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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서구식 프리즘'으로는 절대 이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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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서구식 프리즘'으로는 절대 이해 못해"

마틴 자크 "중국 부상과 미국 견제로 동아시아 미래 불분명"

세계 경제 위기 이후 핵심 경제국으로 부상한 중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 이 두 강대국의 경쟁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펴냄)의 저자 마틴 자크 런던 정경대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초빙 선임연구원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 아시아 미래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진단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마틴 자크 런던 정경대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초빙 선임연구원. ⓒ아시아미래포럼
자크 연구원은 "중국의 성장은 그 규모와 속도로 볼 때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던 현상이며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에서 중국으로 권력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쇠락과 중국이 틀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화 국면이라는 두 가지 흐름으로 정의되는 시대에 들어섰다"라고 밝혔다.

자크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주도할 새로운 세계 질서는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먼저 지난 25년간 경제 규모가 20배로 늘어난 중국은 유럽, 일본, 한국, 브라질,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대륙에 걸쳐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또 중국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의해 주도되는 개발도상국의 차관 및 원조 규모가 2009~10년 1100억 달러로 세계은행의 차관 및 원조 규모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중국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2013~15년 이후 무역의 절반 이상을 위안화로 결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과 브라질 등 경제 신흥국으로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옮겨짐으로써 세계 경제의 재조정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게 자크 연구원이 전망한 미래다.

"중국의 '국가'는 서구의 '국가'와 다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서구가 발전하던 과거 역사에 끼워 맞춰 이해하거나 결국 중국의 미래가 서구 국가들과 같은 근대적 모습을 갖출 것이라는 '서구식 프리즘'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변화 속도는 서구가 경험한 범주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서구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자크 연구원이 설명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구와는 다른 중국의 역사다. 서구는 2000여 년 전 로마제국이 쇠퇴기로 들어서면서 많은 국가로 분열돼 존재하다가 중세 시기 이후 국민국가(nation state) 형태를 갖췄다. 유럽연합(EU)이 생겨난 이후에도 각 국가의 주권 의식으로 인해 유럽의 통합이 완벽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중국의 국민국가 역사는 100여 년에 불과하며 그 이전에 2000여 년 이상을 문명국가(civilization state) 형태로 존재해 왔다. 마크 연구원은 "유럽과 달리 중국은 기원전부터 진(秦)나라가 통일을 이뤘고 이후에도 광활한 영토와 인구의 통일성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국가와 문명국가의 차이점으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의 홍콩을 예로 들었다. 그는 "홍콩은 반환 이후 사실상 중국 본토와는 다른 체제로 운영돼 중국은 이후 1국 2체제로 유지되어 온 셈"이라며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이 서독에 흡수됐던 것처럼 유럽의 국민국가들은 1국 1체제가 유일한 형태라고 생각하지만 문명국가인 중국은 그 정도 규모의 국가를 통치할 때 한 체제로만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중국이 재편할 동아시아의 새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AP=연합뉴스

또 하나의 특징은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존재했던 중국의 조공체제다. 마크 연구원은 "조공체제는 중국이 중심이 되는 중화(中華) 체제였지만 20세기 유럽·일본의 식민체제로 대체됐다"며 "현재의 중국도 영토나 인구 차원에서 과거 조공체제와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역사적 맥락을 강조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사실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으로 세계의 다른 지역과 균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며 "동남아시아에는 통합이나 상호의존성 경향이 있어서 새롭게 출현할 질서가 EU와 똑같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조공체제의 역사가 새롭게 재편될 동아시아 질서에 다른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강한 동질성이다. 마크 연구원은 "중국은 다인종, 다문화로 이뤄졌음에도 인구의 90%가 자신들이 동일한 한(漢)족이라고 믿는 나라"라며 "'중국은 국가로 가장한 문명이다'라는 말처럼 문명을 토대로 이러한 단일 정체성을 생성시켜왔고 동시에 이질감에 대한 존중심을 띄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이 가진 국가와 사회의 관계는 서구에서 형성된 개념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사회가 국가를 견제해야 한다는 대립적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국가가 이질적이거나 의심을 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크 연구원은 그러한 이유에 대해 "중국인들에게 국가는 친밀한 가족이며 가부장에 가까운 존재"라며 "이는 한국이나 일본과도 구분되는 중국만의 독특한 제도이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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