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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야구장에선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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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야구장에선 '루저'?!

[이종훈의 멘붕 스포츠]<1>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냐"

지난 2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들은 이른바 '나이키를 신은 예수'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칼럼들과 특집 기사들을 쏟아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던이 선수 시절 이룬 놀라운 업적들을 소개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이클 조던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재의 전형이었다. 그래서 팻 윌리엄스와 마이클 웨인렙이 쓴 <성공 프로젝트, 마이클 조던 되기>(김경숙 옮김, 해냄 펴냄) 책에는 "조던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연습시간에 지각을 한 적이 없었다", "조던은 전형적인 연습벌레로 그가 평소 연습하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 "마이클이 계속해서 왕관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와 같은 구절로 가득하다.

또한 마이클 조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했던 선수로 유명하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빗나간 슛이 9000개가 넘고, 패배한 경기도 300번에 육박합니다.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순간에 제게 맡겨진 위닝샷을 날려 버린 것만 해도 26번이나 됩니다.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맛보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성공의 비결입니다"라는 나이키 광고 속에 이 멘트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되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미디어와 멘토들은 마이클 조던의 이러한 이미지를 인용하며 "조던 또한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조던처럼 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마이클 조던처럼 성공하고 싶은 당신의 욕망을 부추긴다.

▲ '넘버 원 가드'로 불리는 제이슨 윌리엄스는 지난 2008년 9월 선수 은퇴 당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가리켜 "나이키를 신은 예수. 그가 바로 조던이었다"라고 칭송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조던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NBA

하지만, 이 속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빠져 있다. "마이클 조던은 9000개가 넘는 슛을 실패해도, 중요한 순간에 26번의 슛 찬스를 날려 버려도, 굴하지 않고 또 다시 슛을 날린다"는 이 유명한 명언을 뒤집어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마이클 조던이 되려면 9000개가 넘는 슛을 실패해도 자신에게 또다시 슛을 날릴 수 있도록 공을 패스해주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또 중요한 순간에 26번의 슛 찬스를 날려 버려도 여전히 자신을 믿고 경기에 투입시켜주는 감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즉, 당신이 당신의 영역에서 마이클 조던이 되려면,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여건이 당신의 삶 속에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영역에서 마이클 조던이 되기 힘들다.

멘붕인가?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마이클 조던이 입증해 줬다. 조던은 1994년 3월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광고에 출연해주는 조건으로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 리그 더블 A팀인 버밍햄 베론즈에 입단했다. 이 팀에서 조던은 농구 코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하는 연습벌레로 살았다.

오전 9시에 팀 훈련이 시작됐지만, 조던은 그보다 3시간 빠른 오전 6시부터 타격코치와 개인 타격훈련을 했고, 팀 훈련이 끝난 뒤에 다시 타격코치와 저녁훈련을 실시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이런 엄청난 양의 연습 덕분에 그의 손은 언제나 피투성이였고, 마침내 그는 "야구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재미삼아 한번 야구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만약 내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던 피와 새벽연습을 보았다면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히 그때 마이클 조던은 장소만 야구장으로 바꿨을 뿐, <성공 프로젝트, 마이클 조던 되기>에서 말한 것처럼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연습에 몰두했고, 그의 강한 의지와 피땀 어린 노력은 변함없이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습을 거듭하면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 가지를 깨우치던 조던의 천재성과 적응력 또한 날이 갈수록 향상되어 갔다.

하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조던은 미디어가 말한 것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지만, 야구장에서 '마이클 조던 되기'에 실패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이듬해 그는 은퇴를 발표하며 야구계를 떠났다.

마이클 조던의 이 사례에서 보듯이, "어떤 영역이든 간에 개인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피땀 어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이클 조던의 이미지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일종의 환상이다. 따라서 이 환상이 지금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개인적인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루저(Loser)'로 몰아붙이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와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돈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이 되지 않는 청년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패자부활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마치 야구에서 마이클 조던이 그랬던 것처럼, 남들보다 더 강한 의지로 피땀 어린 노력을 다해도 그 사람이 처한 처지와 환경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음을 이해시켜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마이클 조던처럼 되라고 욕망을 부추기는 일은 그다음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아니, 그때 가서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에어 조던'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스포츠평론가 이종훈은…

'무한경쟁과 승리의 스포츠'보다는 '힐링의 스포츠',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보다는 '나를 응원해주는 스포츠'에 관심이 더 많은 자칭 비주류 스포츠평론가이다.

현재 MBC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과 팟캐스트 <공짜 가라사대, 오빠가 쏜다!> 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 위의 글은 <공짜 가라사대, 오빠가 쏜다!>의 코너인 [멘붕 스포츠]를 기사로 옮긴 것입니다. <공짜 가라사대>는 여행, 레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공짜로 나눠주는 팟캐스트입니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http://podbbang.com/ch/5783

☞ '공짜 가라사대' 온라인 카페 http://cafe.naver.com/free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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