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데일리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10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지원을 일부 중단한 상태"라며 "파키스탄은 원조를 중단할 이유가 되는 몇 단계의 행보를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데일리 비서실장은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동맹"이라면서도 "미국과 파키스탄과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때문에 파키스탄 정계가 불만을 표하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국민들이 낸 세금을 (파키스탄에) 주는 것은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이 아프간 접경지대의 대(對)테러 작전에 10만 병력을 재파견한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제공되는 3억 달러와 군사장비 등에 대한 지원이 보류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그러자 파키스탄은 중국을 끌어들였다. 미 <CBS> 방송은 11일 파키스탄 고위관계자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 원조 규모의 삭감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구축한 중국과의 긴밀한 군사 동맹이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빈 라덴 사살을 전후로 미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들에 손을 내밀었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특히 중국이 파키스탄 군사장비의 주요 공급지임을 강조하는 등 지난 몇 주 동안 중국의 역할을 자주 언급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공동으로 JF-17 선더 전투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파키스탄 공군은 궁극적으로 이 전투기를 최대 250대 가량 배치할 계획이다. 해군도 중국에서 6∼7대의 잠수함을 들여오는 협상을 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공표했다.
또 파키스탄 정부가 남부 항구도시 과다르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 지난 5월 20일 중국을 방문한 우슈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왼쪽)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 자충수인가?
미국의 파키스탄 군사원조 보류는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이 자국 국경수비대를 훈련시키던 미군 인력을 추방한데 대한 미국의 분노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파키스탄이 대테러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이 당근보다 채찍을 선택해 파키스탄과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려는 것이지만, 원조를 중단할 경우 파키스탄이 아예 협력을 전면 거부하리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밀리하 로디 전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BBC>에 "파키스탄에 협력의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하려 드는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파키스탄군과 국민들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 역시 지난 5월 논평에서 "미국의 몇몇 의원들은 빈 라덴의 아보타바드 은신을 파키스탄이 몰랐을 리 없다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거나 감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는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빈 라덴 사살 이후 계속 험악해져 가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은신을 도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해 빈 라덴을 사살한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미군이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계속 무인정찰기 공격을 감행한 것도 양국 관계의 냉각 요인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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