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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천안함' 이승헌 교수 기사 정정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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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천안함' 이승헌 교수 기사 정정보도하라"

"조선일보가 허위사실 적시"…민사소송 일부 승소 판결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해 온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이승헌 교수가 조선일보와 취재기자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조선일보는 이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래 기사를 바로잡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승헌 교수는 지난 3월 21일 조선일보가 '천안함 조작은 과학공부 안 해도 알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신의 발언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에서 원고(이승헌)가 '선체 흡착물질과 어뢰 흡착물질이 다르다', '선체 흡착물질은 조작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한 것은 원고가 실제로 주장해온 내용과 객관적으로 불일치함이 명백해 각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된 다음 최초로 발행되는 조선일보에서 해당 기사가 실린 같은 면에, 같은 활자 크기의 제목을 달아 이승헌 교수의 주장을 바로잡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선일보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과정에서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을 객관적으로 왜곡함으로써 원고가 실제로 했던 발언 등의 취지를 본래적인 의미 내용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했다고 단정할 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해당 보도가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거나 원고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로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 3월 21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 캡쳐

지난 1년여 동안 이승헌 교수가 정부의 천안함 결론에 대해 각종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관련 기사: '천안함' 이승헌 교수, 조선일보 상대로 민·형사소송 제기)

(1) 국방부는 천안함 잔해(A)와 어뢰 추진체(B)에서 나온 물질과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C)이 모두 같은 산화알루미늄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세 물질에 관한 에너지분광분석(EDS) 데이터가 모두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A=B=C)

(2) 그러나 정기영 안동대 교수,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이 A, B 물질을 실제로 분석한 결과, 어뢰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이 아니라 침전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A=B≠C)

(3) 국방부가 'A=B=C'를 주장하기 위해 A와 B의 EDS 데이터와 C의 EDS 데이터를 같아지도록 조작한 게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C에 관한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3월 21일 기사에서 이승헌 교수가 "물리학자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천안함 잔해에 남은) 흡착물질(A)은 조작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에 관한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이 교수의 말이 'A를 조작했다'는 말로 둔갑한 것.

또 조선일보는 "이(승헌) 교수는 천안함 잔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A)이 북한의 어뢰 추진체에 남아 있는 물질(B)과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A≠B'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그밖에 이 교수는 조선일보가 "(천안함 문제는) 과학을 공부 안 했어도 설명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교묘한 편집으로 왜곡, 마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말한 걸 기사로 쓰면서 그마저도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왜곡 안 하겠다' 약속 안하더니 결국 왜곡")

이승헌 교수 측은 소송을 내기에 앞서 지난 4월 초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었다. 중재위는 두 차례의 심리를 통해 조정을 시도했으나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 불성립'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이 교수는 5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선일보사와 편집국장,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기자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한편,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 보냈다는 이유로 보수단체들로부터 수사 의뢰와 고발을 당한 참여연대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지난 8월 10일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천안함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을 지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해 국방부가 제기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법 위반 사건은 지난달 22일 1차 공판에 이어 오는 19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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