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정부, 남북 협력 싫으면 동북아 협력이라도 해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정부, 남북 협력 싫으면 동북아 협력이라도 해라"

[이수훈 칼럼] 김정일 러시아 방문을 보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극동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수행원 명단으로 미루어볼 때 양국간 경제협력 사업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핵 문제와 6자회담의 앞날에 대해서도 긴밀한 조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00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북·중 경제협력에 의해 북중관계가 재정립됨에 따라 자극을 받은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로서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지역질서를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고, 북한을 일종의 근거지로 삼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2012년을 앞두고 극동러시아 지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매우 높다. 우선 내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자 한다. 사할린 천연자원 개발의 지속성 유지도 중요한 국가적 전략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투자와 안정적 시장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극동러시아 지역의 잉여 전력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에서 생산되는 비수기 잉여 전력에 대한 돌파구의 하나로 동북아 전력연계망 프로젝트를 주장해왔으며, 이에는 다국적 전력기업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아무르주(州)의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시찰한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극동지역 항만들의 재정비에 대한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당연히 북한 나진항에 대한 이해관계도 포함된다. 중국견제론은 이같은 맥락에서 구체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배경을 뒤로 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 개최의 의미를 짚어보아야 한다.

▲ 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오전 극동지역 최대 수력 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를 둘러본 뒤 돌그림을 선물 받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 통신사 '포털아무르'가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남-북·러 3각 협력의 구체적인 이익은?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남-북-러 3국 가스관 건설 사업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동북아에너지 협력의 간판격의 프로젝트다. 가스관 건설 사업은 1991년 한·소 수교 이후 줄곧 논의되어 왔으며 이후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도 추진 계획이 있었던 프로젝트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북아시대 구상'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이었는데, 출범 초기 적대적 정치환경("오일게이트")과 북핵 문제로 인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금년 8월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외무장관회담에서 이 과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그 결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극동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한국 공급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부설 논의가 3국 가스당국 간에 진행중이며 전문가들이 합의에 이르면 3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한 본격적 프로젝트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외에 역시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송전선을 건설해 러시아의 잉여 전력을 한국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중"이라며 "이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북아 협력 사업은 천연가스관, 송유관, 철도연결, 전력망연계라고 하는 4대 프로젝트가 연동되어 있는 패키지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어느 한 사업이 속도를 내면 다른 사업이 병행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가스관 건설과 철도연결은 별개로 추진되기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같이 추진되는 것이 이익이다. 이것은 러시아의 입장이기도 한다.

현재 동북아 국가들은 북핵 문제라는 현안을 해결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6자회담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핵능력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지난 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만 하더라도 북한의 논리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다. 즉,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핵발전소를 짓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북한으로서 이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지만, 전력 문제가 핵문제와 연동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9.19 공동성명에서 잘 드러나 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지원과 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점과, 단기적 에너지 지원에 더해 결국 경수로의 제공이 명기되어 있는 데에서 분명해진다.

남-북-러 가스관 건설 사업은 당사국 모두에 이득이 되는 프로젝트다. 남한은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할 수 있고, LNG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천연가스를 장기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러시아는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한국과 같은 거대 에너지 시장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좋다.

북한은 가스관 통과료를 받아 경제회생에 사용할 수 있다. 만약 6자회담에서의 검토와 합의에 의해 북한을 통과하는 천연가스를 북한도 나누어받을 수 있다면 화력발전소를 지어서 전력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다. 경수로 건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실패 사례도 있고, 여전히 핵개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설사 경수로가 건설된다고 해도 현재 북한 송배전망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중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화전을 짓고, 그 가동을 위해 가스관의 천연가스를 적정한 양으로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를 다음에 열릴 6자회담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적 상상력이라면 좋다

우리가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의 통일을 지향하다면 지금과 같은 북한과 한국이 통합되기도 어렵고, 또 통합되어서도 안 된다. 북한 경제가 일정 정도 회생되어야 하고, 그런 기초위에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에너지난을 해소해야 한다.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바로 동북아 에너지 협력이며, 가스관 부설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추진된다면 남북 실무대화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현재 차단된 남북관계를 복구하는 데도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수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동북아 협력 정책을 추진해보는 것이 어떨까? 우리는 분명 '동북아 시대'를 살고 있으며, 그런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북정책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복합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라는 상위의 틀 속으로 포괄해 동북아 시대에 대응하고, 동북아 역내 평화와 공동 번영에 부합하는 협력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그런 상상력이 요구된다.

현재 동북아 구도는 과거 냉전기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미·일은 하나의 동맹 수준으로 되어 있고, 이제 러시아가 움직임에 따라 북방에도 북·중·러라는 하나의 축이 형성되어가고 있다.

이 구도는 한국의 미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 구도에서 남북통일은 요원해진다.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한중관계를 순탄하게 발전시켜나가기도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급적 이 구도를 협력적이고 통합적인 질서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탈냉전 사업이며 동북아공동체 구축 사업이다. 남·북·러 3각 협력은 가스관이건 송유관 혹은 철도 연결이건 우리의 단기적 이해득실에서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안목에서 통일된 한반도와 통합된 동북아로 나아가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