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작성의 외교전문에서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유력 일간지 기자와 미 대사관 관계자 간의 만남 내용을 폭로했다.
2007년 8월 작성된 '한국 언론이 아프간 인질사태에 대해 올바른 보도 방향을 잡고 있다' 제하의 이 전문은 대사관 공보관(PAO)이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당시의 아프간 샘물교회 신도 피랍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자는 6일자 <조선>, <동아> 및 <중앙>의 관련 사설과 논평 내용을 언급하며 조중동으로 지칭되는 주류 언론은 급진적 매체나 운동가들이 아프간 피랍 사건을 반미운동의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식적'(conscious)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 2002년에는 급진 매체와 운동가들이 대선 기간 중에 이같은 행동을 했었다고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언급했다.
대사관 공보관이 이에 대해 조중동 3사가 이런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갖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not as such) 각 사의 선임급 기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또는 다른 모임에서 만났을 때 종종 얘기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3사가 공동의 전략을 위해 공공연한 만남을 갖지는 않았지만 3사 모두 이 이슈가 반미운동으로 끌려가지 않게 하기 위한 진지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당시의 사설과 칼럼 등을 훑어보면 샘물교회 인질사태는 미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조중동 3사의 기자들은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이 왜곡되게 보도된 것이 그해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적 요소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당시 조중동의 실수로 △선거 등 다른 이슈에 집중하느라 장갑차 사건에 관심을 갖지 못했고, △이 사건이 미국과 한미동맹에 미칠 타격과 대선 파급력에 대해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주류 매체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대사관 측은 전문 마지막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아프간 피랍사건에 대한 한국 국내의 언론 보도를 계속 주시하겠다"며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쁘게도 주류 언론이 이례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들에 의해 23명의 한국인들이 납치된 이 사건은(☞아프간 샘물교회 피랍사건 관련기사) 납치 피해자들이 경기도 분당의 샘물교회 교인들이며 선교활동을 하러 아프간에 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독교회들의 공격적 선교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아프간 전쟁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 납치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탈레반 세력도 인질 석방 조건으로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했었다. 한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07년말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군했으나 2010년 다시 지방재건팀(PRT) 경호를 위해 소수 병력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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