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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알카에다의 '창궐', 속사정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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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알카에다의 '창궐', 속사정을 살펴보니…

"'테러와의 전쟁' 새로운 전선은 곧 '석유 전쟁 전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올 연말까지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미 대사관 경비와 이라크 군‧경찰 훈련 지원을 위해 일부 병력만을 잔류시키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이번 연말까지 1만 명, 내년 여름까지 2만3000명을 추가로 철수할 것이며 2014년 말까지 철군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부가 재정 압박에 시달린 끝에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바마는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제 국내 재건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개입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아프리카다. 일례로 지난 15일 대부분 특수부대 출신으로 이뤄진 100명의 미군 고문단이 우간다에 도착했다. 지난 6월에는 소말리아 반군에 맞서 싸우는 우간다와 브룬디군에 무인정찰기 4대, 방탄복, 야시경 등 총 4500만 달러어치의 군사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초점을 확대하고 있다'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 미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짚었다. 통신은 "미국은 특수부대 교관과 무인정찰기, 수천 만 달러의 군사지원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점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늘어나는 다면적 안보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사령관인 카터 햄 중장은 얼마 전 이 '안보위협'에 대해 "내가 밤에 잠을 못 자는 이유는 미국 시민권자가 소말리아의 훈련 캠프에서 획득한 기술로 미국에 돌아가 미국인들을 공격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알카에다 이슬람마그레브지부(AQIM)가 지난 8월 나이지리아 유엔 건물 테러를 저지른 '보코 하람' 등과 연계를 맺을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미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의 존 페퍼 소장은 25일 이 단체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아프리카 곳곳에 폭력적인 무장세력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알카에다와 연관된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미국의 시각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퍼 소장은 과거 부시 행정부 당시 창안된 개념인 테러와의 전쟁이 오늘날에는 아프리카에서 '제2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아프리카를 겨냥하는 속셈에 대해 그는 대륙의 석유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고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4월 우간다군과의 합동훈련을 마친 미군 장병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다음 타깃은 아프리카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제2의 전선'이라는 명칭과 관련한 정부 내의 비공식 논쟁이 있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종종 동남아시아를 중동 다음가는 알카에다의 주요 '프랜차이즈' 지역으로 언급했다. 특히 필리핀은 '두 번째 아프가니스탄'으로 칭해졌다.

국무부 관리들은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국경 지대를 '남미 이슬람 극단주의의 초점'으로 부르기도 했다. 또 북아프리카에서 알카에다의 활동이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한 부시 행정부는 나중에 '범(汎)사하라 대테러 이니셔티브'가 된 '범 사헬(사하라 이남 지대) 이니셔티브'를 발족시켰고 이는 최종적으로는 미군 아프리카사령부로 통합됐다.

사실 이 중에서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이 된 지역은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테러 작전은 여전히 곳곳을 누비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제2의 전선' 테제도 아프리카와 그 인근 지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기 전인 지난 여름, 미 중앙정보국(CIA)은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미국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았다.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무인정찰기를 이용해 예멘의 AQAP 지도자를 노리는 비밀 작전을 올해 5월부터 시작했다. 예멘은 아프리카 북동부의 소말리아 인근,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여름 내내 점점 고조된 이 작전은 지난달 말 미국 시민권자인 AQAP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 사살에서 정점을 찍었다. 미국 정부는 AQAP가 중개자 역할을 했다며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와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은 최근 소말리아에 대한 케냐의 침공을 지지하고 있다.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알카에다 또는 토착 테러 세력과의 연계"가 염려된다며 특수부대를 중앙아프리카에 파견하기도 했다.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아랍의 봄'을 거치며 해방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이 득세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이처럼 테러리즘에 대한 이야기들이 표지만 바꿔 계속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빈 라덴은 죽었고 파키스탄에 있는 그의 동료들은 포위공격을 받고 있다. 아프간의 알카에다 조직원은 100명 미만이다.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는 이미 기진맥진해 있으며 오바마 정부는 지난주 모든 미군 병력이 연말까지 이라크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000명 정도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 걸프전쟁 이후 콜린 파월 당시 미 합참의장이 '미국은 싸워야 할 적들을 모두 소진시켰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도 미국은 싸워야 할 테러리스트들을 바닥내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즘'이란 유연한 단어이고 아프리카는 넓다. '제2의 전선' 테제는 여전히 살아남아 번창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거기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

CIA가 가장 우려한다는 AQAP부터 보자. 이 조직은 특별히 크지 않다. 레바논 출신 미국 시민권자인 파와즈 게르게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교수의 근저 <알카에다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Al-Qaeda)에 따르면 AQAP의 핵심 조직원은 300명 이하이며 게다가 점차 줄고 있다.

