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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체제'냐 '비핵평화체제'냐, MB-오바마는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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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체제'냐 '비핵평화체제'냐, MB-오바마는 답하라

[한반도 브리핑] 北의 핵 포기 의사 부인만 할건가

북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남북한과 북미 사이의 핵 협상이 재개되고 6자회담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지금, 핵심적 질문이다.

이미 많은 '선지자'들이 확신에 찬 예언을 쏟아 내고 있다.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할 리 없다고. 많은 이들은 "옳습니다!" 복창하고 있다.

이들의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핵무기는 정권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란다. 핵무기는 권력이양 때문이란다. 그렇다는 거지, 사실적 근거는 없다. 역사적 유사 사례도 찾기 어렵고, 논리적 연결고리도 취약하다. 단지 신앙고백인 셈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은 없으니, 미래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신앙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은 핵 포기를 공언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입니다." 2009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공언했음이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에 보도되었다.

북한 체제에서 '국방위원장'이 '영원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며 '혈맹' 중국에 공약한 것보다 더 확실한 공약이 있을 수 있는가. 같은해 9월 다이빙궈(戴秉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확인한데 이어 최상급에서 북의 목표를 공표한 것이다.

이후 북 외무부도 일관되게 비핵화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8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언했다. 북은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 아무 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자고 하고 있다.

그러면 왜 '선지자'들은 북의 공식적 입장을 부인하면서까지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일까?

물론 핵실험을 2차례나 실시했고, '핵 억제력'을 운위하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6자회담에)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고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공언했었다. 북한 외무성은 6월 '위임'에 따라 성명을 발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행위와 과거의 발언에 근거해서 북이 미래에도 핵 포기를 "절대로, 철두철미"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2009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위원장의 권위로, '영원한 주석'의 발언에 기대어서 과거의 핵 불포기 선언을 전면적으로 뒤집었음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 거부라는 과거의 입장을 번복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핵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에서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입장으로 180도 달라진 북의 변화를 부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의 이유는 비핵화의 대가를 지불하기 싫다는 것일 수 있다. 북이 비핵화라는 입장을 공약하고 있고, 아무 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자고 하지만 '공짜'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북이 반대급부 없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제관계를 모르는 순진무구한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북은 이미 그 흥정가격을 공시했다. 위키리크스를 보면 비공개 회동에서도 같은 가격을 제시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시절이던 2008년 5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수석대표 회동에서 "핵무기들은 가까운 시기가 아닌, 비핵화 과정의 최종 단계에 폐기될 것"이라면서 "(비핵화) 최종 단계는 핵무기들과 대미 관계 정상화의 …맞교환"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문에 나타났다.

북이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순간 반대급부를 두고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어진다. '반대급부'가 평화체제나 관계 정상화 같은 공공재라고 해도 말이다.

또 하나의 답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이 솔직히 제시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한미간의 동맹을 공고하게 했고, 재래식 억제력과 핵 억제력 범위를 확장시켰다."

2010년 채택된 한미 국방협력지침이 뒷받침한다.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한다"며 한반도 미국 핵체제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 국방부는(…) 민주적 가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미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보장하도록 [영문은 가능하도록 한다는 뜻의 "enables"]"한다며 북한 체제의 부정을 전제로 한 통일을 가능하도록 군사력을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양자·3자·다자간 국방협력을 강화"하여 "범세계적 차원의 포괄적 동맹"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굳이 "3자…국방협력"을 강화한다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를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시나브로 북핵은 '미국핵'의 근거가 되고, '포괄적 동맹'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유연한' 조치들은 무엇인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2012년을 보면 하나의 답이 보인다. 3월이면 서울에서 핵안보 정상회의가 있다. 핵안전과 안보를 주제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벌이는 국제적 축제다. 이 직전에 북이 '핵 축포'를 올려주거나 '미사일 불꽃놀이'를 벌려주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상회의에 이어 열리는 총선, 대선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답은 북핵이 악화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미국핵'을 공고화하는 한반도 핵체제로 가는 길이다.

물론 두 번째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본격적으로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일 수도 있다. 북의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평화조약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수순을 밟기 위한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다.

한반도 핵체제와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이 둘 중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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