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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로 부각된 美 대학생의 현실 …3분의 2가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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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로 부각된 美 대학생의 현실 …3분의 2가 '빚더미'

[분석] "美 국민, 금융사보다 정치권에 더 분노"

17일(현지시간) 미국 퀴니팩대학교가 월가 시위 한달을 맞아 지난 12~16일 뉴욕에 거주하는 1068명의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오차 범위 ± 3%포인트)를 발표했다. 그 결과 뉴욕주 유권자의 67%는 월가 시위에 공감을 나타내고 정당 지지자별로는 민주당원 81%, 무당파 58%, 공화당원 35%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회전문지 '더 힐'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또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펄스 오피니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일 실시한 이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경제침체의 원인으로 월가보다는 워싱턴의 정치권을 더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전역에 젊은이를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미국 대학생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있다. ⓒAP=연합
경기침체 원인, 응답자 55%가 정치권 지목, 월가는 33%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응답자의 56%는 '워싱턴(정치권)'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월가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이는 미국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금융권에 대한 불신보다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가 20~30대의 청년 실업자들이 중심이 돼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대학생들이 겪는 고통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큰 빚을 지고 있으며, 경기침체로 대학 졸업 후 실업자 아니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에 들어간 뒤 양부모가 어렵게 학비를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럴 가치가 없다"면서 대학을 중퇴하고도 IT업계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잡스처럼 되라는 말을 하면 분노를 일으킬 뿐이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졸업만 미국의 대학생들은 3분의 2가 평균 3만4000달러(약 4000만원)의 빚을 갖고 있으며, 24세 이하 대졸자 실업률은 12%를 넘어 전체 평균 실업률인 9.1%보다 높다.

"미국 대학생 부채, 조만간 1조 달러 도달"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연방준비은행 통계로 미국의 대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부채는 지난 99년 800억 달러에서 지난 6월 현재 5500억 달러로 무려 7배 가까이 폭증했다. 교육부의 통계로는 8050억 달러로 더 많다.

20~24세 청년 실업률은 15%로 전체 실업률 9.1%보다 훨씬 높다. 이런 현실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자마자 부채와의 전쟁에 허덕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졸자들이 지속적인 일정 소득을 얻기 어려운 탓에 연체율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03년 6.4%였던 연체율은 올해 6월 현재 11.2%에 달했다. 카드 연체율 12.2%에 비슷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연체율 추세가 심상치 않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대학생 대출의 장기적 전망은 좋지 못하다"면서 "전반적인 연체율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에 연체율이 오른 유일한 분야가 대학생 대출"이라고 밝혔다.

대학 등록금도 비싸지고 있다. 재정위기로 미국의 여러 주에서 주립 대학들에 대한 예산 삭감이 단행돼 대학생들이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UCLA에서 박사과정을 밞고 있는 알레르토 쿠티에레스는 "월 3000달러의 모기지 상환 등 생활비를 대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만 달러를 또 대출했다는 그는 "박사 과정을 끝내면 2만5000달러의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립 대학교보다 대학생 부채 부실 문제가 더 심각한 쪽은 사립대학들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영리에 치우진 사립대학 정원 증가 속도는 10배나 빨랐으며, 학생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상당히 더 높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는 대학생 대출 부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금융위기를 초래할 원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현재 서브프라임 부실 대출 규모는 2.5조 달러이고, 대학생 부채는 조만간 1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월가 점령 시위에서는 대학생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서민들의 돈으로 은행들이 구제받았는데, 왜 그들은 우리에게 지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국 대학의 현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우리 대학에도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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