에서 물자 운송 루트를 막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통신이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나토군 오폭 희생자들의 장례식 장면. ⓒ로이터=뉴시스

미-파키스탄 관계 '최악 중 최악'…파키스탄 "동맹 전면 재검토"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파키스탄) 양 측의 행동은 이런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점점 복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심화된 불신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그런 경우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자신들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느낄 만한 이유가 있다"며 "현지 상황 때문에 미국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쳐도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한 파키스탄 내의 정치적 지지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나토 관계자들은 뒷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사건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애도의 뜻을 나타내면서 나토의 진상 조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존 알렌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과도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많은 파키스탄 국민과 관리들은 파키스탄군이 벌이고 있는 탈레반 반군과의 싸움이 오직 서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으로 정점을 찍은 반미 감정도 널리 퍼져 있다.

이런 국민 정서를 고려하듯 파키스탄 정부도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다.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27일 오전 통화에서 "파키스탄 전역에서 느껴지는 뿌리깊은 분노"를 전달했으며 이 사고로 인해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이 약화될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무부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해 나토의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군 수뇌부와 각료들 간의 임시회의 후 현재 미국이 무인기 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샴시 공군기지에서 15일 내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 및 나토와 함께하고 있는 모든 협력 활동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파키스탄이 미군 10만을 포함해 13만 규모인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보급선을 봉쇄한 것은 중대한 행동이다. 파키스탄은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나토군 보급 물자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가는 주된 보급 통로다. 작년 9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2명의 파키스탄군이 사망하면서 열흘 간 보급선이 봉쇄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눈길을 끄는 것은 파키스탄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듯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AP> 등 외신들은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막대한 군사 원조 등을 감안하면 파키스탄이 실제로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먼저 쐈나' 상반된 주장

현재 파키스탄은 나토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아무 이유 없이 파키스탄군 초소를 공격해 잠자던 병사들을 숨지게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P>와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군이 먼저 사격을 가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나토 및 아프간 정보당국 관리들의 말을 28일 보도했다. 지난해에도 파키스탄 군인 3명이 나토의 공격에 숨진 바 있으며, 당시 나토는 파키스탄군의 경고사격을 반군의 공격으로 오인했다고 발표했었다.

이번에도 파키스탄군이 실제로 먼저 사격을 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나토와 파키스탄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설명 모두가 맞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험한 지형 때문에 적아 식별이 곤란한 상황 자체가 비극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국경이 불분명한 이 지역에서 종종 파키스탄 내에서 아프간 쪽을 향해 공격을 가하거나 두 나라 국경에 걸친 지역에서 전투를 벌여 왔다. 나토군의 작전 범위는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선을 넘지 못하도록 유엔이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파키스탄 쪽으로 넘어가 공격을 해왔다.

나토는 사건 직후 "의도되지 않은 끔찍한 사고"였다며 사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사건 당시 기지에는 40명 내외의 인원이 주둔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망자 집계에는 차이가 있다. 파키스탄 신문 <돈>(Dawn)과 <AP>, <로이터> 등은 24명으로 보도하고 있고 <신화>, <블룸버그> 통신은 28명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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