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과거의 세계 체제는 쇠퇴하고 있지만 새로운 세계 체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위기'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30년 정도는 미중 갈등이 심화돼 폭력이 수반되는 충돌 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는 것인데, 이같은 이행기를 거친 후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체제가 성립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 이유로 '글로벌 민주주의'를 들었다. 그는 중국과 인도 등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임에도 과거에는 국제적으로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이들 나라들이 경제적 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크 교수는 한국의 미래는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에 달려 있다며 이미 쇠퇴하는 국가인 미국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는 중일간 대결 상태를 비롯해 남·북한, 중·타이완 간 대결 상태 등 아직도 냉전 체제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중·타이완 간의 해빙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냉전 체제는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크 교수의 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안세민 옮김, 부키 펴냄)의 한국어판은 지난 해 가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약 1만 부가량이 팔렸다. 자크 교수는 지난 18개월 동안의 작업을 통해 초판에서 25퍼센트 정도의 분량을 보충한 영어 개정판을 오는 2012년 2월 펴낼 예정이다. 자크 교수는 과거 영국의 좌파 잡지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 일간지 <인디펜던트>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한 이날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마틴 자크 런던정경대학(LSE) 초빙 연구원(칭화대학교 명예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내 책, 유럽에선 번역도 안 돼"…이유는?
프레시안 : 책 얘기부터 좀 해보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몇 개 나라에서 출간됐나?
자크 : 13개국이다. 그런데 유럽은 관심이 없었다. 9개월 전까지 그 책은 어떤 유럽 국가에도 번역돼 있지 않았다. 최근 들어 포르투갈과 라트비아에서 출간되긴 했지만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는 여전히 나와 있지 않다.
프레시안 : 흥미로운 얘기다. 유럽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까?
자크 : 유럽은 시야가 좁다. 또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지 않는 면도 있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는 한 마디로 '거만함'이다. 중요한 국가도 아니고 중국이 유럽식 민주주의, 유럽식 인권, 유럽식 환경 보호 기준 같은 것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무지한 면도 있다. 유럽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흥미가 없다. 이는 아주 편협하고 어리석은 태도다.
프레시안 : 다른 국가들에서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특히 중국의 반응이 궁금한데.
자크 : 중국에선 다소 엇갈리는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열광적이지만 조금 복잡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제목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배(rule)'란 단어가 중국어로 번역되면 '통제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는 지배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반응은 중국이 아직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과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아직 중국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개발도상국이고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 "당신은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는 이해할 만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과거 매우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었지만 지난 200년간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음에도 중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 밖에도 "서양인 작가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니 이것 참 흥미로운데?" 하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 책의 주제 자체도 아주 많은 토론이 가능하다. 중국은 그런 면에서 흥미로운 나라다. 베이징(北京)은 서구식 개념의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많은 토론이 있다. 런던에는 민주주의는 있지만 이런 진지한 토론은 없다. (자크 교수는 영국인이다 : 편집자)
중국의 영향력 확대, '글로벌 민주주의' 측면에서 긍정적"
프레시안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등을 읽어 보면 자크 교수는 중국의 발전이나 영향력 확대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크 : 중국은 매우 잘 발전해 왔다. 어떻게 이와 반대되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중국 인구는 세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빈곤에 노출돼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생활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봐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 중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문명국이었지만 최근 200년간 아무도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200년 동안 서유럽과 미국의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사실상 세계를 지배했다. '글로벌 독재'와 마찬가지였던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비단 중국뿐 아니라 인도의 부상도 긍정적으로 본다. 인도와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38퍼센트를 대표한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잃어버린 지난 200년에 대한 가장 중요한 민주화 행위다. 친중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내 철학이다.
프레시안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요지는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헤게모니 이행이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헤게모니 이행은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다고 보는가?
자크 :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달러 기축 통화 체제 등 현재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쇠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해 달러는 더 이상 기축 통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경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도 미국 경제가 더 이상 달러를 기축 통화로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하나의 세계 체제가 다른 세계 체제로 넘어가는 지점에 있다고 본다. 과거의 체제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체제도 태어날 준비만 돼 있고 그 몇몇 요소들만 보인다.
새로운 체제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주요한 이유는 중국 경제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고 위안화는 아직 자유 교환 통화(convertible currencies)도 아니다. 2020년이면 중국은 그럴 만한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환의 순간이다. 따라서 지금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다.
"세계 금융 위기라고? '서구' 금융 위기겠지"
프레시안 : 헤게모니 이행과 관련해 중국의 성장세와 미국·유럽의 재정 위기가 대비대는 상황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세계 금융 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자크 : 먼저 지금의 위기는 '서구' 금융 위기이지 '세계' 금융 위기가 아니다. 과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아시아' 금융 위기라고 불렸지 않나? 지금 아시아는 금융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순간이다.
첫째, 서구 금융 위기는 서구 경제를 떠나 '세계 체제(world system)'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이 주도했던 지배적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영향력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는 금융 부문을 넘어 더 큰 산업 영역에서의 재산업화(re-industrialisation) 등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또 하나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다. 지금 미국이나 유럽 정치 지도자들의 신망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다. 왜냐? 정치 구조가 경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 영역은 금융 자본의 이익(financial interest)에 잠식당했다. 금융 자본의 이익을 위한 논리가 국가의 논리가 돼버린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 그리고 어떤 수준에서는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지켜보듯 금융 위기 때문에 나라가 휘청거리게 됐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이 뭔지 모르고 따라서 당연히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나는 이를 1920~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겪는 구조적인 위기로 본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서구' 금융 위기다. 개발도상국들은 빠르게 발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구도는 양분화돼 있다(몰락하는 미국 및 서유럽 경제와 떠오르는 동아시아 등 신흥경제로). 2008년 위기는 새로운 국제적 시대를 열었다. 그 특징은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것이고 상대적인 의미에서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시점은 (앞서 골드만삭스가 예측했던) 2027년이 아니라 2020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본다.