게르게스 교수는 "'속옷 폭탄'과 '소포 폭탄' 등 예멘 당국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보면 AQAP는 매우 위험한 조직이지만 이는 예멘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전 상대이며 서방에 가하는 안보 위협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들은 물적, 인적 수단도 없고 초국적 규모의 작전을 감행할 끈기도 없으며 예멘 부족들과 실제적 동맹을 맺을 만한 자산, 자원이나 사회 복지 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예멘은 장기 독재정권의 지도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대규모 민중의 노력으로 인해 복잡한 상황을 맞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살레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또한 오바마 정부는 공중작전 수행을 위해 살레 정권에 의존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카타르 도하 센터의 이브라힘 샤르키에 부소장이 지적하듯 미국은 이슬람주의 성향의 예멘 야권 세력들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야권이 권력을 잡으면 AQAP와의 싸움을 계속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예멘에 가해진 무인정찰기 공격은 미국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켜 미래의 테러리스트들을 창조해 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무인정찰기 공격을 중단하고, 살레 정권과의 관계를 끊고, 예멘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환영해야 한다. 이슬람주의 정치인들과 알카에다 간의 깊은 골을 감안하면 또한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테러 정책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홍해 건너 아프리카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주 케냐는 알샤바브 반군이 자국 내의 외국인들을 납치했다고 비난하며 군대와 탱크를 소말리아 영토 내 100마일(약 160km) 지점까지 들여보냈다. 미국 정부가 이 작전에 대한 공중작전지원을 폈다는 주장은 부인됐지만, 스콧 그라티안 케냐 주재 미 대사는 케냐에 대한 기술 원조를 공언했다.

처음에는 소말리아 정부의 승낙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소말리아 정부 또한 알샤바브에 대항해 병력을 배치했지만 케냐군이 단지 훈련과 군수 지원만을 해줄 것으로 알았으며 침공은 거부했다. 소말리아가 경험한 가장 최근의 외침, 즉 지난 2006년 미국의 지원 하에 이뤄진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공이야말로 바로 지금 케냐가 맞서고 있는 알샤바브 반군을 탄생시켰다.

알샤바브는 아랍어로 '청년'이라는 뜻인데, 교회 성가대 젊은이들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2010년 이들은 알카에다와 공식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알카에다의 연대는 약한 것처럼 보이며 최근 이들의 조직원 수는 급감했다. 소말리아를 덮친 기아가 이들이 저지른 잘못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침략만큼 한 나라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뭉치게 하는 일은 없다. 5년 전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공에서 그랬듯 말이다. 알샤바브는 케냐의 행동 때문에 수명이 연장됐을 수 있다.

한편 인근의 우간다에서는 미국 특수부대가 반군조직 '주의 저항군'(LRA)과 대치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악명높은 조지프 코니가 이끄는 LRA는 물론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러나 코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아니며 스스로 기독교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파네타 장관은 갑자기 이 경우에 알카에다를 들먹이는 걸까? 이는 미국이 주장한 알샤바브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돌아보게 한다.

폴 무터 FPIF 연구원은 "우간다는 2010년 7월 66명이 숨진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폭탄테러 사건 이후에도 소말리아에서 철군하지 않았다"면서 "병력을 남겨둔 것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다른 아프리카 동맹국들이 꺼려하는 것으로, 이들 지상군은 소말리아 중부에서 미국과 우간다가 좋아할 만한 정부를 수립할 수도 있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단지 테러리즘뿐인 것은 물론 아니다. 석유에 대한 안전한 접근이 미국의 핵심 우선순위이며 미국은 이런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상대적 안정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 기업들은 케냐에서 탐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 북쪽으로는 외부 투자자들을 침흘리게 하는 남수단의 유전이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쪽에서 최근 가나가 이 '검은 황금'을 발견했다. 이는 벌써부터 가나의 경제 관련 통계수치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나 출신의 FPIF 연구원 크와이 쿼테이는 "가나는 2011년 상반기에 GDP가 20%나 증가하며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2위인 카타르보다 6%나 높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유전은 상당한 투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석유와 군사주의의 교차점에 대해 미국 시사평론가 케빈 필립스는 '석유 제국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미군을 '글로벌 석유보호군'으로 만들었다.

지도를 펴놓고 아프리카의 유전 분포와 미군 배치도를 비교해 보면 거의 일치한다. 미국에 대한 또다른 자살폭탄 테러를 가져올 아프리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은 물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안보 당국자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석유 운송을 방해할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다.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테러와의 전쟁에서 '제2의 전선'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지도를 바꾸려는 네오콘들에 의해 확장됐다. 오늘날 '제2의 전선'은 단 하나, 아프리카다. 미군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철수를 계속하면서 이 '제2의 전선'은 빠르게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제1의 전선'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이 대륙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면서 적을 찾아 헤메고 또 만들어 내게 됐다는 것은 끔찍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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