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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상주의' - MB '실용주의', 그만 가면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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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상주의' - MB '실용주의', 그만 가면을 벗어라

[한반도 브리핑] 국익과 문제해결능력이 진짜 실용주의의 기준

외교정책에서 실용주의라고 하면 곧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주의적인 대외정책 노선을 일컫는다. 하지만 실용 '주의(ism)'라는 말 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듯이 실제로는 이념적인 경우도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런데 3년 가까운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를 실용외교라는 키워드를 동원해 분석하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각각 '실용주의'와 '이상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청와대

오바마의 실용주의적 이상주의

오바마는 전임 부시 행정부의 외교 실패를 극대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정권을 잡았다. 전임 정부가 9.11의 후폭풍에 기대어 거칠 것 없이 이념성을 드러냈던 네오콘 정권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클린턴과 카터에 자주 비견되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이상주의 외교노선까지 결부되면서 오바마는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예상했다.

원래부터도 미국의 대외정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난히 이념적 특성을 보여 왔다. 프랑스혁명과 함께 시민혁명의 중심축으로서의 건국 배경, 기독교적 가치관, 그리고 패권적 리더십의 지위로 말미암아 이념적 성격은 두드러졌다. 그래서 미국의 각 행정부의 포괄적 대외정책기조를 '독트린(doctrine)'이라 부르는데 원칙이나 신념, 그리고 비전 등, 한마디로 외교 이념을 통칭하는 용어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 오만한 미국식 예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은 적대관계를 가진 주체와도 협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보면 지금까지 오바마가 가져온 변화는 외교 원칙이나 이념보다는 형식과 스타일에 치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념 성향이 워낙 강했던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었기에 오바마의 변화가 그 대척점의 이념적 성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온건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본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기존 지지자들의 비판까지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외교정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 2010년의 '국가안보전략(NSS)'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다 강조한다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시 정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반대의 선봉에 나섰던 이라크의 전쟁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2024년까지 주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럼에도 오바마 외교의 가시적 열매들은 적지 않으며,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외교 덕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러시아와 새로운 핵감축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해 알카에다 조직을 약화시켰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비롯한 중동의 독재자들을 축출했다.

인권, 민주주의, 평화 등의 가치를 여전히 주요 연설 등에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외형적으로 이상주의 비전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지극히 실용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예는 중동의 민주화에 대한 행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단행하면서도,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에 벌어지고 있는 탄압과 학살에 대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두고 공화당 보수 세력들은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실용의 눈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리비아는 이들보다 개입의 성공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의 이념적 실용주의

이명박 정부는 전임 진보 정권 10년을 이념정부로 낙인찍으며, 실용정부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작부터 이념적 행보였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의 이념갈등을 극대화시킨 것이 정권 획득의 최대 공헌자였던 것처럼, 집권 이후에도 냉전적 사고로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발표된 대표적인 대북제안들인 '비핵·개방·3000', '8.15 신평화구상', '그랜드 바겐' 등은 모두 남북 화해를 위한 제안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으나, 본질은 철저한 선(先)핵폐기론에 의한 봉쇄정책이다. 하나같이 비핵화와 대북 보상이라는 마지막 목표에 대한 언급만 할 뿐, 그 목표에 이르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는 없다. 최근 제기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의 3단계 대화론이 조금 다른 형식을 띠고는 있으나, 이 역시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 의한 마지못한 움직임일 뿐이다.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핵폐기에 대한 선제행동이 없으면 한발짝도 전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유화 제스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제스처일 뿐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진정성'이라는 검증하기 어려운 주관적 잣대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성을 재확인해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를 한 꺼풀 더 벗겨 국내정치에 대입하면 또 다른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정치에서 권력을 잡고, 또 유지하기 위해 이념대결의 구도가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미동맹과 분단 대결구조를 조장함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즉 이념이 가지는 효용성을 체득하고 있는 정권이다.

위기 국면을 유지할지, 아니면 화해나 대화의 제스처를 보일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국내정치의 득실계산이다. 기득권 수호를 위해서는 적대적 공생의 구도는 '절대반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한반도의 평화나 민족의 미래를 이유로 반지를 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 봉쇄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면서도, 뒤로는 국내정치에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벤트식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모순적 행보는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미동맹?

최근 1~2년간 한미 양국 정부의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미동맹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현 정부는 진보 정권 10년이 민족공조와 균형외교, 자주외교를 한답시고 망가뜨린 전통적 한미 우호관계를 회복한 자신들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혹자는 전략동맹을 언급하며 영미동맹에 버금가는 동맹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측의 평가도 덩달아 후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손해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오바마 실용외교의 눈으로 보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친미'로 무장한 이명박 정부는 최상의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자주성 모색과 부시 정부의 대북 봉쇄에 대한 비협조와 비교하면 다루기가 훨씬 수월해진 셈이다. 어떤 면에서 한국은 스스로에 선택에 의해 동북아정책에 있어 전혀 변수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 배제할 수 없는 핵심 국가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통해 공통의 적에 대한 위협인식을 과장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해 온 것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뼈아픈 퇴보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래도 냉전으로의 회귀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 및 동북아의 안정과 한미동맹의 강화는 서로 결코 보완적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신냉전적 사고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사상 최악으로 만들었다. 최근 1~2년간의 행보에서 그 전조가 보였듯이 미국이 동북아에서 존재감을 확장하기 위해 위기 국면의 조성이 필요하거나, 또는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컴백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려는 목적에 한국이 자발적으로 수단이 되려 하는 우려스런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구도가 본격화될수록 우리는 점점 딜레마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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