둘째, 유럽의 상황이다. 유럽은 진정한 혼란을 겪고 있다. 유럽의 역할도 과거보다 훨씬 덜 중요한 문제가 됐다. 유럽은 매우 약화됐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부채 문제에 빠졌다. 그리스를 필두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제는 이탈리아까지 문제다. 위기는 당초 은행의 위기였으나, 정부가 은행에 구제 금융을 주고, 이에 따라 정부 빚이 늘어나고, 재정 위기로 이어졌다.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앞에 언급된 모든 국가들은 유로존 회원국이다. 이들이 빚을 못 갚게 돼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유로화의 미래에 대한 의심마저 나온다. 따라서 유럽연합(EU)으로의 통합도 위기를 맞고 있다.
셋째, 2008년 위기는 중국 주도의 경제적 세계 질서가 세워지는 시작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이 지배적인 위상를 보여줬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중국은 국제 무역에서 거대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위안화의 부상도 눈에 띈다. 위안화는 지역 내에서 무역의 결제 통화, 나아가 기축 통화가 될 것이다. 2010년 이후 1년 만에 중국 전체 무역액 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늘어났다. 지난해 HSBC 은행은 2013~15년경이면 중국과 개발도상국 간 무역의 50퍼센트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될 것이며 중국의 전체 무역액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율도 50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의 중심은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경제 위기 전부터 있었지만 서구 금융 위기가 이를 더 가속화했다.
"향후 30년, 전쟁 우려는 지극히 타당"
프레시안 :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헤게모니 이행 과정에서 전쟁 등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중국으로의 헤게모니 이행을 과연 지켜만 보겠냐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걱정되는 것은 미국이 매우 공격적인 패권국이 될 수 있음을 역사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를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규정하고 있고, 1945년 이후 군사력을 바탕으로 패권을 유지해 온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두 번째는 영향력이 확대된 중국이 특정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반응하거나 지나치게 나가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다. 이는 미국의 더 큰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는 정확히 그 반대로 해왔다.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했으며 군사적 사안에도 별로 개입하지 않고 있고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율도 매우 낮다.
이런 위험들을 감안하면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08년이 그 시작점이다. 향후 30년까지 이런 시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안은 북한과 타이완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미중 간 갈등의 중심이 돼 왔다. 향후 중국과 미국의 북한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크 :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북한은 매우 예외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고 약한 정권이며 사실 내 전문 분야도 아니다. 다만 미국 그리고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햇볕 정책'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자신들을 적대하고 봉쇄하는 정책을 펴자 북한은 더욱 호전적으로 나오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한국의 대통령들은 수세에 몰려 있는 북한을 포용하려고 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도 바뀌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어떤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상황만 더 악화시켰다. 분단을 더 강화시킨 것이다. 반면 햇볕 정책은 작은 성과나마 내놨다. 이런 방식의 접근을 좀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는 다이내믹한데 정치는 냉전 시대 그대로"
프레시안 : 타이완 문제로 넘어가 보자. 중국은 타이완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데….
자크 : 중국의 '마지노선' 중 하나가 타이완 문제다. 중국은 절대 타이완이 독립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과거 국공 내전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고, 타이완을 자신의 영토 일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보다 국민들의 태도가 더 강경하다. 다만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근 실제로 군사적 위협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지금 타이완의 상황은 매우 흥미롭다. 과거보다 더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은 타이완에 대한 일종의 포용 정책을 시작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야당인 민진당의 독립 노선에 대해 중국은 큰 우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민진당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타이완은 중국 경제에 많은 부분 통합돼 있다. 1990년대 타이완의 대(對) 중국 수출은 1퍼센트 정도였으나 현재 50퍼센트까지 늘어났다. 타이완 인의 태도도 많이 변했다. 양안 간 선박이나 비행기 왕래도 잦아졌고 투자도 늘어났다. 독립 노선은 쇠퇴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주의적 접근이다.
또 타이완 내에서는 자신들의 미래를 중국과 함께해야 한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 아직 미국과 일본의 반응을 염려해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있지만 그런 징후들이 관측된다. 다음 세대 정도에서는 타이완이 중국과 새로운 '헌법적 관계'를 맺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 관계와 비슷하지만 더 유연한, 타이완 자체의 선거권과 국제사회에서의 대표권을 인정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타이완이 동북아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매우 얼어붙어(frozen) 있다.
프레시안 : 얼어붙어 있다?
자크 : 동북아는 여전히 냉전 시대와 같은 구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한국의 분단과 미일 동맹, 한미 동맹 등이다. 이는 매우 이상한 일이다. 동북아는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곳인데도 정치적인 시스템은 변한 게 없다. 지속 가능한 상황도 아니며 시대착오적이다.
결국은 바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북아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관측된다. 타이완도 변하고 있고 한국도 이명박 정권 등장 전까지 햇볕 정책,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과 대중 무역 성장 등 이런 얼음을 깨려는 노력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보수 세력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과거의 냉전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 시절(2009~2010년) 있었던 작은 변화 기류 하나를 제외하면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미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중요"
프레시안 :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충고를 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자크 : 한국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핸들을 잡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는 백미러로만 보면 된다. 미래는 중국의 부상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과의 관계보다 한국에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의 쇠퇴는 역사적 경향이며 되돌릴 수 없는 변화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모색을 통해 최대한 이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의 관계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 세력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공격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의 통일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행위자다. 중국도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할 수 있다. 만약 통일 한국이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비핵화된 나라로서 중립을 지킨다면 말이다. 이것은 한국에도 매우 괜찮은 해결 방안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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