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시아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당당히 통과했지만 불과 3개월도 안돼 유럽은행들의 연쇄파산 위기를 촉발시킬 부실은행으로 전락, 유로존 부채위기 이후 첫 구제금융 대상이 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합자은행인 덱시아는 지난 4일 이후 뱅크런까지 발생하자 양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파산설이 끊이지 않아 결국 6일 거래가 중단되고 800억 유로(약 126조원)의 부실자산 인수계획이 발표됐다.
▲ 대형은행도 아닌 덱시아에만 무려 126조원의 구제금융이 투입되는 데, 영국 최대 은행인 RBS 등 유럽의 대형은행들도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덱시아 사태'에 놀란 유럽연합(EU)은 유럽은행들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 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최대 2000억 유로 규모의 자본확충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유럽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자체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실제 자본확충 규모는 훨씬 더 커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덱시아와는 비교가 안되는 대형은행들도 자본확충이 필요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는 3년전 금융위기 때 450억 파운드(약 8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구제금융으로 파산을 모면한 영국 최대은행 RBS도 또다시 자본확충이 필요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RBS는 그리스 국채 등에 대한 손실 규모를 시장가격으로 반영하면 스트레스 테스트의 핵심인 기본자본 비율 기준 5%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FT>는 "지난 7월 스트레스 테스트는 사실상 유로존 국채에 대한 손실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과 8개의 은행만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시장가격을 반영하면 기준에 미달하는 대형은행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국채 등 손실처리하면 기준미달 대형은행들 속출
특히 RBS와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프랑스 2위 은행), 유니크레디트(이탈리아 최대은행) 등은 지난 7월 심사에서 기본자본 비율이 이른바 회색등급인 '5%~7% 미만'에 속해 최근 논의되는 손실비율이 반영되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스페인 국채는 20%, 그리스는 65%까지 손실 처리를 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럽연합 차원에서 자본확충 규모로 최대 2000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의 자본확충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이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요한 자본확충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독일이 찬성한다는 자본 확충 방식은 유럽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은행 주주들이 우선 자금을 내야 하고, 이어서 해당 정부가 나서야 하고, 만일 해당 정부가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인정되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자본확충 방식에 반발하는 속사정
이때문에 3대 은행이 모두 부실한 프랑스는 "유로존 위기때문에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이뤄져야할 일"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다가는 가뜩이나 재정이 부실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전문가들은 자본 확충 방식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다면, 유럽연합 당국은 은행들에게 기본자본 비율이 최소한 6, 7% 또는 8%가 되도록 자본 확충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EBA는 유럽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 규모를 재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스트레스 테스트 때 8개 은행만 기준 미달로 분류되고 전체적으로 불과 25억 유로(약 4.5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불과 3개월도 안돼 필요하다고 논의되는 자본확충 규모는 80배에 달하는 최대 2000억 유로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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