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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격상', 외교마저 사적 이익만 좇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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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격상', 외교마저 사적 이익만 좇으려나

[이수훈 칼럼] 워싱턴의 MB와 베이징의 푸틴을 보며

모처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12일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마침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대규모 사절단이 베이징에 체류하는 중이라 공항부터 도로마다 경비와 경호가 실로 삼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푸틴 총리는 이번 방중을 통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도 회담했다. 중·러 경제 및 에너지 협력을 한층 심화시킬 여러 합의를 했다. 게다가 중·러 간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의제들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부와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기자들을 만난 푸틴은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라면서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필자의 눈길을 끈 대목은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중·러 공동코뮈니케'의 일부 내용이었다. 코뮈니케에는 "양국은 유엔과 안보리가 국제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 명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극화를 진전시키고 국제관계를 더 민주적으로 만들 것, 국제법을 최우선으로 해 공정하고 이성적인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확립할 것 등이 포함됐다고 <신화통신>은 소개했다. 이 내용은 일단 미국에 대한 함축이 엄청나고,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거버넌스에는 협조해 나갈 수 없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이나 6자회담에서 양국이 긴밀한 공조를 보이겠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베이징에서 이런 북방 협력외교가 한창일 때,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위시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한식당 우래옥에서 만찬을 하는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상원을 통과했다는 통화를 접하고는 양 정상이 감격 수준의 축하 인사말들을 주고받았다. 한국의 언론 대부분은 "경제 영토 확장", "군사·정치동맹에서 경제동맹까지 더해진 동맹 격상" 따위의 찬사 일변도 보도로 우리 국민들의 혼을 빼놓는데 앞을 다투었다.

한미 FTA가 국익 차원에서 어떻게 되는가라는 국내의 격렬한 논란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미국 의회의 선(先) 비준과 한국 정부의 호들갑은 이 일이 오바마 대통령과 MB 대통령이 당면한 국내정치적 도전에 십분 활용되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MB 대통령은 레임덕의 지연을 위한 홍보 등등 한미 FTA 미 의회 비준 후속조치들이 만발할 것임을 예견하는 데에는 큰 분석력을 요하지 않는다.

MB 정부로서야 '한미동맹의 강화'가 자신이 내세웠던 외교안보 노선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기에 이번 방미 결과는 자신이 진력해왔던 한미관계 강화의 최종 결정점이라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샴페인을 터뜨려도 모자랄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격상" 혹은 "확대"된 한미동맹 관계를 지켜보면서 우려되는 바가 하나 둘이 아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식당 만찬 장면 ⓒ청와대

첫째, 이미 많은 분석가들이 지적한 바 있지만 한반도 주변 동북아 지정학의 거대한 변환 속에서 한국이 오직 한미동맹이라는 끈에 매달려 대미 일변도 노선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냐의 문제다. 이 문제 제기의 바탕에는 동맹(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중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 두 개의 양자관계를 좀 더 사려 깊고 섬세하게 다루어나가야 하지 않는가라는 우리 대외전략의 핵심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담벼락 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염없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미중관계가 좀 더 확연한 성격으로 정립될 때까지 동북아 지정학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냉정한 자기 평가를 더해 진중하게 방향성을 정해야 마땅한 일 아니겠는가라는 문제 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MB 대통령이 방미전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 여러 언급들(중국 민주주의, 중국 견제론, 대중국 공포증, 미국의 재관여 필요성 등등)이 국내 언론 보도처럼 사실이라면, 그것은 중국과 각을 세우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매우 자극적인 언설이 되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아는 한 한국의 어떤 전문가도 미국 대 중국과의 관계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고 가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둘째, 한미동맹에서 '연루의 딜레마'가 제기될 소지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은 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초석"이며 "태평양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평양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한국이나 한국군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태평양의 여러 곳에서 해양 영유권 분쟁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혹여 군사적 문제로 비화하면 한미동맹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말이 되는가? 미중간의 뜨거운 감자인 양안관계에 분쟁이 야기되면 주한미군이 전개될 수 있나? 지금 제주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어떤 함축을 갖는가?

연루의 딜레마 우려는 태평양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을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확산, 경제위기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에 적극 대처하고 협력하는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의 세계 파트너로서 한국의 부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 비확산에 대한 대응,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등 미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한 국가 전략적 이슈들에 한국이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런 이슈들이야말로 한국이 실질적으로 감당할 역량도 턱없이 미흡하거니와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했다가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인 이슈들 아닌가?

셋째, 대한민국의 국방을 하염없이 미국에 의존하며 한미동맹으로 접근하겠다는 생각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국에는 '안보의 제1의 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당시 상황논리를 이용해 한미간의 기왕의 합의를 뒤집고 아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안보와 아무 연관도 없는 G20 정상회의 도중에 한미 정상이 전작권 환수 일정을 연기시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결과 2012년 4월로 예정된 이양 시기를 2015년 12월말로 연기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론 이후 반세기가 흘렀고,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주장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 요란했던 첨단무기 도입과 전력강화 사업들은 어떤 결과를 낳았기에, 도대체 우리 군대는 지난 시기에 무엇을 했기에, 막강한 경제력이 보태진 엄연한 객관적 현실 속에서 자신의 안보를 동맹에 맡기겠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었는가.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 관해서다. MB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자 하며 그래서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무엇이며,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납득할 수도 없다.

지금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논의가 남북관계 차단 이후 북한의 중국 종속화를 말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방 경제협력의 심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압박과 제재는 중국이 소극적인 한 이렇다 할 효과가 없다고 서방 관측통들도 전하고 있다. 북한 광물 자원이 모두 중국에 넘어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의 항만들에 대한 장기사용권 혹은 개발권이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FTA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FTA를 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지는 않는다. 그것은 국익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한미동맹은 하나의 제도다. 그것은 역사적 산물이며,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변동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는 것이 정상이다. FTA를 통해 "경제영토"를 넓혀 글로벌 선진국이 되겠다는 야망, 그것 좋다. 개방을 잘 하면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 헌법에 우리 영토라고 표시되어 있는 북녘의 광물자원이라도 지키고, 항만이 남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두 눈을 부릅뜨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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