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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한미동맹 올인'과 미국의 군비 삭감이 만나면?

[정욱식의 '오, 평화'] 군비 삭감 시대의 미국과 세계 (下)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하나의 나라로 간주할 경우,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 네 나라는 아마도 북한과 함께 미국, 중국,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명박(MB) 정권의 남은 1년간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의 차기 정부는 대단히 낯선 외교안보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적어도 5~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유일 동맹국인 미국은 쇠퇴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군비 삭감' 시대에 직면해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태평양 파워"라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봉쇄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년간 매년 10% 안팎의 경제성장과 군사비 증액을 이뤄온 중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9년에 무려 55년 만에 정권 창출에 성공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한때 '대등한 미일관계'와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하면서 아시아 질서의 변화를 도모했지만, 이제는 또 다시 미국의 품에 안기려고 한다.

이러한 와중에 동북아에서는 한-미-일을 한편으로 하고 북-중-러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신냉전'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작년부터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미중간의 세력권 다툼은 아시아-태평양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MB 정권이 이러한 퇴행적인 상황을 상당 부분 자초했다는 데 있다. MB 정부는 노무현-부시 임기 말에 이뤄진 6자회담 진전의 모멘텀을 살리기는커녕, 6자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북한 핵 능력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또한 미국 패권이 영원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말았다. MB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한미 전략동맹 노선이 한중관계를 망쳤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 민주당 정권의 북일관계 개선 노력에도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 지난 13일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MB,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 떠넘기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MB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 전략이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길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이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의 주권과 정책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은 수없이 제기되어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권 말기에 추진되고 있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도 결국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호주머니 채워주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8~9조 원 대에 이르는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펜타곤은 군비 삭감의 여파로 F-35의 구매량을 줄이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미국 정관계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최소 1조 3000억 원, 최대 3조 원 규모의 대형 공격헬기 사업은 미국의 아파치 헬기가 사실상 낙점된 상황이고, 5000억 원에서 1조 원을 투입해 미국의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려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도 미국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업 예산은 무기 도입 액수에 국한된 것으로, 통상 구매가의 2~3배에 달하는 운영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이들 무기 도입으로 인한 재정부담은 50조 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10월 12일자 <내일신문>은 "(MB) 정부 마지막해인 내년에 미국에서 직구매하는 무기 계약액이 사상 최대인 1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자격으로 초청한 배경도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에 대한 예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퍼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방위분담금 가운데 1조3000억 원을 2사단 이전용으로 축적해온 미국은 MB 정부로부터 분담금 전용 기간을 2013년까지 연장하는데 양해를 받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그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라는 '선물 아닌 선물'을 받은 MB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MB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재편하는데 적극 협력하고, 이를 위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 및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하고 있는 것은 예산상의 부담은 물론이고 전략적으로 큰 부담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MB 정부는 "MD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공식적인 발표 뒤에 숨어 미국과 밀실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여기에는 한국이 대규모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와 괌을 방어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공짜로 쓸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해악들이 MB 정부 임기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FTA, 무기 구매 결정, 방위분담금 전용 허용, 한미관계의 전략동맹화, MD 편입 등이 MB 정부의 남은 임기 내에 결정될 경우 차기 정부가 이를 되돌리기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는 것 역시, MB 임기 내에 해군기지 건설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의 선택의 핵심은 남북관계에 있다

이처럼 MB의 한미동맹 올인과 미국의 군비 삭감 시대의 조우는 한국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주머니가 넉넉할 때에도 한국에 기지이전 비용과 환경치유 비용의 부담을 전가하고, 방위분담금 인상 및 MD 참여와 미제 무기 도입 압력을 행사했었다. 미국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압력은 더더욱 거세질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하기로 함으로써, 아태 지역에서 한국이 보다 많은 부담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력도 강해질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국회와 언론, 그리고 국민의 감시와 견제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B 정부 들어 민생과 복지,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못지않게 통일·외교·국방 분야도 뒷걸음질 치고 있는 만큼, 이들 분야에 대한 관심과 준비도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중대한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미국의 군비 삭감 및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MB 정부 등 보수진영에서는 미국 패권안정론과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멀리 있는 미국과 손을 잡고 가까이 있는 중국을 견제하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조우하고 있는 동아시아 세력 전이(power shift)에 대한 몰이해를 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냉전 구조를 고착화하고 이를 동북아 전체로 확대시키며 한국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늘릴 위험이 크다.

대응책의 핵심은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구축에 두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남북관계에 있다.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줄어들기 힘들뿐더러, 동맹관계에서 한국의 역할과 부담을 높이려고 하는 '미국의 범위'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남북관계의 불안은 미-중 갈등으로 확대 전이되는 속성이 있고, 이는 한미동맹과 북중동맹 사이의 갈등을 고착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도 언급된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추진의 기본 전제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있다.

분명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군비 삭감 시대에 접어든 미국은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결집해 중국에 대응하려고 한다. G2의 반열에 올라선 중국은 '평화발전론'을 주창하고 있지만,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그 기본은 바로 남북관계에 있다. 동시에 점차 격화되고 있는 미-중-일-러 주변 국가들의 패권 경쟁을 제어할 수 있는 다자적 질서도 모색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선순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외교적 비전이야말로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인 것이다.

<上> "美 군비 삭감 저항 세력, 동맹국의 지갑 노린다"
<中> "미국, 아시아 방치 더는 안 되는데…족쇄가 너무 많아"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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